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썸씽로튼', 셰익스피어가 봐도 무릎을 탁 칠만한[엑's 리뷰]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도 살아돌아와 이 작품을 본다면 아마도 무릎을 탁 칠 터다.

시종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웃음을 유발하는 뮤지컬 '썸씽로튼'이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는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다.

영국의 코미디 작가 존 오 페럴과 캐리 커크패트릭,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손잡고 상상력을 펼쳤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고 두 차례에 걸쳐 전미 50 여개 도시를 찾았다. 현재 브로드웨이, 전미 투어의 마지막 도시이자 세계 두 번째로 서울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어둡고 야만적인' 봉건사회를 지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새로운 시대,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존 웹스터, 토머스 키드, 토머스 모어, 토마스 미들턴 같은 작가들의 활약이 이어지던 16세기 황금기다. 극 중 뭐니 뭐니 해도 당대 최고의 작가는 윌리엄 셰익스피어다. 모두가 열광하는 이 시대의 국민 작가다.

나이젤의 형이자 극단의 리더 닉 바텀은 극단에서 쫓아낸 셰익스피어의 성공에 질투를 느낀다. 투자가 끊길 위기에 처한 그는 대박 낼 작품을 쓰기 위해 점술가를 찾고, 앞으로 유행 할 공연이 노래와 춤을 섞은 뮤지컬임을, 또 셰익스피어의 인생작이 '햄릿'(Hamlet)에서 (조금 다를 뿐인) '오믈렛'(Amlette)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극단의 작가이자 낙의 동생 나이젤 바텀은 '오믈렛'보다 진실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서 추방된 이들은 기회의 땅 아메리카에서 뮤지컬의 싹을 심는다.

창의적인 소재가 눈에 띈다. 뮤지컬은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장르이지만, 정작 그 기원과 유래를 생각해본 이는 많이 없을 터다. 뮤지컬 '오믈렛'에 나오는 썩은 달걀을 제목으로 한 '썸씽로튼'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게 된 계기를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인 예언가가 노래로 진행되는 뮤지컬을 언급하자 닉은 난생처음 듣는 '괴상한 것'으로 취급한다. 어떤 사람이 보러오겠냐며 황당해하는 닉의 모습에 관객의 웃음도 터진다.

위트가 넘치는 전개로,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쾌하다. '이별은 그토록 달콤한 슬픔' 같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대사부터 '위키드', '시카고', '에비뉴Q', '라이언킹', '렌트', '레미제라블', '지킬박사와 하이드', '드림걸스', '캣츠' 등 대사와 장면을 재기발랄하게 넣었다. 다만 뮤지컬을 잘 보지 않는 이들이라면 바로 연상하기 어려울 순 있다.

주인공 바텀 형제를 비롯해 캐릭터들은 생기 넘친다. 르네상스의 놀 줄 아는 만인의 록스타로 표현했다.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창작의 고통을 토로하는가 하면 글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유명세가 더 좋다는 인물이다. 닉의 아내 비아는 여성의 역할이 한정된 시대에 살지만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남장도 불사하는 능동적인 여성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꼬집고 비틀기다. 비아는 1600년대는 남녀가 평등할 거라고 확신하고, 청교도인은 뮤지컬을 불경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가장 불경하다. 패러디와 풍자 등이 가득한 작품인지라 자막이 중요하다. 영화 '데드풀', '서치' 등의 황석희 번역가가 뮤지컬 번역에 처음 도전했다.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와 노래를 비롯해 킬링 넘버 '뮤지컬'(A Musical)부터 '웰컴 투 르네상스'(Welcome to Renaissance), '갓 아이 헤이트 셰익스피어'(God I hate Shakespear), 윌 파워’(Will Power), '썸씽 로튼'(Something Rotten) 등이 잘 어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