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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은퇴' 양동근 "난 운 좋은 선수, 꿈 같은 시간이었다"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0.04.01 17:11 / 기사수정 2020.04.01 17:56


[엑스포츠뉴스 논현동, 조은혜 기자]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심장' 양동근이 현역 유니폼을 벗는다.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31일 양동근의 은퇴를 발표했다. 양동근은 리그가 조기 종료된 이후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고, 1년 간의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선발되어 17년 동안 현대모비스에서만 뛴 양동근은 프로 데뷔 첫 시즌부터 신인상과 수비 5걸상을 수상했다. 이후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 4회, 챔피언전 MVP 3회, 시즌 베스트5 9회(05-06시즌부터 상무 제외 9시즌 연속 수상) 등의 무수한 수상으로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챔피언 반지 6개를 소유한 유일한 선수이며, 2014년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의 주역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에서 양동근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시기에 발표하게 되어 죄송스럽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신 현대모비스 전·현 구단주님과 단장님, 프런트, 임직원 분들 감사드린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도해주신 선생님들도 감사드린다"며 "팬 여러분들이 가장 아쉬워 하셨을 것 같다. 동천체육관에서 팬분들 앞에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원정을 가도 홈 팀보다 소리를 더 많이 질러주셨고, 홈에서는 그것보다 더 컸다. 그런 함성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앞으로 선수는 아니지만 그 함성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다.

"내 아들은 내가 무득점을 해도 잘했다고 해줬다"며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힌 양동근은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 밑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생활했다. 남들 못지 않게 우승도 많이 했다. 감독님, 코치님들,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또 마지막으로 33번을 달고 싶었는데, 크리스 윌리엄스 또한 잊을 수 없는 친구다. 하늘에서 응원을 많이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본인들의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는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 그 결정은 본인이 책임질 수 있다면 어던 결정을 해도 후회는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은 아쉽게 됐지만 다음 시즌부터 또 멋진 모습으로, 응원할테니 10개 구단 모두 부상 없이 본인들이 하고자하는 목표를 잘 밟아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꿀잠을 잔 듯 꿈 같은 시간들이 지나간 것 같다. 말씀드린 분들이 계신 덕분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주셨던 사랑 잊지 않고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은퇴 생각은 매년 FA 때마다 했다. 올해로 결정이 됐지만 작년에 은퇴했어도 나의 결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쁜 결정이라고 생각 안 한다. 항상 말씀드린대로 우리 팀 선수들과 경쟁해서 포지션을 차지해서 뛰었던 거지, 지금은 나도 많이 많이 힘이 들고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생각에 은퇴 결정을 내렸다. 특별하게 큰 의미를 둔 건 아닌 것 같다.

-가족들과도 상의했을텐데.
▲은퇴는 내가 달고 살았던 말이다. 집에서는 더 얘기를 많이 했다. '뭐 먹고 살지' 항상 밥 먹듯이 했던 얘기이기 때문에 알고 있었을 거다. 와이프도 내 결정을 존중해줬고, 항상 준비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진 않았는데 이렇게 끝난 시즌이라 아쉬울 뿐이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은퇴 얘기를 많이 하곤 했다.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첫 번째 통합우승 때가 가장 기억이 많이 남는다. 또 아시안게임 금메달인 것 같다. 모든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성적이 안 났던 시즌이든 좋았던 시즌이든, 다 내가 소속되어 뛰었기 때문에 아쉬웠던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다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됐다. 모든 순간이 소중했었다는 걸 다시 느낀다. 

-마지막 한 경기를 뛴다면 누구와 뛰고 싶나.
▲학창시절 때 농구했던 선수들과 뛰는 게 가장 재밌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 나도 못 뛰었으니까. 1번은 (김)도수다. 나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고 같은 반이었고. 또 (조)성민이. 지금 와있어서 뽑은 건 아니지만 항상 내 마음속에 있는 동생이다. 그리고 크리스 윌리엄스, (함)지훈이는 너무 많이 뛰어서 지겨워서 빼겠다(웃음). (이)종현이는 부상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던 선수기 때문에 뛰고 싶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팬분들한테는 저 선수가 있을 때 눈길이 가고, 이기든 지든 한 번이라도 뛰었으면 좋겠는, 열심히 했던 선수라고 남고 싶다. 선수들한테는 '아, 그래 저 형, 저 동생, 동근이랑 뛰었을 때가 좋았구나' 생각 갖게 한다면 성공한 농구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런 선수로 남고 싶다.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하는데,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좀 더 공부하고 쉬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잡힌 것은 없다. 배워왔던 것들, 감독님이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어떤 식으로 말씀하고 이해 시켰는지 그런 부분을 지금도 배우고 있다. 어떤 식의 지도자가 될 거라는 건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게 많다. 일단 더 많이 배워서 나만의 색깔을 펼칠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논현동, 윤다희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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