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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해설 정우서', 히어로즈 슈퍼리그를 마치고

기사입력 2015.10.06 07:58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국내 첫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의 정식 리그인 '히어로즈 슈퍼리그'가 지난 3일 결승전을 마쳤다. 팀 DK가 우승한 가운데 끝난 이번 슈퍼리그 결승전에는 2천 명이 넘는 관중이 일산 킨텍스에 모여 한국 첫 정식 리그 우승자의 탄생을 축하했다.

팀 DK의 특징이라면 선수 대부분이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출신이라는 점이다. 권태훈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우승 경험이 없었고, 그만큼 다른 선수보다 더 절실했기에 첫 대회를 우승했다. 이번 대회 중계진 중 한 명인 정우서도 히어로즈 초창기부터 이들과 같이 게임했고, 해설진으로 이들의 활약을 시청자와 관중들에게 전달했다.

결승전이 끝난 후 스타크래프트2 선수에서 히어로즈 선수로, 그리고 다시 히어로즈 해설로 활동 중인 정우서 해설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히어로즈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그는 이번 결승, 그리고 히어로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히어로즈 선수에서 해설로 첫 정식 리그를 참여했다.

스타크래프트2가 한국에 들어오고 첫 예선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1주일 정도 준비했는데 예선 결승에서 탈락했다. 이정도라면 선수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시작한 선수들을 따라잡기 힘들더라. 그래서 다음 기회가 있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입대를 준비하던 중 히어로즈 알파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빠르게 계정을 구해 연습과 함께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히어로즈는 개인 컨트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운영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팀 DK 선수들도 만났다.

하지만 팀 운영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회가 없었다. 선수들에게 목표가 있어야 했는데 대회가 없으니 선수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더라. 그리고 작년 블리즈컨 대회에 나가는 게 목표였는데 예선도 없이 대회를 진행했다.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던 내 잘못이 컸다. 그래도 다른 방송에 내가 나가며, 팀 선수들도 같이 한 명씩 데리고 나가며 팀을 유지했다.


선수에서 해설로 전향한 계기가 있다면?


두 팀을 유지했는데 그게 잘 안 풀리면서 선수들이 계속 이탈했다. 더 좋은 팀으로 가고 싶다는 선수들을 잡을 수 없으니 그들을 보내주고 새 선수를 받았다. 하지만 새로 받은 선수들이 기량이 올라오기까지 기존 선수들이 기다리지 못하더라. 이게 반복되니 나도 지쳤고, 그 와중에 OGN에서 해설을 해달라는 제의가 왔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 같아서 선수로서의 미련도 있었지만, 해설로 자리를 잡아보기로 결심했다.

요한나가 처음 등장했을 시기였는데 그 이후 모든 히어로즈 경기 중계를 다 봤다. 그리고 경기마다 메모를 하며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선수 개개인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첫 리허설 때 내 의욕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말도 엉키고 목소리 톤도 제대로 안 잡혔다. 같이 중계했던 (김)정민이 형이 해설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 줬다. 본인이 게임 전체적인 흐름을 담당하고 내가 게임 내적에 대한 부분을 담당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캐스터인 (박)상현이 형도 내가 말할 기회를 많이 주고, 실수해도 상황을 잘 풀어줬다. 같이 중계한 두 형이 있었기에 나도 첫 대회를 무사히 진행했다.


이번 대회에 두각을 나타낸 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회 초기만 해도 팀 DK나 스네이크를 우승 후보로 봤다. 하지만 MVP 블랙의 성장 속도가 정말 빨랐다.

대회 초기 실력으로는 스네이크가 DK보다 좋았다. 하지만 DK는 안정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며 단단함을 추구했고, 스네이크는 단단함 보다는 날카로움을 무기로 삼핬다. 하지만 MVP 블랙은 변칙적인 플레이가 특징이다. 단단함의 DK와 날카로움의 스네이크, 그리고 변화무쌍한 MVP 블랙의 싸움은 마치 가위바위보를 보는 거 같이 서로가 물리고 물리는 상성이었다.

가장 먼저 슈퍼리그 결승에 진출한 MVP 블랙의 기세도 무서웠다. 해외 대회 경험을 쌓으면서 '국내용 팀'이라는 단점을 해결했고, 스네이크를 한 번 잡아내며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반면 팀 DK는 최종전을 통해 결승에 올라오며 기세에 밀렸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결승전에서는 반대로 작용했다. MVP 블랙은 슈퍼리그에서 실패를 한 적이 없고, 그래서 자신의 단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반면 팀 DK는 4강에서 드러난 자신들의 단점을 제대로 보완해왔다. 결승에서 팀 DK는 자신의 단점인 단조로움을 보완했고, MVP 블랙은 자신의 장점인 변칙적인 플레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결승전 승부는 1세트에서 이미 결정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팀 DK는 일리단 카드를 꺼내며 상대를 혼란시켰고, 이후 MVP 블랙은 계속 상대 일리단을 의식하느라 제대로 된 밴픽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승전에 2천 명이 넘는 관중이 왔는데, 어떤 생각이 들던지.

부산 개막전에서도 많은 관중이 왔다. 그래서 결승에서도 많은 분이 올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도 조금은 불안했던 게, 8강까지만 해도 게임 내용이 재미없다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4강부터 최고 실력의 팀이 대결하며 경기가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히어로즈는 아직 초창기인데 이번 결승에 온 관중들을 보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리그라고 생각했다.

히어로즈 경기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면, 템포가 빨라 적응하기 힘들다는 분들이 있다. 나도 해설 초기에는 경기 템포를 따라가느라 힘들었다. 현존하는 다른 e스포츠 종목과는 완전 다르다. 설명을 하려고 해도 처음부터 계속 서로 싸워서 보는 사람도 정신이 없다.

그럴 때는 편하게 전투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전체적인 움직임을 보면서 천천히 게임에 적응해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미니맵을 보면서 오브젝트를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체적인 전술과 그에 따른 움직임을 보면 게임을 편안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한국 대표로 팀 DK가 블리즈컨에 가는데, 어느정도의 성적을 거둘 거 같나.

북미 팀이나 유럽 팀은 발전 속도가 한국보다 느리다. 하지만 중국은 팀도 많고, 대회도 많이 열린다. 그만큼 발전 속도가 빠르다. 팀 DK는 이런 부분에서 중국 팀보다 불리하다. 그래도 단점을 보완하는 속도가 빠른 게 팀 DK의 장점이다. 아마 중국 팀을 4강이나 결승에서 만난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한다.

첫 대회를 치르면서 '해설 정우서'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많이 부족한 해설이다. 대회 초기만 해도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게임에 대한 정보 전달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평을 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같이 중계를 하는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대회 후반부에는 칭찬도 많이 들은 거 같다. 일단 게임을 누구보다 많이 했으니 게임을 보는 기본적인 부분이 뒤처지지 않아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시청자와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블리즈컨 전까지 쉬면서 중계 연습을 할 계획이다. 아마 개인 방송을 주로 할 거 같은데, 리그가 없더라도 방송을 보시면서 계속 히어로즈를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대회 초반만 해도 시청자, 그리고 관중과 소통이 잘 안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 오신 분들과 호흡이 맞기 시작했다. 경기를 하는 선수가 아닌 같이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현장의 많은 사람과 같이 흥분도 하고 아쉬워도 하며 '이런 재미로 현장을 찾아주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더 재미있고 즐거운 해설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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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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