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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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ON-AIR] '빙속 여제' 이상화가 말하는 #눈물 #알람 #난나야

기사입력 2018.02.19 15:10 / 기사수정 2018.02.19 15:29


[엑스포츠뉴스 강릉, 조은혜 기자]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19일 강릉 올림픽파크 코리아하우스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 은메달리스트 이상화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상화는 전날인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500m 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라이벌' 일본의 고다이라가 차지했고, 체코의 카롤리나 에르바노바가 동메달을 따냈다. 

이날 이상화는 스타트 지점부터 100m에서 10초20으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인 이상화는 남은 400m를 27초13으로 주파했지만 앞선 14조에서 36초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고다이라를 넘지 못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과 2014 소치 올림픽에 이은 3연패를 노렸던 이상화는 아쉽게 3연패에 실패했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레이스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다음은 이상화와의 일문일답.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도전이 가능할까.
▲아직 확답을 드릴 수는 없다. 어제 경기가 끝났기 때문에 쉬고, 내려놓고 싶다. 베이징은 먼 얘기다. 나중에 다시 답하겠다.

-경기 끝나고 나서와 지금의 감정이 다른가.
▲똑같다. 경기 전부터 올림픽이 끝나면 어떨까 생각을 많이 했다. 경기가 끝나고 그 상황을 돌아보면 지금도 울컥한다. 똑같이 눈물이 날 것 같다.

-고다이라 나오와 올림픽 전 나눈 대화가 있나. 
▲나도 고다이라도 올림픽을 향해 왔다. 그렇게 얘기할 시간은 없었다. 나도 예민해 있었다. 끝나고 축하를 주고 받았다.

-경기가 끝나고 흘린 눈물의 의미는. 
▲끝났구나 싶었다. 소치 대회 끝나고 힘든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평창 올림픽이 순식간에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동안의 압박감, 부담감이 없어져서 누물이 났다.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알람이 7개 정도 맞춰져 있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아침에 일어나고, 운동 나가고, 낮잠 자고 다시 운동 나가는 시간 알람이었다. 알람은 어제부로 다 껐다. 이제 다 끄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거다.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쉬고 싶다.

-어떤 것들이 힘들었나.
▲4년 전 '4년 후에도 금메달 따실거죠?'라고 물어보신 분이 있어 '딸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소치 때는 정상에 있는 위치였고 세계 신기록도 세우면서 워낙 몸이 좋았다. 스케이트 타는게 너무 쉬웠다. 그런데 부상이 겹치면서 감을 잃었다. 감을 찾기까지가 정말 오래걸렸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끌어올렸다는 자체가 너무나 큰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회 전 '당신은 이미 레전드다'라는 반응에 감동받았다고 했는데, 경기 전후 응원들을 직접 본 느낌은.
▲작년부터 은메달로 시작을 해서 (올림픽에서) 은메달로 마무리 지었다. 은메달을 따면 죄인이 된 기분을 많이 받았다. 사실 많이 힘들었는데, 친구가 보내준 댓글의 그 문구로만으로도 힘이 났다. 링크장에도 나를 위한 응원의 문구가 걸려있었다. 어제 그거 보면서 참신했고, 재밌었다. 그런 작은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힘이 됐기 때문에 그걸로 위안을 삼았다.

-SNS에 '난나야'라는 해시태그를 많이 달았는데 의미는.
▲나는 고다이라와 굉장히 많이 비교가 됐다. 주변 사람을 의식해서 나를 위한 메시지로 만들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 의식하기 싫어서 나의 갈 길을 가고, 나의 주문을 외웠다.


-가족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경기 직전 부모님이 앉아계신 좌석을 봤다. 올림픽에 오신 게 처음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우리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밴쿠버 3총사' 모태범, 이승훈이 격려해줬나.
▲승훈이도 힘내라고 했고, 태범이는 떨지말라고 했다. 나는 그냥 떨린다고 했다. 격려와 위로를 많이 해줬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는데 어디로 가고 싶은 지, 메달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은메달도 색이 너무 예뻐서 나름대로 소장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나에게 너무 값진 은메달이다. 어쩌면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게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캐나다에서 3년을 지냈는데, 그 짐을 빼러 캐나다에 가야한다. 올 여름에 엄마랑 갈 예정이다.

-올림픽 기록이 깨졌다. 세계 신기록에 대한 애착이 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올림픽 신기록은 깨질 줄 알았다. 경기장이 소치보다 빙질이 훨씬 좋았고, 나 또한 36초후반을 생각했기 때문에 놀랍진 않았다.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거라서 생각은 없다. 세신도 먼훗날에 깨질 것이다.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김연아와 친분이 있는데, 메시지를 주고 받았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편히 내려놓고 푹 쉬고 곧 만자고 주고받았다.

-정말 준비가 힘들었는데, 은퇴를 보류했다. 나에게 스케이팅이 남아있다고 생각한건가.
▲능력이 있으면 올림픽까진 아니더라도 1~2년 하는 건 맞다고 생각한다. 거기(베이징올림픽)까지 생각을 안해봐서 말씀드리기가 뭐하다. 나는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지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정작 내 경기는 어제 끝났다. 그건 나중에 결정지을 문제다.

-메시지가 얼마나 왔다. 끝나고 경기를 다시 봤나.
▲문자 메시지는 천 몇 개가 왔다. 경기 영상은 보지 않았다. 마지막 코너에서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걸 보면 더 아쉬울 것 같아서 그건 먼 훗날 진정이 된다면 다시 볼 것 같다.

-8년 동안 몸 만큼 마음이 힘들었을텐데. 알람 7개를 맞추고 사는동안 어떻게 견뎠나.
▲나에 대한 자부심을 생각하면서 지냈다. 두개의 금메달, 세계 신기록, 그 자부심 하나로 버텨온 것 같다. 3번의 올림픽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4번째 올림픽도 노련하게 이겨낸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이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서 동기 부여를 한다고 하던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몸 상태가 나태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올림픽 뒤에도 경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했다. 그래서 나태해지지 않고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 전에 스케이터로서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난 100점이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재활하고 좋아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내가 아직 건재하다고 느꼈다. 월드컵이 목적이 아니라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올라가는 걸 보고 100점을 주고 싶다.

-더 선수생활을 한다면 훨씬 즐겁게 탈 수 있을까.
▲그럴 것 같다. 소치올림픽 끝나고 나서는 평창올림픽이 있고,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이었다. 준비 하는 게 힘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부담이 심했는데, 1~2년 더 한다면 순위에 상관 없이 재미있는 스케이팅을 할 것 같다.

-탈 수 있을 때까지 탄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재미있는 스케이팅이란 어떤건지. 어떻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나.
▲정말 별 뜻 없다. 예전에는 성적에 압박을 받았다면, 성적 상관 없이 내가 즐길 수 있는 그런 뜻으로 말했다. 나는 전설적인 선수로 남고 싶다. 한국에도 이런 선수가 있었구나 하고 아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남았죠 뭐(웃음).


eunhwe@xportsnews.com / 사진=강릉,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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