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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블로그] '풍림화산'으로 본 인천의 패배

기사입력 2010.03.18 00:27 / 기사수정 2010.03.18 00:27

김인수 기자

[이 글은 인천UTD기자단의 글입니다. 본지의 편집 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풍림화산음정”(風林火山陰霆)이라는 말이 있다. 유명한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군쟁 편에 실려 있는 글귀로서 보통 “풍림화산”으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이 글귀는 전쟁에서 군사를 움직이는 방법을 일컫는 말로서, 전투의 기본이 되기도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빠르기는 바람과 같이(風), 고요함은 숲과 같이(林), 공격은 불과 같이(火 ), 자중할 때에는 산과 같이(山)라는 뜻으로 병사의 이동은 상황에 맞추어 다르게 해야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3월 14일에 열린 인천과 성남의 2010 K리그 3라운드에서 인천은 성남을 상대로 대패를 당했다. 0:6이라는 엄청난 점수 차이로 패배한 인천은 창단 이후 최다 점수 차 패배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 날의 패배는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각도 중 하나로 이 풍림화산에 비추어 인천에 패배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

풍(風) - 기회가 오면 빠르기가 바람처럼. 其疾如風

축구라는 스포츠는 어느 팀이 되었든 반드시 기회가 오는 스포츠이다. 물론 강한 팀이 더 많은 기회를 차지하지만, 약한 팀도 반드시 기회를 갖기 마련이다. 이런 기회가 왔을 때에 신속하게 움직이는 팀이 점수를 가져오는 법이다.

하지만 인천은 기회가 왔을 때에 이러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주된 주도권은 성남이 가져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천에게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리어 성남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기회도 잦았다. 순간적으로 역습의 순간이 왔고, 이 때에 윙에서부터 역습을 가했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를 향한 공격 가담은 바람과 같이 빠르지 못했다. 때문에 공격은 성남의 중앙에서 힘을 얻지 못했다.

모든 선수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지 못했던 점. 이것이 인천이 이기지 못했던 첫 번째 이유이다.

림(林) - 고요함이 필요할 때는 숲 속과 같이. 其徐如林

徐는 천천히라는 뜻이 있지만 고요함과 평온하다라는 뜻도 있다. 고요함은 즉 침착함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경기를 치루다 기회가 왔을 때에는 숲의 적막함 속에 있을 때와 같이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인천은 그러지 못했다.  인천은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해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

인천이 날린 기회 중에서 가장 아쉬운 기회는 바로 세트플레이이다. 세트플레이는 축구에서 최고의 기회이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은 채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력이 압도적으로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이기는 최고의 카드이기도 하다.

전반에만 총 12회의 코너킥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인천은 이 절호의 기회를 맞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비단 코너킥 기회뿐만이 아니라 프리킥 등 모든 세트플레이 기회에서 인천은 상대를 위협하지 못했다. 특히 전반 마지막에 나왔던 5연속 코너킥에서 한 번도 상대의 골문을 향하는 공을 만들지 못했다. 이는 침착하게 임해야할 상황에서 평정심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골키퍼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성급해하는 바람에 마지막 마무리를 못했다. 대표적인 장면이 후반 20분 도화성 선수가 내준 칼같은 패스로 김민수 선수가 후방으로 파고든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김민수 선수는 골키퍼와 1:1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급하게 공을 차느라 정성룡 골키퍼에게 막히고 말았다. 이 이외에도 침착함을 잃어 골을 놓친 장면이 더 있었다.

물론 인천은 0:1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만회골을 넣으려 했다. 이를 위해 열심히 뛴 점은 칭찬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착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에서 인천은 고요한 숲과 은 평점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인천이 상황을 뒤집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말았다.

화(火) - 공격 시에는 성난 불길처럼 세력이 맹렬해야 하고. 侵掠如火

스포츠건, 전투건 공격은 맹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상대에게 심각한 손상을 주지 못한다. 이는 상대가 공격을 무작정 맞기만 하지 않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때문에 공격의 맹렬은 기세의 강함만을 일컫지 않고 병력이 일시에 상대를 덮치는 호흡도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호흡이 없으면 공격의 기세는 절대로 맹렬해 질 수 없다.

성남 전에서 인천의 공격은 성난 불과 같지 않았다. 물론 코로만을 필두로 한 측면 공격은 나름 점수를 줄만했다. 하지만 중앙에서 공격가담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때문에 측면에서 시작된 공격은 성남의 중앙수비에 의해 차단되었다.

약한 촛불도 모아서 태우면 그 기세가 강렬하다. 강력한 산불도 나누어지면 기세가 약해진다. 성남 전에서 인천은 마치 나누어진 강력한 산불과 같았다. 개개인이 지고 있는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 맹렬히 뛰었다. 적극적으로 성남에게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인천은 각 포지션에서 서로와 함께 움직이지 못했다.

때문에 공격권을 가져와도 쉽게 상대에게 내주고 말았다. 패스가 끊기고, 상대에게 쉽게 공을 내주기도 했다. 심지어 좋은 패스조차 연결되지 못하고 골 아웃이 되기도 했다. 나누어진 불꽃은 성난 불길이 절대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천은 말해주고 있었다.

약한 불길은 쉽게 꺼지기 마련이다. 인천이 각 포지션에서 함께 움직였다면 큰 불이 되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인천의 공격은 성난 불길처럼 운용이 되었을 것이고, 최소한 지더라도 6:0과 같은 참패는 없었을 것이다.

산(山) - 자중이 필요할 때는 큰 산처럼 태연자약해야 한다. 不動如山

산은 우직하다. 아무리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쳐도 끄떡없이 그 자리에 서있다. 때문에 산은 우직함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2010 K리그 3라운드의 경기에서 인천에게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아닐까 싶은 부분이 아닐까 싶다. 축구는 야구와 같이 공격 기회를 절대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는 스포츠이다. 야구는 경기를 지배하지 못해도 상대와 똑같이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축구는 경기를 지배하지 못하면 공격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그러나 아무리 약한 팀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한두 번에 기회가 오는 것이 축구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산과 같이 상황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팀이 수세에 몰린다고 해서 안절부절 하다가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있으면 오는 기회도 버리는 모습이 된다.

후반이 시작되고 10분 동안 4실점을 한 인천은 급속도로 무너졌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우측 수비 불안이었다. 인천은 팀의 패색이 짙어지자 포메이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특히 우측 수비는 성남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렸다. 태연자약하지 못했다. 그렇게 성남은 인천의 우측을 파고 들었다. 그렇게 무려 4골이 인천의 우측에서 허용되었다.

물론 인천 패배의 책임을 무조건 우측 수비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결국 승리는 공격과 수비가 함께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이 만약 패배하고 있었을 때에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고 침착하게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모습이 부족했다는 것은 여지없는 사실이다.

2010 K리그 3라운드에서의 인천은 성남에게 패배할 만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인천이 이랬더라면”이라고 말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축구는 전투이다. 전투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지는 것이라고 했다. 패배할 때에 성공적으로 패배를 한다면 전력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또한 다음 전투에서 쓸 수 있는 경험과 교훈을 얻기 때문이다.

물론 0:6 패배가 성공적인 패배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전투가 생명을 걸고서 하는 전투가 아니기에 크게 진다고 해서 죽지는 않는다. 스포츠에서는 항상 다음에도 싸울 수 있다. 이는 축구도 마찬가지이다. 성남과의 대배를 뒤로하고서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인천이 이 패배를 약을 삼을지, 독으로 삼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김인수 UTD기자(zkslqkf2000@hanmail.net)



김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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