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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 국제심판 고성희, "김연아는 피겨계의 모차르트"

기사입력 2009.09.04 09:58 / 기사수정 2009.09.04 09:5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은 2분 40초와 4분의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종목이다. 이 순간 동안 각종 기술과 예술성을 잡아내 점수로 기록하는 몫이 심판의 일이다. 채점방식으로 진행되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심판의 역할은 매우 크고 절대적이다.

점프를 비롯한 여러 가지 기술요소와 표현력 등을 판정하는 심판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가 있다. 현 인터내셔널 심판이자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심판 이사인 고성희(36) 위원은 피겨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 출신 선수이자 국제심판과 피겨 해설가 등으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선수에서 은퇴할 때, 다시는 빙판을 찾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됐고 여전히 피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평생 해온 일만큼 편안한 분야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판의 역할은 물론, 방송 해설가와 지도자의 역할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고성희 위원을 만나봤다. 때론 엄격한 위치에 있어야 할 심판의 자리가 힘들 때도 있지만 피겨 스케이팅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일이 더없이 즐겁다는 그녀의 '피겨 사랑'을 들어봤다.

Q :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재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설명해 주시죠

- 국제심판으로 7~8년 동안 활동해 왔어요. 그 전에는 국내 심판으로 활동했었죠. 인터내셔널 저지(International judge)는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와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그리고 각종 B급 국제대회의 심판을 맡을 수 있어요. 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대회, 그리고 세계선수권과 같은 큰 대회는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심판이 담당하게 되죠. 현재 국내에서 ISU 심판으로 계신 분은 이지희 빙상경기연맹 부회장님이 유일합니다.

Q : ISU 심판이 되는 시험과 검증이 매우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시 고 위원님도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 준비는 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한데 어렵지만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합니다. (웃음)

Q : 고 위원님은 선수시절, 국가대표로 활동하셨습니다. 80년대에 활약하셨는데 그때는 카타리나 비트(44, 독일, 84년 사라예보,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를 비롯한 '피겨의 전설'들이 활동하던 시절인데요. 이 시절에 활약한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실제로 카타리나 비트와 이토 미도리(40, 일본, 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등과 함께 경기를 해본 적도 많았어요. 한번은 카타리나 비트 다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조금은 주눅이 들었어요. (웃음) 비트가 연기하고 난 다음, 관객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나왔었죠. 그러한 분위기에 짓눌린 기분도 있었고 앞에서 너무 완벽한 연기를 하니고 나니까 의기소침해 지는 면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토 미도리도 기억에 많이 남는 선수에요. 당시 여자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현장에서 직접보고 무척 놀랐어요. 점프의 탄력과 비거리, 그리고 파워가 정말 대단했죠. 아직도 여자 선수가 그만한 트리플 악셀을 뛰는 모습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한번은 이토 미도리가 점프를 뛰는데 카메라 화면에서 벗어난 적도 있었죠. (웃음) 그만큼 대단한 점프와 기술을 구사했던 선수가 이토 미도리였어요.



Q : 80년대에는 여자 싱글 선수들에게 '더블 악셀'도 대단한 기술로 취급됐었죠?

- 맞아요. 그때는 더블 악셀을 뛰는 것이 모든 선수들에게 큰 목표였어요. 트리플 점프 2개만 뛰어도 세계정상권에 근접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현재는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1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더블 악셀을 뛰고 트리플 5종 점프를 마스터하는 선수들도 속속히 늘고 있잖아요?

심판을 하면서 가장 놀랬던 적은 초등학교 시절의 (김)연아(19, 고려대)를 볼 때였어요. 마르고 가냘픈 몸을 가진 아이가 트리플 점프 5가지를 모두 뛰는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제가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나타났던 거죠. (웃음)

Q :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와 자주 만났을 것 같은데요?

- 지금은 연아가 워낙 큰 선수가 돼서 자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죠. (웃음) 심판의 기본자세는 어느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을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자국의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일 때, 내심 흐뭇해지는 것은 사실이에요. 연아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외국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을 보고 부러웠던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연아의 등장 이후, 상황이 많이 변했죠. 다른 국가의 관계자가 찾아와 "당신 나라에서 온 저 선수, 정말 대단하다"라고 칭찬을 들을 때는 정말 뿌듯했어요. 심판의 위상도 자국의 선수들이 얼마나 잘 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연아가 심판의 자존심도 한껏 세워줬어요.

Q : 위원님도 국가대표로 오랫동안 활약해 오셨는데 정확히 언제 대표 선수로 발탁되셨나요?

- 초등학교 5학년 때 태극 마크를 달았어요. 상당히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가 됐는데 당시로선 '최연소 국가대표'였죠. 이후에 연아와 (신)예지(21, 서울여대)도 최연소로 국가대표 선수가 됐어요.

6살 때,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었는데 언니의 영향으로 시작했어요. 언니가 먼저 스케이트를 탔고 저도 따라서 빙판에 서게 됐죠. 그 이후로 계속 선수로 활동하다가 둘 다 국가대표가 됐어요. (웃음) 자매가 나란히 태극 마크를 달고 선수로 활동했지만 언니는 중간에 다른 길을 걷게 됐죠.

하지만, 저는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스케이트밖에 모르면서 성장했어요. (웃음) 선수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빙판을 찾지 않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됐었죠. 하지만, 결국엔 피겨와 관련된 길을 걷게 됐고 이 일만큼 저에게 편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Q : 선수로 활동했었던 많은 분들은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데 심판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은퇴를 할 때, 학업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평생 아이스링크에서 운동만 하다 보니 공부를 못한 '한'이 맺어있었죠. 그래서 은퇴 이후, 학업에 매달렸고 결국은 박사과정까지 마치게 됐어요.

학업에 파고들면서 심판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공교로운 점은 제가 선수시절에는 심판을 그리 존경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웃음) '왜 이 부분에서 점수를 이것밖에 안 줄까?'하는 의문점이 많았고 때론 심판들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 때도 많았죠.

하지만, 막상 이 자리에 있다 보니 심판의 위치가 얼마나 힘들고 공명정대한 자리인지를 깨닫게 됐어요. 또한, 선수가 열심히 땀 흘려 노력한 결과물을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정확하고 공평한 점수를 매기기 위해 항상 꾸준하게 공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봐요.

Q : 고 위원님은 최근 해설가로도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피겨 해설이라는 분야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일을 하고 계신 소감과 어려움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아직 경쟁 대회는 해설해 본 적이 없고 아이스쇼만 해설을 해왔어요. 처음에 모 방송사의 스포츠전문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페스타 온 아이스2009'와 '현대카드 슈퍼매치 - 슈퍼 클래스 온 아이스'등을 해설했죠. 방상아 SBS 해설위원님과 거의 같은 시기에 시작해 왔죠. (방)상아 언니는 공중파에서, 전 케이블에서 활동하면서 서로 조언을 해준 사이였어요.

예전에는 피겨 중계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실수를 해도 묻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피겨의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갔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팬들도 늘어나 바짝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웃음)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먼저 알아가고 있었지만 지금은 판도가 바꿨어요. 팬들이 먼저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죠.

Q : 국내 피겨 해설가로서는 방상아 위원님이 가장 인지도가 높으신데 방 위원님의 해설을 어떻게 보고 개신지요?

- 방상아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스케이트도 함께 탔던 선배였어요. 해설을 보면서 느낀 점은 피겨 팬들의 기호를 잘 캐치하고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아시는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을 편하게 하고 시청자들의 궁극적으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피겨를 친근한 종목으로 소개하는 것이 해설가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Q : 피겨를 하시는 분들의 공통점은 가슴을 흔들어 놓은 스케이터가 저마다 한두 명씩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 위원님의 심금을 울렸던 스케이터는 누구인가요?

- 커트 브라우닝과 브라이언 오서요! (웃음)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이 벌어질 때, 전 중학교 학생이었어요. 그 때, 서울 올림픽을 홍보하러 캘거리에 갔었는데 그곳에서 커트 브라우닝이 연기하는 모습을 봤었어요. 커트 브라우닝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초로 4회전 점프를 구사한 선수로 알려져 있죠.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의 점프 스케일과 기술은 정말 멋있었어요. (웃음)

그 때 브라이언 오서도 활동하고 있었죠. 지금도 수려하시지만 젊었을 때의 오서는 정말 멋졌어요. (웃음) 점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파워가 실로 대단했습니다. 다리 힘이 워낙 좋아서 펜스를 걷어차면 스케이트 날이 부러질 정도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토록 뛰어난 파워에 기반을 둔 '트리플 악셀'은 대단했죠.     

Q : 신 채점제의 시대가 오면서 채점이 더욱 디테일해졌는데요. 경기를 보고 직접 점수를 매기는 위치에서 신 채점제의 방식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구 채점제의 특징은 '상대 평가'가 강했어요. 예를 들면 특정 선수가 어려운 고난도의 기술과 뛰어난 표현력을 구사하면 그렇지 못한 다른 선수와 비교돼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있었죠. 하지만, 신 채점제가 도입되면서 '상대 평가'의 개념이 사라졌어요. 디테일한 점수를 매겨야 하기 때문에 특정 선수가 몇 위권에 속하는 지를 짐작 못 하게 됐죠.

신 채점제의 목적은 '심판이 1, 2등의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점수를 누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구 채점제의 경우는 돈을 지불하고 나면 그 금액이 정확하게 어떻게 쓰였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케이스였어요. 하지만, 신 채점제는 '영수증'을 볼 수 있도록 바꿨다는 점이죠. 신채점제는 기술의 요소가 정확하게 몇 점을 받았고 가산점과 감점이 어떻게 매겨지는지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요.

바로 이러한 점이 '신 채점제'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정이 이렇게 바뀌고 나서 부정행위도 방지할 수 있게 됐고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게 됐습니다.

Q : 올 시즌을 앞두고 채점 규정이 바뀌었는데요. 이 점을 놓고 말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뚜껑이 열어져야 결과가 나온다고 봅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TP(테크니컬 패널)이 슬로우 모션을 볼 수 없고 TP가 매긴 '<(다운그레이드)'를 심판진들이 볼 수 없게 됐는데 이러한 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시죠.

-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연아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아는 그동안 어떠한 규정 속에서도 강했어요. 이유는 연아 만큼, 정확한 점프를 구사하는 스케이터는 드물기 때문이죠. 또한,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새 규정에 대해 딱히 불만을 말하지 않고 자신감을 표명했어요. 이러한 사실만 봐도 현재의 분위기가 고무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중요한 점은 가산점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 있어요. 정확한 점프와 높은 비거리, 여기에 점프 앞에 스텝이 곁들어지면 훨씬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이러한 점은 연아에게 분명히 유리하게 작용할 부분입니다.

Q : 고 위원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김연아 선수가 지난달에 벌어진 '삼성 애니콜 하우젠 아이스올스타즈'를 마치고 출국하기 전에 한 기자회견이 떠오르는군요. 그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연아가 인상적인 발언을 했는데 "점프를 뛰는 전에 진행되는 스텝을 높여서 가산점을 얻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원래부터 김연아 선수는 가산점을 얻는데 강했지만 이 부분에서 확실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보이더군요.

- 바로 그 점이죠! 사실, 점프를 하기 전에 스텝을 높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어려운 점프일수록 들어가는 활주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점프를 앞둔 상황에서 벌어지는 활주와 도약이 좋은 점프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과정인데 그 사이에 스텝을 넣는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거죠.

현재 연아가 구사하는 기술 중,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은 굉장히 높은 가산점을 받고 있어요. 점프에 들어가기 전에 이너바우어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이나 스텝을 곁들인 상태에서 점프를 구사한다면 예전보다 훨씬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요.

실수를 하면 감점을 받듯, 정확하고 어려운 기술을 구사하면 더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강화됐기 때문에 연아와 오서도 자신감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Q : 고 위원님은 김연아 선수의 곁에 있는 코치가 아닌, 중립적인 심판의 위치에서 꾸준히 관찰해 오셨습니다. 심판의 위치에서 본 김연아가 어느 정도의 선수라고 생각하시나요?

- 정말 객관적으로 볼 때, 연아는 '천재'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음악의 거장을 예로 들면 피겨계의 모차르트와 베토벤이라고 말할 수 있죠.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고지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만 '천부적인 재능'은 그 이상의 영역까지 이끌어요. 연아는 한계의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어요.

꾸준한 연습으로 인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높은 고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죠. 연아는 최고의 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고루 지니고 있었어요.

Q : 김연아의 점프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쓰리턴으로 구사되는 김연아의 점프를 보고 있으면 캐나다 남자 스케이터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김연아의 스승인 브라이언 오서도 워낙 파워가 좋았는데 제자인 김연아의 파워도 만만치 않다고 보는데요? (웃음)

- 연아가 구사하는 점프는 남자 스케이터들의 구사하는 점프와 비슷해요. 점프를 보면 남자 파워가 느껴질 정도죠. 그 정도로 다리 힘도 매우 좋고요. 점프 스케일도 여자 선수보단 남자 선수와 흡사해요.

점프에 들어가기 전, 빠른 속도를 무서워하지 않고 그 가속도를 활용해 뛰는 자세가 '교과서적인 점프'를 완성했어요. 좋은 점프에서 반드시 수행될 요소는 '빠른 속도'입니다. 반대로 치팅 점프를 비롯한 나쁜 점프는 속도가 방해요소가 되죠.

부정확한 점프를 뛰려면 속도를 줄이게 되는데 연아는 속도를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뛰고 있어요. 가속도가 더 붙이면 점프의 스케일과 비거리도 더욱 확장되죠. 연아의 점프가 남자 선수처럼 스케일이 큰 원동력은 엄청난 '스피드'와 그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Q : 김연아 선수의 장점을 말할 때,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김연아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가장 감탄이 드는 점은 '실전에서 강할 수 있는 정신력'이라고 보는데요.

- 바로 그 점이 연아가 지니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죠. 실전에서 강할 수 있는 점도 실력이라고 봅니다. 이 부분은 누가 가르쳐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죠. 근본적으로 긴장감을 다스릴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데 연아는 그것마저 갖췄어요.

아이스링크에 들어선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긴장감을 이겼는지 아닌지가 확연하게 보여요. 연아는 자신을 다스리고 경기에 집중하는 표정이 일관적으로 나타났었습니다.

Q : 김연아 선수가 나온 이후, 피겨 유망주들의 성장도 눈에 띄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최근에 등장하는 선수들은 모두 일찍부터 더블 악셀을 마스터하고 트리플에 도전하고 있는데 이들 선수들을 보시면서 느낀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다들 대견하죠. (웃음) 중요한 것은 어린 선수들일 경우, 성장 가능성을 쉽게 점치는 것보다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여자 선수들의 경우엔 좀 일찍 발전 가능성이 나타나지만 남자 선수들은 고등학교 이후에 판단해야 하거든요? 현재 국가대표와 상비군 등에서 성장하는 선수들 모두 발전 가능성이 충만해요.

Q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피겨 선수들이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데 국제심판의 길을 가겠다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제심판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남겨주시죠

- 심판의 자리는 무엇보다 소신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신념도 가지고 있어야겠죠.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하면 피겨 스케이팅을 오랫동안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피겨에 대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기는 점에도 만족하고 있어요.

피겨와 관련된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피겨에 대한 열정과 탐구하고자 하는 열의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빙판 위에서 땀을 흘린 선수를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Q : 장시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지금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준비하고 계신데 이번 시즌도 잘 치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사진 = 고성희,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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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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