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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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MVP' 김정은 "임영희 아니면 못 버텼을 것, 가장 고맙다"(일문일답)

기사입력 2018.03.21 21:47

채정연 기자

[엑스포츠뉴스 청주, 채정연 기자] 아산 우리은행 김정은이 챔피언결정전 MVP 후 벅찬 소감을 전했다.

우리은행은 21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75-57로 승리했다. 베테랑 임영희와 박혜진은 물론, 이번 시즌 팀에 합류한 김정은, 나탈리 어천와 등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3전 전승으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특히 김정은의 몸놀림이 돋보였다. 무릎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던 김정은은 시즌을 앞두고 FA로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위성우 감독 지도 아래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우리은행의 2선승을 이끌었다. 3차전에서도 중요한 순간 알토란 같은 득점을 기록하며 결국 MVP를 거머쥐었다. 다음은 김정은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4차전 가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차전 아니면 힘들겠다 싶었다. 오늘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임)영희 언니 아니면 못 이겼을 것 같다. 꿈만 같고, 너무 행복하다. 해냈다는 생각에 기뻤다.

-선수 생활 13년 만에 우승을 했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눈물이 울컥했다. 남이 보기에는 우스웠을 수도 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부상 때문에도 고생했다. 매번 더 열심히 한다고 발버둥쳐도 안됐다. 굉장히 스스로에게 자괴감 많이 느꼈고, 부담감이 겹치니 그만해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선수로서 가치가 올라왔을 때 이적해서 우승했다면 이만큼 기쁘지 않았을 것 같다. 댓글 보면 퇴물이다, 먹튀다 별 소리가 다 있었다. 그렇게 바닥을 쳤는데 위성우 감독님 만나서 우승할 수 있어 두 배로 기쁘다. 더욱 값진 것 같다.

-우승 후 동료들에게 밝히고자 했던 게 있다고 들었다.
▲박혜진이 신한은행 첫 게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언니 때문에 더 우승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고 말해줘서 감동을 받았다. 그 신한은행 경기 끝나고 패하고, '20연승만 하자'고 하더라(웃음). 선수들에게서 나의 재기를 나보다 더 원했던 것이 느껴졌고, 도와줬다. MVP를 내가 받을 게 아닌 거 같은데,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남편도 운동을 하지 않나.
▲어디가서 남편 자랑하면 팔불출인데, 굉장히 상남자다. 배울게 많은 사람이다. 처음 우리은행 오고 2연패 당했을 때 나는 정말 불운의 아이콘인가보다 생각했다. 시즌이 잘못되면 나한테, 감독님께 비난이 가겠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컸다. 그때 남편이 '너희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해줘서 큰 힘이 됐다. 남편이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본인도 징크스가 생겼다며 대청소를 하더라. 나와 같이 뛰어 준 느낌이었다. 자신은 남자인 척 하는데 지금 TV보면서 울고 있을 것 같다.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어떤 것이 가장 힘들었나.
▲처음 우리은행 오고, 주위의 평가가 그랬다. 비시즌 때 훈련은 착실히 했는데 너무 다치니까 트라우마가 있었다. 또 다치면 어쩌나 싶었다. 또 하나는 욕을 많이 먹어 이미 무뎌졌는데, 내가 오니 감독님을 욕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감독님이 나 때문에 지도력에 누가 되지 않을까 싶어 힘들었다. 두 가지가 시즌 내내 괴롭혔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동기부여가 됐다.

-우승 했으니 대표팀도 힘내서 할 수 있을까.
▲대표팀 2년간 들어가지 못했는데, 작년에 경기 보면서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해서 애정은 있다. 아마도 무릎 수술을 해야할 것 같다. 시기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뛸 수만 있다면 대표팀에도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임영희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다.
▲처음에 우리은행 왔을 때 훈련이 너무 힘들다고 들어서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실제로 하면서, 위 감독님은 내가 가진 운동에 대한 상식을 다 파괴하셨다. 내가 내 발로 들어왔는데 후회했다. 명예회복하다 죽겠다 싶었다. 자다가 다리에 쥐 나는 것은 예사였고, 울며 뛰고 그랬다. 그때마다 영희언니가 이거 이겨내면 분명히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고 해줬다. 보상 받고 나니까 언니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겠다. 언니에게 가장 감사하다. 아니면 못 버텼을 거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정규시즌 막판까지 역대급이었다고 선수들이 그러더라. 한 경기만 잘못하면 챔프전 직행을 못하니 옥죄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일주일간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고 싶다. 집에서는 착한 와이프 코스프레도 하고 싶다(웃음). 쉬고 싶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청주, 김한준 기자

채정연 기자 lobelia1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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