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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시련의 체코, 프라하에 봄은 오는가

기사입력 2009.10.09 17:05 / 기사수정 2009.10.09 17:05

조형근 기자



유럽축구에 관심을 두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남자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금발 머리를 휘날리면서 강철같은 체력,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환상적인 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우리에게 열광을 안겨주었던 사나이.

그의 이름은 바로 유벤투스와 체코 공화국의 전설인 '파벨 네드베트'다.

우리는 아직도 네드베트가 이끌던 유로 2004 당시 체코 대표팀의 환상적인 공격축구를 기억한다. 비록 대회 우승은 그리스가 가져갔지면 네드베트를 중심으로 갈라섹, 포보르스키, 로시츠키와 호흡을 맞춰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던 체코 대표팀은 당시 대회 최고의 팀으로 꼽힐 만한 자격이 있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체코 대표팀의 피파랭킹은 2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0년 월드컵 지역예선을 치르는 현재, 체코 대표팀은 과거의 위용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타락한 채 아직도 조 예선 4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사실 체코의 이러한 몰락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팀의 핵심 미드필더였던 네드베트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있지만, 체코가 자랑하는 최고의 장신 공격수였던 얀 콜레르의 노쇠화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였다.

밀란 바로시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빅맨' 콜레르가 늙어간다는 것은 체코 공격력이 적어도 40% 정도는 급감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독일 월드컵에서 세트피스 상황과 페널티 에어리어 내에서 우월한 키를 바탕으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능력과 득점 능력을 뽐내던 콜레르가 부상으로 빠지고 로크벤치와 스타이네르 등이 빈자리를 메우는 순간, 체코 대표팀은 정말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가나와 이탈리아에 연패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유로 2008에 와서도 이어졌다. 비록 그 당시엔 파티흐 테림 감독이 이끄는 터키의 마법 같은 골에 희생당한 감도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최전방 공격의 창이 무뎌진 것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올해, 체코 축구의 약화를 가져온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으니 그것은 바로 이웃나라 슬로바키아에 옌드리섹의 결승골로 2-1의 충격패를 당한 날 대표팀 선수들이 매춘부들과 광란의 파티를 벌인 것이 밝혀지며 팀의 핵심 선수들인 토마시 위팔루시, 밀란 바로시, 바츨라프 스베르코시, 마르틴 페닌, 라도슬라프 코바치, 마렉 마테요프스키 6명이 제명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세대교체보다 기존 선수들만을 중용했던 페트르 라다 감독도 선수단 장악 문제로 인해 경질당하게 되니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사건 이후 체코 축구협회장이었던 이반 하섹이 감독직으로 깜짝 취임한 이후 체코 대표팀이 조금이나마 과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웃나라 슬로바키아 원정에서 2:2로 비기고 산마리노를 상대로 7:0의 화끈한 화풀이는 과거 지역예선에서 약팀을 상대로 화끈하게 화력을 집중시키던 위용 그대로였다.

물론 체코 대표팀을 2010년 남아공에서 볼 수 있는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체코 대표팀은 이번 주말부터 폴란드와 북아일랜드 2연전을 치러야 하는데 다행인 점은 그들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수도 프라하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다.

체코는 이 두 경기에서 승리하고 슬로바키아가 슬로베니아를 잡아주면 조 2위로 뛰어오르며 플레이오프를 노릴 수 있게 된다.

하섹 감독은 이번 2연전을 위해 20명의 명단 소집을 완료 지었다. 체흐가 지키는 골문이 여전히 건재하고 그리게라, 얀쿨로프스키, 로제날, 후브니크 등의 수비진은 제법 단단하다.

가장 체코에게 희망적인 것은 네드베트를 이어 체코 대표팀에 영광을 가져다줄 사람인 '그라운드의 모차르트' 토마시 로시츠키의 복귀다.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인 바로시가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호재다.

물론 체코 대표팀은 폴란드전에서 최근 3연패를 기록하며 폴란드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체코에겐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끝나버렸지만, 2009년 지금 이번 주말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에는 또 한 번의 봄이 오게 될까, 아니면 정처없는 쓸쓸한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까?

체코 국가대표팀 명단 (20명)

GK : 페트르 체흐(첼시), 안토닌 킨스키(사투른 라멘스코예)

DF : 즈데녝 그리게라(유벤투스), 로만 후브니크, 온드레이 쿠스니르(이상 스파르타 프라하), 마렉 얀쿨로프스키(AC 밀란), 즈데녝 포스페흐(FC 코펜하겐), 다비드 로제날(함부르크 SV), 토마스 시복(베식타스)

MF : 토마스 휩시만(샤흐타르 도네츠크), 다비드 야롤림(함부르크SV), 야로슬라프 플라실(보르도), 다니엘 푸딜(겡크), 토마스 로시츠키(아스날), 미하엘 스베츠(히렌벤)

FW : 밀란 바로시(갈라타사라이), 아담 흘루섹(슬라비아 프라하), 토마스 네시드(CSKA 모스크바), 바츨라프 스베르코시(소쇼), 이지 스타이네르(하노버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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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체코 대표팀 선수단ⓒ체코 축구협회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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