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07:22

[김관명의 AUDIO] 15W 바쿤이 4인치 풀레인지를 만났을때

기사입력 2015.10.05 20:24 / 기사수정 2015.10.06 11:41

김관명 기자

[엑스포츠뉴스 = 김관명 기자] 흔히 이럽니다. '오디오를 하면 패가망신한다'. 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오디오 말고 음악을 즐겨라'. 한때는 100% 공감을 했던 말들입니다. 그러나 안분지족과 취미성을 생각한다면, 이 말들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틀린 말입니다. 자신의 경제력과 청취환경, 선호 장르를 고려해 가성비 높은 기기를 선택해, 이런저런 조합과 업그레이드, 튜닝, 세팅, 선곡, 볼륨조절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해 '음악과 기기'를 동시에 즐기는 취미, 이게 바로 오디오라 생각합니다. 기기의 시각적 디자인, 청각적 품질, 음원 소스의 스펙과 음질을 따지는 소소한 행위 자체도 오디오라는 취미성을 완성시키는 커다란 요소일 것입니다.

엑스포츠뉴스가 마련한 '김관명의 AUDIO' 첫번째 편은 소출력 앰프와 풀레인지 스피커 매칭 편입니다. 먼저 풀레인지(Full range) 스피커라는 말, 다들 아실 겁니다. 부언하면, 자연과 보컬, 악기의 소리를 스피커 유닛(드라이버) 하나로 재생하는 스피커입니다. 다른 스피커는 고역, 중역, 저역의 정확한 재생을 위해 트위터(고역), 미드(중역), 우퍼(저역) 또는 트위터(고역) 미드베이스(중저역) 유닛 2~3개 이상을 동원, 대역별로 각 유닛이 담당케 합니다. 이로 인해 재생 주파수대역은 넓어지지만, 한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바로 각 대역을 나누기 위해 투입된 네트워크 회로입니다. 보통 커패시터와 코일을 스피커 내부 기판에 투입, 네트워크 회로를 구성하지만 이게 사실은 자연섭리에 역행하는 겁니다. 사람의 성대가 어디 고역, 중역, 저역 유닛으로 나뉘어있나요? 음을 채집하는 마이크가 어디 2웨이, 3웨이로 나뉘어있나요? 

물론 하이엔드 스피커는 좀 다른 시각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들어본 미국 매지코의 S1은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유닛으로 구성된 2웨이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이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내줬습니다. 국내에도 팬들이 많은 하베스, 스펜더, 로저스, ATC, PMC, 다인오디오, 엘락, KEF, B&W, 여기에 하이엔드급으로 아발론, YG어쿠스틱, TAD, 비비드오디오, 윌슨베네쉬, 키소어쿠스틱 등도 풀레인지못지않은 자연스럽고 깨끗하며 그야말로 몇급 높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습니다. 이들 스피커에 물린 앰프가 어느 정도 출력과 구동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앰프가 허약하면 아무리 S1이라 해도 모기날개 소리밖에 안들려줄 겁니다.

어쨌든 기존 2웨이 이상의 스피커가 가진 또하나 문제는 앰프로부터 전해온 출력 중 상당 부분을 이 네트워크 회로와 각 유닛들이 갉아먹는다는 겁니다. 네트워크 회로가 복잡할수록, 유닛이 많을수록 통상 더 많은 출력이 필요합니다. 채 10W가 안되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에 감도와 임피던스가 높은 풀레인지 혹은 혼형 스피커를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요즘 엄청난 가격표를 달고 나오는 하이엔드 스피커가 대개 음압(감도)과 임피던스가 낮아서 전류공급 능력이 좋거나 댐핑팩터가 높은 앰프를 필요로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장점이 많은 풀레인지 스피커가 시장에서 점점 사라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유닛 한 개로 각 주파수를 모두 재생해야 하다보니 물리적 한계가 따릅니다. 트위터는 직경이 작고 진동판이 얇을수록 고역 재생에 유리하고, 미드와 베이스 유닛은 직경이 넓을수록 중저역 재생에 유리한데 이들 상반된 특성을 한 진동판에 집어넣으려니 힘든 것이죠. 그래서 대개 풀레인지 스피커는 고역과 저역의 일부 주파수대역대를 '포기'하고 대부분의 악기와 사람 목소리가 집중된 중역 재생에 올인합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인 셈이죠. 여기에 간단한 커패시터를 달아(즉, 일정 주파수대역 이하의 중저역을 커트해) 슈퍼트위터를 달거나, 별도의 서브우퍼를 통해 100Hz 이하의 풍성하고 단단한 저역을 확보하곤 합니다. 이 일견 귀찮아보이고 사서 고생인 과정 자체도 오디오라는 취미성의 소중한 부분이긴 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 '김관명의 AUDIO'에서 처음 매칭해본 스피커가 다름 아닌 풀레인지 스피커입니다. 일본의 유명 진공관앰프 제작사인 에어타이트(Airtight)에서 지난 2008년 만든 4인치짜리 풀레인지 스피커 MSM-1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기본 스펙을 보면 임피던스가 4옴, 감도가 89dB, 재생주파수대역이 70Hz~20kHz(-10dB)입니다. 크기는 높이가 24.5cm, 폭이 14cm, 안길이가 16.5cm, 무게가 2kg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작고 가벼운데다 유닛이라고는 덜렁 하나밖에 안달린 스피커입니다. 하지만 인클로저 마감이라든가 디자인, 유닛(극세사+고분자 플라스틱)의 품질, 전면 그릴의 완성도, 뒷면 스피커단자(싱글 와이어링)의 앙증맞은 뒷태가 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처음 접하는 풀레인지 스피커라 기대가 큽니다.

여기서 잠깐, 혹시라도 오디오 입문자를 위해 스피커의 감도(Sensitivity)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겠습니다. 감도라는 것은 1W 출력의 전류를 스피커에 흘려보냈을 때 1m 떨어진 거리에서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를 나타내주는 수치입니다. 단위는 dB를 쓰는데,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가 0dB, 이보다 10배 센 소리가 10dB, 100배 센 소리가 20dB 식으로 높아갑니다. 평균 생활소음이 40dB, 일상대화가 60dB, 록밴드 사운드가 110dB, 제트엔진 소음이 150dB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MSM-1의 감도 89dB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소출력 앰프에 물렸을 때 좋을 것으로 기대됩니다(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변수가 스피커 임피던스, 네트워크 회로, 유닛 개수, 인클로저 용적인데 이는 다음 기회에 차차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오디오용 스피커에서 88~89dB 이상이면 고감도, 또는 고능률이라고 인정해줍니다. 개인적으로 들어본 주요 스피커들의 감도는 이랬습니다.

105dB = 클립쉬 라스칼라2
104dB = 아방가르드 듀오 G2
99dB =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93dB = 스텐하임 Alumine 2way, 오데온 No.28, 탄노이 D700
92dB = 레가시 시그니처 SE, 소너스 파베르 The Sonus Faber
91dB = 아발론 Compas, 탄노이 스털링 SE
90dB = PMC TB2i 시그니처, 오데온 Orfeo, B&W 802 다이아몬드, 아발론 ISIS 
89dB = 에어타이트 MSM-1, PMC fact.3, 오디오피직 Tempo25, 오디오피직 Virgo25, 스펜더 SP100R2
88dB = 스펜더 SP 3/1 R2, 아발론 Transcendent
87dB = 크리스 루나
86dB = 라이언 R610, 하베스 슈퍼HL5 35th, 하베스 HL Compact 7ES-3, 매지코 S1
85dB = 다인오디오 Contour S1.4 LE, 하베스 모니터 30.1, KEF LS50, 키소어쿠스틱 HB-X1
84dB = 하베스 40.1
83dB = ATC SCM 20SL

이렇게 작고 가벼운데다 재생주파수 대역도 좁은 풀레인지 스피커를 선택한 이유는 좀 더 맑고 깨끗하며 음 재생에 일체 보푸라기가 섞이지 않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쾅쾅 울리는 저역대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라도 말이죠. 게다가 더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이 풀레인지 MSM-1이라면, 바쿤의 파워앰프 7511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바쿤(Bakoon)은 일본 앰프, DAC 제작사로 한때 HP에서 근무했던 나가이 아키라씨가 지난 1991년 설립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가이 아키라씨를 지난해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고, 바쿤 라인업 중에서 DAC-9730(DAC), PRE7610, PRE5410(이상 프리앰프), SCA7511, AMP5521(이상 파워앰프)을 써본 적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그리고 음향설계학적으로 기존 앰프들과 다른 점이 너무 많지만, 음감 느낌이 '깨끗하고 잡티가 없다'는 게 바쿤 앰프들의 가장 두드러지고 소중한 성향입니다.

이번에 매칭한 앰프는 이 중에서도 현행 라인업 중 가장 작고 출력도 적은 7511mk3 모델입니다. 바쿤의 심장부라 할 사트리(Satri) 회로로 증폭을 하고 최종 출력단에 파워 MOSFET을 푸쉬풀로 써서 15W 출력(스피커 8옴 기준)을 내는 스테레오 파워앰프입니다. 특이한 점은 파워앰프인데도 전면의 황갈색 베이클라이트 노브로 게인조절이 가능해 인티앰프로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출력 200mW를 내는 헤드폰 앰프로 사용할 수 있는 점도 큰 미덕입니다(이 헤드폰앰프단에 젠하이저 모멘텀을 물려 들어봤는데 성능이 거의 전용 헤드폰앰프 수준이었습니다!). 

자신이 쓰거나 매칭하는 오디오 기기의 스펙이나 설계철학을 꼼꼼히 따지는 것도 취미성의 일부라 바쿤 7511mk3의 스펙을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입력 임피던스는 100k옴, 노이즈 레벨은 볼륨 최대시 50마이크로, 최저시 1마이크로, 섀시 재질은 알루미늄 크리스탈 도장(커버)+운모 블랙 광택도장(전면), 크기는 폭 235mm, 높이 78mm, 안길이 295mm, 무게는 2.9kg입니다. 취미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는 황갈색 베이클라이트 노브가 우선입니다. 이 노브는 만질수록 그리고 정성스럽게 닦아줄수록 색깔이 점점 짙어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기기가 되는 것이죠. 파워 스위치와 입력단 선택 스위치가 토글형인 것도 '남자들의 로망'을 자극합니다.



본격 매칭과 음악 재생(일본에서는 이를 '레코드 연주'라고 부르네요. 그야말로 취미성을 극대화한 작명이라고 봅니다)에 앞서 전체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음악신호의 흐름을 따랐습니다.

#소스기 = 맥북프로(소프트웨어는 아이튠즈+오디르바나 플러스)
#DAC = 오디오퀘스트 드래곤플라이
#인터케이블 = 오디오퀘스트 에버그린 Y케이블
#고주파필터 = 바쿤 FIL3101
#앰프 = 바쿤 SCA7511mk3
#스피커케이블 = 올닉 ZL-3000
#스피커 = 에어타이트 MSM-1

여기에 앰프 받침으로 대한민국 TAKT의 스웨이(Sway), 스피커 스탠드로 역시 TAKT의 칼럼(Column)을 동원했습니다. 파워케이블은 바쿤 수입사(바쿤매니아)가 직접 만든 제품이며 벽체 콘센트에 직결했습니다. 맥북프로 전원공급은 접지 어댑터를 통해, DAC 앞단에는 지터 저감을 위해 오디오퀘스트 지터버그를 물렸습니다. 두 스피커 사이의 거리는 120cm, 토인은 안줬습니다. 

#청음 Report

재생가능한 저역 주파수 하한이 70Hz인 에어타이트 MSM-1의 '아랫도리' 소리가 하도 궁금해 첫 곡으로 제니퍼 원스의 'Way Down Deep'을 들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오디오쇼에서도 그렇고 대개 저역재생 실력을 확인하거나 뽐내기 위해 자주 플레이되는 곡입니다. 초반 킥드럼 사운드가 아름드리 나무 도끼로 찍듯 묵직하게 그리고 소름돋을 정도로 전해지면 만족스러운 것이고, 반대로 나오다 말거나 나와도 벙벙하고 예리한 맛이 없으면 낙제인 것입니다. 그러면 MSM-1에서는? 욕심이 과했나 봅니다. 역시 나오다 맙니다. 70Hz 하한선의 한계인가 봅니다.  



다음곡으로는 다이도의 'Safe Trip Home' 앨범을 줄창 들어봤습니다. 오디오 체크용으로 자주 듣는 여성보컬 음반인데, 'Don't Believe In Love', 'Never Want To Say It's Love', 'Grafton Street', 'Us 2 Little Gods', 'Northern Skies' 등이 특히 듣기에도 좋고 체크용으로도 좋습니다. 역시 중역대 재생이 발군입니다. '바쿤과 풀레인지 조합의 진가가 드디어 드러나나?' 싶습니다. 흔히 말하듯 다이도의 음색은 촉촉하기(liquid) 짝이 없습니다. 식욕이 돌 정도입니다. 각 악기의 정위감이나 해상력, 음색 표현력, 사운드 스테이징, 이런 것은 기본입니다. 

좀 더 집중해서 들어봅니다. 바쿤 앰프의 장점은 '샘물 같은 깨끗한 증폭'과 이를 통한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음악재생'에 있다고 보는데, 여기에 풀레인지 스피커가 '잡티없고 거칠 것 없는 재생음'을 보태줍니다. 고요한 산사에 들어와, 큰 나무 그늘 밑에 앉아, 다이도와 소편성 반주를 직접 듣는 것 같습니다.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두 유닛의 합성소리가 아니라는 선입견이 작용했겠지만, 풀레인지 유닛 하나가 전해주는 이 맑고 투명한 색채감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여성보컬곡으로 원기(?)를 회복했으니, 이번에는 대편성곡을 들어봅니다. 역시 자주 듣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입니다. 이번에는 스코틀랜드 챔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24비트로 녹음한 것인데, 4악장을 듣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 그런 힘이 숨어있었는지, 벼락같이 음들을 몰아내는 기세가 대단합니다. 팀파니의 괴기함과 불안감도 잘 전해지고, 목관악기군들의 음색도 잘 파악됩니다. 무엇보다 음들의 윤곽과 음영이 확연하게 드러나 음악과 소리 듣는 재미가 커집니다.

바쿤의 또 하나 장점이 마침내 드러납니다. 바로 발군의 S/N비입니다. 일체의 노이즈가 없이, 일체의 트랜지스터나 커패시터, 코일의 덧칠도 없이, 트랜스 특유의 철맛도 없이, 오로지 24비트 음원만(물록 증폭이 된)이 스피커를 통해 나옵니다. 나오는 형태도 유닛에서 튕겨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클로저 전체를 통해 사방팔방으로 뿜어져나옵니다. 이 표현도 옳지가 않네요. 음들이 목재를 관통한 게 아니라 스피커 케이블 단자 끝에서 그냥 청음공간을 순식간에 채워버립니다.

이렇게 말하면 대편성곡에서도 이번 '바쿤+MSM-1'이 무슨 전가의 보도 아니면 만병통치약 쯤으로 오해될까봐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분명 저음재생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음이 탄탄히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특히 관악파트의 휘황찬란해야할 고음이 다소 빛을 발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 풀레인지 스피커가 광대역 재생이 아니라는 점, 이것은 꼭 감안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어설픈 2웨이 스피커나, 무지막지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어설픈 앰프는 도저히 흉내도 못낼 '거침없는 하이킥'이 이번 매칭에서 수도 없이 펼쳐진 점은 밝힙니다.  



이번에는 재즈곡을 들어봅니다.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 음원인데, 앨범 'We Get Requested'를 리핑한 16비트 aiff 파일입니다. 초반 탱- 탱- 거리는 트라이앵글의 빛나는 존재감, 피아노(오스카 피터슨)라는 다양한 표정악기의 질감, 베이스(레이 브라운)가 전해주는 예상밖 저역의 양감과 크기, 아주 만족스럽니다. 특히 에드 틱펜이 연주하는 드럼이 거의 실물사이즈로 사운드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통에 깜짝 놀랐습니다. 재즈 드럼 특유의 찰랑거리는 하이햇 사운드나 리듬앤페이스(Rythim & Pace)는 말할 것도 없고요. 마지막 4분40초 무렵부터 음들이 서서히 소멸해 4분48초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를 남김없이 포획해내는 실력도 대단합니다.  

#Conclusion

이밖에 이번 조합으로 일주일 동안 많은 곡들을 들어봤습니다. 24비트 고품질 음원에 실린 달콤한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 더할나위없이 그윽하고 품위가 높았던 마리아 조앙 피레스-오귀스탱 뒤메이-지안왕의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2번',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의 강단있는 연주가 제법 들을 만했던 '비발디의 사계', 재즈 캄보의 라이브란 바로 이런 것임을 일깨워준 아트 블레이키의 'Split Kick', 박주원의 스피드한 기타 솜씨를 만끽했던 '승리의 티키타카', 웅산의 입술 부딪히는 소리와 촉촉함까지 느껴졌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금관과 그란카사의 울림에 "이러면 반칙이야"를 외쳤던 아바도 지휘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1993년 달라스홀 녹음현장, 소위 말하는 '홀톤'마저 느껴졌던 '존 루터의 레퀴엠' 4악장 상투스 등등.

풀레인지에 점점 귀가 익숙해져서 그런지, 두 기기의 시너지가 서서히 발휘돼서 그런지, 첫 재생곡 'Way Down Deep'이 안겨준 불만감 이런 것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역재생을 위한 서브우퍼가 필요한 것 아닐까 싶었지만, 이제는 이런 풀레인지 세계에도 커다란 매력이 있음을 알고 미세한 음색의 세계, 심지어 크기와 출력과 무게를 뛰어넘는 광활한 음장의 세계를 즐깁니다. 취미로서 오디오의 미학 내지 재미는 바로 이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춘추시대,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아주던 절친한 벗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었다지요. 이번 바쿤 7511과 에어타이트 MSM-1이 꼭 그랬습니다. 7511은 자신이 깨끗하고 투명하게 증폭한 소리를 빠짐없이 받아줄 MSM-1의 타고난 품성을 진작 알았고, MSM-1은 유닛 하나로 직접 노래하고픈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보듬어줄 7511의 넉넉한 친화력을 미리 알았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백아와 종자기가 다시 만나 음악을 연주하고 서로가 서로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el34@xportsnews.com /사진 =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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