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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의 역설…왜 '앱'보다 '드립'에 집착하나?

기사입력 2018.07.19 06:32

백종모 기자

'배달의 민족'은 왜 B급 감성과 '드립(애드립)'에 집착할까. 이들은 본업인 '배달 앱'을 광고하기보다 기발한 발상으로 사람들을 웃기는데 열과 성을 쏟는다.

18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코엑스 공동 주관으로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18'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진행된 콜로키엄(세미나)에서 우아한형제들의 한명수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브랜드와 라이선싱의 성공적 융합 사례'를 주제로 발언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 앱 사업은 호조세에 있다.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돌파했고 실제 사용자는 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1626억원의 매출과 217억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마케팅 방법은 독특하다. 가급적 '우리 배달앱을 많이 이용해 주세요'라는 '본질'을 감추고 다른 부분을 내세우려 한다. 가령 '다 때가 있다'는 특이한 카피라이터를 내세운 때수건을 만들어서 판다. 이에 그치지 않고 특이한 문구를 담은 제품을 계속해서 만든다. 본업과는 관계없이 '우리는 기발하다'는 것을 어필하는 시도들이다. 왜 이 회사는 왜 이러한 '비본질'에 집착하고 있을까.

'때수건'을 만들어 파는 이유에 대해 한명수 CCO는 "재미있어서 만든다. 6년째 만들고 있는데, 실제로 꽤 잘 팔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걸로 돈을 못 벌어도 상관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남다르고 재미있게 하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을 못벌어도 상관없다는 의도는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개그맨 양세형과 콜라보 한 실내화 제품 '똑똑똑 실내홥니다'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저소득 노인들에게 기부됐다. 올해 1월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 '면접의 신' 방송 중 양세형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한 것이었다. 이 제품 판매로 우아한형제들은 '기발한 아이디어', '과감한 실천력', '개념 있는 회사'라는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한 CCO는 이런 시도에 대해 '실험' 또는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내부에서 이런 작업들을 하는 게 굉장히 즐겁다. '우리가 하는 언어가 다른 데에서도 먹힌다' 그것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말했다.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문화라 여기고, 회사 내부로 부터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한 CCO는 "저희들이 송파구의 조그만 마을에서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하고 돈도 버는가, 이런 것에 대해 (어필했다)"며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할 뿐인데, 이런 것들을 '인터널 브랜딩'이라는 용어로 좋게 포장해서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널 브랜딩이란 제품을 만드는 직원(구성원)의 가진 철학이나, 제품이 만들어진 스토리 등을 강조해 소비자로 하여금 신뢰를 갖게 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자신들이 일하는 법을 정리해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이름의 목록형 문서로 정리해 SNS와 블로그에 올렸다. 이렇게 기업 문화와 가치관을 내세우는 것도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자율주행 기반 음식 로봇 개발이나 배달원들의 안전사고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한 CCO는 "이런 개발도 하고 있다는 점과, 배달 시 사고가 잦다는 점에서 착안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끔은 우리가 이런 일도 한다'는 어필인 셈이다.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이유는 뭘까. 이는 마케팅 방식의 발상을 전환한 것이다. 한 CCO는 "우리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앱 많이 이용해 주세요'라는 말을 우린들 왜 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라고 말했다. '듣고 싶은 이야기'란 기발하고 재미난 이야기와 스토리를 말한다. 이런 것들은 우아한형제들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젊은이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재료가 된다.

'배민 신춘문예'도 이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배달음식과 다이어트를 주제로 쓴 시 또는 시조 공모전으로, 'SNS 단편 시'라는 형식을 모티브로 젊은이들이 마음껏 '드립(애드립·재치있는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대상작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는 우아한형제들의 켐페인 진행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인디밴드 '런치백'이 이에 영감을 얻은 곡을 발표했고, 우아한형제들은 김혜자와 김창렬을 섭외해 뮤직비디오를 '공짜로' 만들어줬다. 이번 주 시행 예정인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 시험'은 회사 내부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이 외부에서 대박 난 사례다. 한 CCO는 "외부 사람들과도 한 번 즐겨볼까 하는 생각에 작년에 진행해봤더니 대박이 났다"며 "올해는 부담감을 안고 공인 인증을 받아 기출 문제집도 팔고 있다"고 말했다. 

한 CCO는 2014년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 당시 '배달의 민족'에는 사실 쓸만한 것들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궁리 끝에 디자이너 출신인 김봉진 대표가 만들었던 전단지, 자체 한글 폰트 등을 모티브로 무언가 '재미있는 놀이'를 해보자 결정했다. 한 CCO는 "모던하고 예쁜 서체가 아닌, 굉장히 어수룩하고 이상한 것이었다. '회사의 모든 언어를 이것으로 만들어 보자'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달의 민족'의 캐릭터는 특정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이러한 한글(독자적 폰트)로 만든 '재미난 언어' 즉 광고 카피에 있다. 한 CCO는 서체를 '목소리'에 비유했고 광고 카피는 '한글 놀이'나 '언어유희'로 표현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카피들로 에코백 같은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한글을 모티브로한 '패션쇼'도 개최했다. 이들이 무기로 삼은 '언어'가 어디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실험적으로 시도해 본 일들이었다. 이런 시도가 이어지며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됐고, 이는 지금의 광고에도 비슷한 톤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렇게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를 라이선싱(사용권 계약)을 통해 더욱 확장시켰다. 혼자서 할 때는 부족했던 반응이 더 커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세븐일레븐과 함께 만든 'ㅋㅋㅋ 젤리'는 30만 개나 팔렸다. SNS에 사진 찍어 올리기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젊은 층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이다. 한 CCO는 "이런 게 팔려? 대박이다. 예전에도 같은 것을 만들어 봤는데, 판로가 없어서 망했었다"며 익살을 떨었다.

초기에는 '노랑 치킨'이라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패키지 디자인을 해주는 일도 했었다. '어디서 반 마리야?'라는 카피를 치킨 판매 상자에 넣었다. 판매 여부를 떠나 '배달의 민족은 재밌다'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돌게 됐다.

그러자 한 편의점에서 '핫팩'을 만들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사람들이 안 사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며 만들었지만, 의외로 젊은 층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 삼양과 진행한 '불닭볶음면' 콜라보는 상당한 판매 실적도 올렸다. 이어 락앤락과 '용기가 필요해', '용기를 갖고 먹으세요' 등의 카피가 들어간 용기를 제작했고, 케라시스와 목욕선물세트 협업도 진행했다. 이 선물 세트 박스에는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라는 카피가 박혔다. '다 때가 있다' 때수건도 이 세트에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라는 이름의 커피를 세븐 일레븐과 함께 출시했다. 한 CCO는 "커피 이름 짓기 싫어서 만든 것인데, 그게 상품명이다. 세븐 일레븐에서 우리를 믿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이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잘 팔리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 CCO는 "우리는 즐긴다. 내부적으로 이것저것을 만들어 보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인드로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발표를 마쳤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 기사제공=스마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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