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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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선언' 이범호 "꽃범호란 별명은 영원하겠지요"

기사입력 2019.06.20 05:37 / 기사수정 2019.06.20 13:46


[엑스포츠뉴스 광주, 조은혜 기자] KIA 타이거즈 이범호가 20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그는 "야구를 좋아했었던, 평범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다.

KIA는 지난 18일 이범호의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2000년 2차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은 이범호는 2011년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 한화에서 10년을, KIA에서 10년을 뛰었다.

이범호는 7월 13일 친정팀 한화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 타이거즈 출신이 아닌 선수의 첫 은퇴식이다. 통산 2000경기까지 단 5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는 이범호는 19일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아직 엔트리 등록은 하지 않고, 2000경기까지 남은 경기와 은퇴식을 준비할 예정이다. 다음은 은퇴를 결정한 후 이범호와의 일문일답.

-은퇴를 공식 발표한 후의 느낌은.
▲구단에서 이야기를 다 한 상태에서, 기사 뜬다고 하니까 기분이 묘하더라. 이제는 돌이킬수 없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정말 마지막으로 준비해야하는구나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 나한테 가장 현명한 선택이 아닌가,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는데, 은퇴를 결심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사람이 나를 판단해줄 순 없다. 내가 판단했을 때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내려오자라는 생각을 했었고, 35~6살부터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2군으로 내려갔을 때 내가 여기서 다시 준비해서 올라가면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까, 내가 앞으로 선수생활을 길게 하면 어느 정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답이 길어야 내년까지라고 나오더라. 길어야 내년까지 할 거면 올해 정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함평이 너무 멀더라(웃음).

-가족들은 어떤 말을 해줬나.
▲한 번 더 고민해보자고 했었다. 내가 설득했다. 여기서 더 해야 내년까지고, 다른 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없으니 나는 올해까지가 마지막인거 같다고 얘기했다. 와이프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그렇게 말하니 흔쾌히, 고생 많이 했다고 하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고 해줬다. 와이프에게 제일 미안하고도 고맙다.

-많은 기록들을 세웠는데 그래도 돌아봤을 때 아쉬운 기록이 있다면.
▲난 타율도 좋은 게 아니고, 컨택 면에서는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내가 밀어붙일 건 홈런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351개는 꼭 넘고 싶었다. (이)승엽이 형 기록은 못 갈것 같고, 양준혁 선배 기록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아홉수에 걸려서 끝나게 됐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앞으로 최소 5타석에 들어설 것 같은데.
▲많게는 7타석, 적게는 4~5타석 정도 남은 거 같다. 마지막 타석 즐겁게 치고,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기술적인 부분을 보충하면 마지막 타석들은 충분히 예전 했던 그 느낌대로 충분히 준비가 될 것 같다.

-선수 생활 마지막 타석에 대해 상상하던 그림이 있나.
▲은퇴가 언젠가 오겠지 생각했는데, 어떤 타석에 들어가야지 생각은 못 해봤다. 그 시간이 올까 반신반의 했다. 마지막 타석 들어갔을 때 많은 팬분들께서 박수쳐주시면 그게 제일 좋은 타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만루에서 내보낼 생각도 있다고 했다.
▲팀에 피해가 가게 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이라면 감사할텐데, 은퇴를 하면서 배려랍시고 그렇게 되면 팀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으니 연습 많이 하고, 칠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놓는 게 맞는 것 같다. 감독님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넣으실 지 모른다. 아직 엔트리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잘 한 번 만들어보겠다.

-통산 만루홈런 1위다. 찬스에서 강했던 이미지가 있는데.
▲언론이나 팬들이 선수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만루홈런을) 많이 못 쳤는데, 한두개 치다보니까 그런 상황에 대한 얘기가 자꾸 나왔다. 투수들도 그런 것을 의식하니까, 나는 편하게 치자라는 생각으로 들어갔고 공격적으로 쳤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만루가 되면 자신감이 생겼다. 원래 하던 것보다 더 부드럽게 방망이를 쳤던 것 같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야구선수 이범호를 만든 은인은.
▲현재 영남대 감독으로 계시는 박태호 감독님. 어릴 때, 그저그런 선수에게 참 연습을 많이 시켰다. 38도가 넘는 날씨에 한 시간 씩 혼자서 펑고를 받곤 했다. 그렇게 3년을 단련시키셨다. 그리고 정영기 스카우터. 당시 자신의 목을 내놓으면서까지 나를 뽑아야한다고 외치셨던 분이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님.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WBC도 못나갔을 것이다. 잘 이끌어주셨다. 즐겁게 야구했던 건 김기태 감독님과 있을 때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화 이글스에 지명이 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골 팀 선수를 2차 1번으로 뽑아주셔서 그 때 감동도 생각이 난다. KIA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할 때 만루홈런 쳤던 기억도 많이 남는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꽃범호라는 별명에 대해 얘기한다면.
▲내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야구인으로서 야구판에서 어떤 일을 하면서 지낼 지는 모르겠지만, 영원히 함께할 별명이다. 지도자가 되거나 다른 쪽 일을 하고 있어도 팬분들이 생각해주시면 영원하지 않을까. 좋은 감정으로 마음 속에 잘 새길 것이다.

-타이거즈 출신 선수가 아닌 선수로는 첫 은퇴식을 하게 된다.
▲뿌듯함을 가지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라는 그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 이 팀으로 온 게 나로서는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성숙해지고 프로선수로서 이미지가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정도도 아닌데 이 정도의 환대를 받는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 팀에서 마지막을 맞는 게 가장 좋겠다라는 생각에 은퇴 결정까지 내렸다.

-한화전에서 은퇴식을 한다.
▲한화와의 경기에서 하고 싶었다. 주말 한화전이 7월 밖에 없더라. 은퇴식이야 더 늦게 해도 무방하고 7월은 조금 촉박하기도 했지만 (김)태균이라도 한 번 안아주고, 힘을 주고 가고 싶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확실히 결정이 되지는 않았지만 9월에 일본팀으로 넘어가 10~11월까지는 배우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공부한 뒤 구단하고 잘 상의가 되면 내년에는 미국으로 가서 1년 정도 더 공부해보고 싶은 게 지금으로서 가지고 있는 일정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난 화려한 선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3할도 제대로 많이 못 쳐봤다. 중요할 때는 한 방씩 쳐주는 그런, 야구를 너무 좋아했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면에서 무사히 잘 마쳤다. '평범한'이 가장 좋지 않을까.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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