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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의 추락, 그 끝은 어디인가

기사입력 2009.09.25 11:05 / 기사수정 2009.09.25 11:05

취재편집실 기자

[엑스포츠뉴스] [풋볼코리아닷컴=김재호]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중후반으로 접어든 올 시즌 K-리그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해주는 말이 있을까. 올 시즌 K-리그의 최대 이슈였던 돌풍의 팀들-강원FC와 광주상무-이 동력을 잃으면서 점차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광주상무의 추락은 극적이다. 한 때 리그 1위 자리까지 오르며 K-리그 팬들로 하여금 '모처럼 제대로 된 이변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그들이지만, 지금 현재 그들의 성적은 9승 3무 10패로 8위. 6강 진출의 마지노선으로 불리고 있는 '5할 승률'마저 무너진 상태다.

추락에 날개가 없다

2009시즌을 맞이하는 광주의 모습은 괜찮았다. 일단 알찬 선수보강이 이뤄졌다. 최성국이라는 걸출한 판타지스타의 영입도 영입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박병규, 배효성, 최원권, 장현규 등 전 소속팀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하며 '궂은 일 도맡아하던' 수비자원들이 대거 영입된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여기에 김용대, 강민혁, 이완, 김명중, 송한복, 고슬기 등 지난 시즌부터 활약해 온 2년차 선수들이 합세, 여느 다른 팀 못지않은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시즌을 맞이했다. 뚜껑을 열었을 때 나온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개막전에서 대전을 3대 0으로 대파한데 이어 서울(3월 21일 1대 0 승), 인천(4월 12일 1대 0 승), 수원(5월 10일 2대 0 승) 등 강팀들을 제압하면서 선두권을 다퉜다.

비극은 7월부터 시작되었다. 7월 4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접전 끝에 2대 3으로 패한 이후 9월 25일 현재까지 거둔 승점은 8월 30일 강원과의 원정경기에서 얻은 1점이 전부. 7월 이후 1무 8패,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내용 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덟 번의 패배 중 무려 7번이 한 점차 패배다. 8월 22일 전남전에서는 한 골을 따라붙은 뒤 2분 만에 다시 골을 허용하면서 무너졌고, 9월 20일 경남전에서는 선제골을 기록하고도 후반에 동점골, 역전골을 내리 허용하면서 패하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경기들이 이어진다면 광주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꿈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의 되풀이

초반의 상승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광주의 모습은 흡사 지난 시즌을 보는 듯하다. 지난 시즌 광주의 출발은 좋았다.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성남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다음 라운드에서 경남에 승리, 이후 부산, 서울, 울산, 전북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친 뒤 전남에 3대 1 승리를 거두면서 중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광주는 5월 5일 정규리그 대구전부터 10월 18일 정규리그 수원전까지, 총 23경기에서 5무 18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프로축구 최다경기 연속 무승 기록'을 갈아치우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그 상승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는가의 차이만 있을 뿐, 초반의 상승세와 대비되는 하락세를 보이는 모습은 지난 시즌의 되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광주 상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지난 시즌 광주는 수비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좋은 활약이 기대되었던 강민혁과 장경진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 국가대표 수문장 김용대와 박종진, 김태윤, 이완 등이 분전했지만 상대의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강조 감독은 시즌 종반까지도 4백과 3백을 번갈아가며 실험해야 할 정도로 수비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 시즌 광주는 대대적인 수비진 보강을 이뤄냈다. 시즌 시작 전 박종진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장현규, 배효성 등 새로 영입된 수비수들과 강민혁, 이완 등 기존의 수비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9월 25일 현재 그들이 허용한 26실점은 결코 많은 실점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드필더와 공격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중원에서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주던 박병규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 거기에 팀의 주득점원인 김명중과 최성국은 각각 6월 21일 울산전, 6월 27일 성남전 이후 골소식이 없다. 광주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성국은 최근 부상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어둡기만 한 6강 전망

프로축구는 9개월 동안 진행되는 장기레이스이다. 각 구단들은 이에 대비해 시즌 시작 전 선수 운영에 대한 치밀한 구상을 세워놓는다. 그러나 계획된 선수들로만 시즌을 운영할 수는 없다. 부상 등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각 구단들은 후보 선수들 중에서 이를 대체할 자원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팀에서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대체한다. 그러나 광주 상무는 이러한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팀이다. 일단은 한 번 시즌이 시작되면 추가 영입이 불가능하다. 40명이 넘어가는 결코 적지 않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기서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 그것은 곧 팀을 지탱하고 있는 몇몇 주전 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전열에서 이탈할 때 이를 적절히 대체할 자원이 없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광주는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 바로 그대로 주저앉는 모습을 되풀이해서 보여주고 있다.

광주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바로 전역을 코앞에 둔 2년차 선수들이다. 이들의 머릿속은 온통 원 소속팀에 들어갔을 때 자신의 자리가 있는가, 혹은 새로운 팀을 찾아 어디로 가야하는가 등의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그런 이들마저 10월 22일이면 예비군복을 입고 성남을 떠난다. 그리고 광주는 10월 18일 전북과의 원정경기부터 1년차 선수들만으로 구성된 선발진을 이끌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2003시즌부터 K-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광주상무는 그동안 군팀의 한계 속에서 고군분투 해왔다. 그리고 올 시즌, 그들은 2004년 자신들이 세웠던 시즌 최고 순위 8위를 넘어서 K-리그 참여 이후 최초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수준급 용병들로 중무장한 경쟁 팀들을 따돌리고 6강 플레이오프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그들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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