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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가의 브라질, 마지막 과제는?

기사입력 2009.10.12 22:25 / 기사수정 2009.10.12 22:25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3600m의 고지대 때문이었을까?

브라질이 볼리비아 징크스를 깨지 못한 채, 19경기 무패행진을 마감하며 2010 남아공 월드컵 17라운드를 마쳤다.

지난 2006년, 대표팀을 이끈 파헤이라의 후임 감독으로 부임한 둥가 체제에서 브라질 공격의 중심축을 담당한 호비뉴를 비롯해 줄리우 세자르, 마이콘, 안드레 산투스를 제외한 백업 선수로 나선 이번 경기에서 브라질은 볼리비아의 파상공세 속에 집중력을 잃으며 고전했지만 가능성을 얻었다.



▶ 파헤이라의 그늘을 벗어난 둥가의 브라질

브라질이 자랑하는 공격적 전술 4-2-2-2를 탈피한 둥가호의 브라질은 기본적인 포백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수비적인 펠리페 멜루와 질베르투 실바로 대표되는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며, 이들을 조율하며 볼을 배급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킥력이 좋은 엘라누를 선택했다.

3명의 미드필더 위에 꼭짓점으로 나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는 수비가담의 부담을 덜게 되었으며 자의적 해석에 따라 경기를 지휘할 수 있는 권력을 얻었기 때문에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마법의 4중주로 불리는 강력한 공격진을 보유한 브라질은 수비 부문에 대한 소극적인 전술 운영 때문에 5위라는 다소 참혹한 성적을 얻었다.

조별 예선부터 고전한 그들은 16강 전에서 가나를 상대로 3대 0 대승을 거뒀지만 문타리와 아피아로 이어지는 두터운 가나의 중앙 미드필더진의 압박에 고전하며 잦은 실점 기회를 허용했었다.

특히 비에이라와 마케렐레로 이어지는 강력한 허리진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뜻대로 공격진을 지휘한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를 상대로 시종일관 브라질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패한 모습은 참혹했다.

프랑스를 상대로 파헤이라가 들고 나온 4-2-3-1전술은 카카, 호나우디뉴, 주니뉴로 대표되는 3명의 세계적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무리한 지휘를 요구했으며, 대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제 호베르투와 이메르송의 부상 때문에 깜짝 출장한 질베르투 실바에게 과도한 수비 가담을 요구한 결과, 우왕좌왕한 분위기 속에서 농락당했었다.

화려한 발재간에서 나타나는 막강한 공격력만을 간직한 채 제대로 된 연결 없이, 실속을 잃은 브라질을 타파시키고자 부임한 둥가는 지도자 연수를 통해 감독으로서의 능력은 갖췄지만 경험 부족과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팀을 맡는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고전했다.

부임과 동시에,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를 버리며 다니엘 카르발류와 바그네르 로베, 알렉스 등.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한 둥가는 카카와 호나우디뉴를 배제시켰다.

2006-2007 AC 밀란에서 절정의 기량을 선사하며 팀의 7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2007년 발롱드르와 피파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주인공 카카의 부재는 둥가가 브라질을 망친다는 오명을 쓰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제2의 펠레'란 칭호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은 호비뉴를 최전방 포워드를 보좌하는 세컨드 탑 포워드로 기용한 점과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기용을 통해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와 경쟁시킨 점은 성공적인 도박이 되었다.

'브라질 최고의 선수' 카카에게 AC 밀란에서 보여준 포워드적 성향을 버리고 철저히 공격의 시발점으로써 지휘자 역할을 맡기게 된 점은 스페인에 세계 왕좌 자리를 뺏기며 고전하던 대표팀에게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의 우승을 선사하며 '세계 최강'이란 타이틀을 재획득시켰다.
 
비록 삼바 축구의 화려함을 주무기로 삼은 브라질이 지나치게 '안티 풋볼'을 표방한 점과 '선 수비 후 역습' 체제를 선택한 점은 기존의 브라질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지만, 둥가의 브라질이 공격적인 부문을 자제하는 대신 승리와 강자라는 멋진 선물을 가져다준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 마지막 열쇠를 찾기 위해 시작된 둥가의 실험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호나우두와 호마리우, 히바우두, 호나우디뉴로 대표된 '포워드 춘추전국 시대'에 돌입한 스콜라리 체제의 브라질은 호마리우를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제외하는 대신 3R로 불리는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디뉴의 라인을 완성했다.

이들의 뒤에는 수비적인 임무를 담당하는 3명의 수비수와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의 좌우 풀백을 윙백으로 보직변경시키며 이기는 축구를 선사. 통산 5번째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다.

훌륭한 선수를 많이 보유했다면 더 나은 선수를 기용하는 것보다 이 선수들을 하나로 융합시키는 능력이 더 중요할 것이다.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오른쪽 풀백인 다니엘 알베스와 마이콘을 보유한 브라질은 앞서 지적한 철학을 이어나가고자, 다니엘 알베스를 오른쪽 사이드 미드필더로 배치하며 오른쪽 풀백인 마이콘의 파트너로 낙점했다.

수비적 능력이 부족한 다니엘 알베스를 공격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면서 그의 돌파 능력으로 상대편 좌측 수비를 공략하는 점과 상대 좌측 공격의 돌파를 두 명의 선수가 막는 점은 지나친 경쟁구도에서 벗어난 협력적 관계를 형성했다.

브라질 역대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루시우의 부재 상황에 대비하고자, 미란다를 선발 출장시킨 점도 고무적이다. 루시우의 파트너인 루이장은 제공권 싸움과 1대 1대인 마크 상황에서는 위협적이지만 지나치게 루시우에게 의존하며 수비진을 이끌 수 없기 때문에 대표팀 초보에 가까운 '상파울루의 수비수' 미란다를 파트너로 내세우면서 수비진 운영 지시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전반전 2번의 실점을 통해 위기에 직면한 브라질의 수비진은 후반 들어 원활한 호흡을 보여주며 홈 이점을 제대로 살린 볼리비아 공격진을 차단했다.

이번 경기에서 둥가는 카카의 부재 상황은 '애국자에 가까운 기복의 황제' 줄리우 밥티스타 대신 팔메이라스에서 좋은 모습을 선사하며 브라질 리그 최정상 미드필더로 손꼽히는 디에고 소우자를 내세웠다.

볼리비아 원정이란 최악의 상황 때문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지난 3번의 월드컵 기간 동안 이어진 주목받는 선수의 혹사 문제를 고려할 때 [호나우두, 지네딘 지단, 호나우디뉴는 대회 직전까지 최고의 활약을 예상했지만 혹사와 부상 문제 때문에 자신의 진가를 100%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브라질 대표팀이 순항하고 있으며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 2기에서 카카에게 부여한 임무를 고려할 때 카카에게 혹사 문제가 대두할 가능성이 크다] 디에고 소우자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카카의 이상적인 백업이 될 것이다.

경기가 끝난 후, 이번 경기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된 디에고 타르델리는 브라질 언론 글로보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점은 동기 부여를 가능하게 했다. 디에고 소우자와 나는 대표팀을 위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브라질은 화려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공격력은 사라졌지만 토너먼트에 대비한 끈질김과 여유, 인내심, 그리고 강력한 체력이란 요소가 더해졌다. 기존의 브라질이 가지고 있던 화려함 속에 감춰진 삼바 축구와는 다소 거리가 생겼지만 효율적으로 변했다.

게다가 주전 선수들과 주요 전술이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둥가의 브라질은 남은 7명의 엔트리를 위해 더욱 전진할 것이다.

과연 둥가의 실험에서 살아남을 선수는 누가 될까? 앞으로 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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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징크스에 고배를 마신 브라질

[사진='세계 최강'을 노리는 브라질 국가 대표팀 ⓒ 국제 축구 연맹 , 브라질 축구 협회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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