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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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타격왕' 박용택이 명예를 회복하는 방법

기사입력 2009.09.26 03:14 / 기사수정 2009.09.26 03:14

이동현 기자

박용택 ⓒ LG 트윈스
박용택 ⓒ LG 트윈스


[엑스포츠뉴스=이동현 기자] "오늘도 아마 100% 출루 할거에요. 걸어서."

25일 잠실 LG-롯데전. 덕아웃에서 경기를 준비하던 롯데 홍성흔은 이날 LG 선발이었던 한희에게 이번 시즌 100% 출루를 기록했다는 기자의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홍성흔의 예상은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적중했다. 홍성흔은 1회와 3회, 5회, 7회에 각각 타석에 들어서 모두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9회에 딱 한 번 주어진 '칠 기회'에서 중견수 플라이에 그쳐 100% 출루를 못 했을 뿐이다.

LG 투수들이 홍성흔과 정면승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경기 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다. 박용택의 수위 타자 타이틀을 지켜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홍성흔의 타율을 묶어 두는 것이었고, 볼넷은 편리한 수단이었다. 정상적인 승부로 포장만 잘 했어도 LG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양새가 지나치게 나빴다. 기록상 고의 4구가 없었을 뿐, LG는 홍성흔을 피해 도망다니기에만 급급했다. 처음 네 타석에서 홍성흔은 17개의 공을 보냈고, 그 중 스트라이크는 딱 하나뿐이었다. 대부분의 투구는 도저히 칠 수 없는 코스였다.

1만8천여명의 관중이 지켜보고 있었지만 LG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페어 플레이 정신은 사라지고 대신 치졸한 타이틀 챙겨주기로 얼룩진 경기에 야유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이날 본부석에서 경기를 지켜 본 2010년 LG 신인 선수들은 과연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지 의문이다.

사실, 이날 벌어진 '추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박용택일지도 모른다. 이번 시즌 박용택이 기록한 타율 3할7푼4리는 82년 백인천(0.412), 94년 이종범(0.393), 87년 장효조(0.387)에 이어 역대 한 시즌 최고 타율 네번째에 해당한다.

그러나 시즌 막판 예상치 못했던 '먹물'이 튀는 바람에 박용택의 훌륭한 성적표에 흠집이 나게 생겼다. 비난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고는 하지만 84년 홍문종에게 9연타석 고의 볼넷을 내주며 이만수에게 타격왕을 안겨준 사건은 4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야구팬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박용택은 한 시즌 동안 잘 쌓아온 성적이 한 순간에 '비겁한 기록'으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박용택이 '진정한 수위 타자'의 명예를 되찾는 방법은 없을까.

딱 한 가지가 있다. 26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히어로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당당히 선발 출장해 실력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박용택이 '벤치에서 만든 타격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어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LG는 한 경기가 남았고, '쿨가이' 박용택에게는 그의 별명처럼 쿨하게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아직 살아 있다.

[사진 = 박용택(자료 사진) ⓒ LG 트윈스 제공]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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