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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홍민기의 4년 - 2 매드라이프, 지존x어둠부터 CJ 엔투스까지

기사입력 2015.08.04 00:33 / 기사수정 2015.08.04 14:39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가 국내에 소개된 지 4년이 지났다. 이 4년을 함께 지내온 선수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CJ 엔투스 소속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인 '매드라이프' 홍민기 역시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와 같이 걸어온 선수다.

지난 4년 간 홍민기는 최고의 서포터였던 적도 있었고, 슬럼프에 빠졌던 적도 있다. 그러나 홍민기만의 꾸준함과 노력으로 지금까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언제나 굳은 얼굴의 홍민기는 과연 리그 오브 레전드와 함께한 시간동안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승과 준우승, 그리고 침체기와 부활의 시간 동안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CJ 엔투스 연습실에서 처음 이야기를 나눈 홍민기는 경기장에서의 모습과 다르게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친구와 함께 시작한 4년 전부터 '무적함대'라고 불리던 SK텔레콤 T1을 잡은 마지막 경기까지, 추억의 순간마다 홍민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홍민기와 나눈 인터뷰는 총 3번에 나눠 게재될 예정이며, 이번 편에는 그의 4년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전 편에서는 홍민기와 가볍게 나눈 이야기가, 다음 편에서는 그의 동료와 경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처음 어떻게 접했나?

원래 AOS 장르 게임을 좋아했다.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가 북미에 이런 게임이 있던데, 영어만 좀 하면 할만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영어의 부담감을 극복하고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했다. 처음 플레이해보니 재미있더라. 게임을 할 때 그래픽도 많이 보는 편인데 그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적을 끌어당길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챔피언이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가장 처음 접한 챔피언은 아칼리였다. 다른 이유보다는 당시 무료 로테이션에 있는 챔피언 중 가장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코르키를 해봤고, 세 번째로 한 챔피언이 블리츠 크랭크였다. 적을 당겨오는 기술이 마음에 들어 블리츠 크랭크만 정말 열심히 한 적도 있다.


첫 팀인 지존x어둠 팀에서 원거리 딜러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친구와 같이 게임을 하려면 바텀 라인에 서야 했다. 그래서 내가 원거리 딜러를, 친구가 서포터를 주로 했었다. 그래서 지존x어둠 팀에 들어가서도 첫 포지션으로 원거리 딜러를 맡게 되었다.

지존x어둠 팀의 초창기에는 '빠른별' 정민성과 '건웅' 장건웅, '콘샐러드' 이상정과 신짜오 챔피언만 하시던 분, 그리고 내가 있었다. 이후 '로코도코' 최윤섭과 '링트럴' 정윤성도 같이 활동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지금 OGN에서 해설 중인 '클라우드템플러' 이현우가 팀에 들어오면서 흔히 알고 있는 MiG 프로스트 맴버가 모두 모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포지션을 서포터로 바꾸게 됐다.

MiG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지존x어둠 팀은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대회에 나가서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목표로 만들었다. 당시 온게임넷(현 OGN) 대회에 출전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이기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 결승 사이 기간이 길어서 다들 같이 얼굴이나 보자며 피시방에 모였다. 거기서 처음 최윤섭도 보고 강현종 감독님도 만났다. 그런데 다들 머쓱했는지 게임만 하다 헤어졌다. 그날 이후 장건웅이 팀에대한 이야기를 계속 했다. 강현종 감독님도 도와줄 거고 장건웅의 부모님이 숙소도 지원해준다는 거였다. 결국 저 두 명이 우리 집에 찾아와 부모님을 설득해서 날 데려갔다. 이야기를 마치고 내 컴퓨터를 들고 차에 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어릴 적에는 내가 게임 하는 걸 싫어하셨다. 나이가 들고 내 일을 내가 알아서 할 시기가 되니 딱히 게임 하는 걸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처음 합숙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어머니가 반대하시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내 결정을 지지해주셨다.

부모님이 아예 걱정을 안 하신 건 아니다. 그런 부분을 강현종 감독님과 장건웅이 와서 많이 설득해줘서 같이 합숙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 대회 결승인 WCG 대표선발전에서 EDG(현 나진 e엠파이어의 전신)에게 패배했다. 아쉽지 않았나?

그 대회가 WCG 대표 선발전이라는 거도 몰랐다. 결승에 진출해보니 국가 대표 선발전이더라. 당시 EDG가 정말 강한 팀이라 이길 수 있을지 몰랐는데,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아쉽게 졌다. 그래도 결승까지 오른 게 좋았고, 더 열심히 해서 다음 대회에는 우승하자고 결심했다.

첫 번째 정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결승에도 진출했다.

결승 상대가 형제팀인 아주부 블레이즈가 될지 생각도 못 했다. 당시 블레이즈는 우리보다 경험이 적었고, 처음부터 맞춰온 팀이 아니라 다섯 명이 따로 게임을 하다가 한팀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크림을 해도 우리 승률이 높았다.

프로스트도 편하게 결승을 간 건 아니었다. 8강에서 나진 e엠파이어를 만났고 4강에서 제닉스 스톰을 만났다. 제닉스 스톰도 북미에서 이름을 날리던 선수들이 모인 팀이였다. 8강과 4강 모두 풀세트 접전 끝에 결승에 올랐다.

프로스트와 블레이즈 모두 큰 무대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블레이즈에 질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는데 0대 3으로 패했다. 결승에서 지고 내가 게임을 너무 얕봤다는 반성을 했다. 결승 이후 게임의 깊이를 느끼고 내 자신의 생각도 고쳤다. 준우승했지만 많은 것을 배웠던 대회였다.

전쟁기념관에서 벌인 결승에서 CLG EU에 0대 2로 몰렸었다.

그 당시 CLG EU는 최강팀이었다. 우리가 CLG EU를 보는 시각은 마치 스페인의 신문물을 보는 잉카인 같았다. 0대 2로 몰리니 화도 났지만, 상대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2세트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무대 뒤편에 둘러앉아 저녁 도시락을 먹으며 강현종 감독님에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다.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결과를 쿨하게 받아들이라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긴장이 풀렸다.

'감독님이 허락하셨으니까 뒷감당도 하시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들 하고 싶은 챔피언을 골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대도 대회에서 잘 안 하는 챔피언을 고르더라.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니까 라인 스왑도 잘 되었고, 라인전 단계에서 상대에게 밀리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렸을 때는 이길 자신도 없었고, 지난 대회에서 0대 3으로 진 게 계속 생각났다. 하지만 3세트를 이긴 후로는 게임에만 집중했고, 마지막 세트 넥서스를 파괴하니 많은 감정이 올라오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도 출전했다.

처음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었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받을 때도 얼떨떨했고, 비행기가 이륙하자 이대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도 내가 실제로 미국에 온 게 맞는가 할 정도로 실감이 안 났다. 하루 자고 나니 안정이 되더라.

국내 경기는 부스 안에서 주로 하는데, 롤드컵 현장은 부스가 오픈되어 있었고 햇살도 비쳤다. 내가 게임하던 환경과 다르니 처음에는 긴장되었다. 그래도 한 경기씩 하다 보니 긴장이 풀렸고, 팀원들과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원래 경기력을 되찼았다.

결승에서 TPA를 만났다. 1세트는 우리 스타일로 힘겹게 이겼는데, 어떻게 이겼는지 기억도 안 났다. 이기고 있으면서도 '다음 세트는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들은 경기가 처음이었다. 결국 2세트부터 계속 졌다.

결승전을 벌이며 TPA의 토이즈 선수가 인상적이었다. 정민성처럼 챔피언 폭이 넓었는데 실력은 한 수 위라는 느낌을 받았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일단 삼성 갤럭시와 SK텔레콤 T1이라는 강팀이 등장했다. 이 선수들은 2012년 우리를 보고 칼을 갈았을 텐데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있었던 거 같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나태해졌다. 특히 2014년 들어 피지컬의 정점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나는 여기서 끝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최대한 게임을 오래 하겠다는 생각으로 생활했는데 점점 성적이 떨어지자 이대로 잊히는 게 아닌가 하는 겁이 났다. 겁이 나니 게임이 더 안 되더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그래도 이대로 잊히기 싫었다. 다시 한 번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계속 포기하지 않았다.


2년간의 침체기를 거치고 올해 다시 전성기의 기량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원래 기량이 다시 나왔다. 매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리고 과거 영광의 순간들을 모두 잊었다. 완전히 초심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매일 최선을 다했다.

2팀 체제에서 단일팀 체제로 바뀐 것도 영향이 컸다. 팀이 줄어드니 누군가 팀을 떠나야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씁쓸함을 느꼈다. 내가 이 팀에 남아있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다른 팀에 가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도 CJ 엔투스에 남고 싶었다. 그래서 팀에 누가 되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려고 노력했다. 더 열심히 해서 팀에 남고,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올해도 CJ 엔투스에 남아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올해 지금까지 성적은 만족하는지?

목표는 우승이었지만 플레이오프만 가도 작년보다는 잘한 거로 생각했다. 다행히 3위로 스프링 시즌을 마쳤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라운드 들어서 8승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도록 공개적으로 목표를 밝힌 거였다. SK텔레콤 T1과의 경기 말고는 모두 승리하고 싶었지만 패배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괜히 8승 이야기를 꺼냈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 

SK텔레콤 T1과 경기 전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경기를 준비하면서 스크림을 할 때마다 실전이라 생각하고 너무 집중한 나머지 힘도 들고 예민해지기도 했다. 1주일을 연습했는데, 경기 전날은 긴장 떄문에 잠이 안 왔다. 그래도 열심히 했으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샤이' 박상면이 말한 대로 '남 보기 부끄럽지 않게만 지자'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결국 술을 마시고 잤다.

SK텔레콤 T1은 모든 팀원이 솔로 랭크 점수도 높고 피지컬도 좋은 팀이다. 경기 운영에도 부족함이 없는 팀이었다. 운영에 밀려도 우리가 좋은 말을 잡으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밴픽 준비를 많이 했다.

경기 당일 브라움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 리그 경기도 챙겨보는 편인데, 다 볼 수 없어서 각 리그 1위 팀 경기를 주로 본다. 왜 1위를 달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본 경기에서 브라움이 많이 나오더라.

스크림을 마치면 힘이 빠져서 멍한 상태로 솔로 랭크를 돌리는데, 보통 2팀에 '트릭' 김강윤을 불러서 바텀 듀오 게임을 한다. 브라움을 했던 날도 김강윤한테 알아서 라인을 관리하라고 맡기고 평소보다 편하게 게임을 했는데 의외로 게임이 잘 풀렸다. 알리스타도 좋지만 브라움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에 스크림에서 시험했는데 게임이 정말 잘 풀렸다. 그래서 경기 당일에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SK텔레콤 T1과의 경기 당일 한 세트를 내어주고 한 세트를 가져왔다.

1세트를 정말 처참하게 졌다. 생선 살 발리듯이 무난하고 처참하게 졌달까. 열심히 해도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른 팀에게 이렇게 졌다면 정말 화가 났을 텐데 상대가 상대인 만큼 다음 세트에 지더라도 이전 세트보다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2세트 전에 코치님이 들어와서 마음 편하게 경기하라고 하시더라.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다음 세트에 져도 코치님이 뒷감당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고, 1세트에서 부족한 걸 생각하며 게임했더니 2세트를 가져왔다.

3세트에서도 절체절명의 순간 승리를 거뒀다. 평소 드래곤 버프 5중첩과 바론 버프 중 어느 쪽이 승리하나.

드래곤 버프 5중첩 쪽이 좋다. 하지만 우리는 바론을 사냥하고 상대가 드래곤 사냥을 끝내는 순간 덮치기로 했다. 우리가 5대 5싸움에서는 더 좋은 조합이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조합이 달랐다면 상대가 드래곤 5중첩을 만드는 순간 게임을 포기했겠지만 그 날은 달랐다.

그 경기에서 운도 따랐고, 정글러였던 '트릭' 김강윤이 알아서 강타로 드래곤을 뺏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상대가 드래곤을 가져가도 내 플레이만 잘하면 팀원들이 알아서 해줄 거로생각했다. 다행히 상대 커뮤니케이션에 미스도 있었고 우리 조합도 좋아서 승리했다. 아마 그 상황에서 도망갔다면 그냥 게임을 내줬을 거다.

교전에서 먼저 죽었는데, 어떤 생각이 들던가.

상대 '뱅' 배준식의 코르키에 탈진을 걸고 브라움의 W(내가 지킨다)스킬을 쓰고 나니 죽어있더라. 그때 미카엘의 도가니를 사용했으면 더 살았을 텐데 그게 아쉬웠다. 보통 교전에서 먼저 죽으면 다른 선수보다 넓은 시야로 게임을 볼 수 있다. 그날도 계속 코르키를 잡으라고 이야기했고 결국 혼자 남은 문도가 퇴각하며 전투에서 이겼다.

전투에서 이기고 상대 본진을 항해 돌격하면서도 우리가 이길 수 있나는 의문이 들었다. 본진에 도착하니 '마린' 장경환의 문도가 장판파의 장비처럼 지키고 서 있더라. 만약 여기서 퇴각했다면 경기를 내 줬을 거다. 하지만 겁먹지 않고 문도를 점사하니 1초도 안 돼서 죽더라. 그때서야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고 나서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었다는 게 더 좋았다. 패배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하기로 한 팀을 상대로 승리하니 정말 기뻤다. 그러고 나니 이 경기가 결승전이 아닌 게 정말 아쉽더라. 그래도 SK텔레콤 T1을 이기고 방심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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