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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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극적인 드라마'는 마지막에 완성된다

기사입력 2015.07.29 06:20 / 기사수정 2015.07.29 02:5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만약 2볼-노스트라이크에서 대타를 내지 않았다면? 상대 선발 투수가 우완이었다면? 동점 희생 플라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가장 극적인 드라마는 가장 예상치 못했던 순간, 생각지 못했던 전개에 나온다. 그래서 '극적'이라고 표현한다. 

28일 KIA 타이거즈의 승리가 단어 그대로 '극적'이었다. KIA의 베테랑 외야수 김원섭은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999경기에 출장했다. 한 경기만 더 뛰면 1000경기를 채우는 상황이었다. 세상 모든 기록이 그렇듯, '0의 단위'가 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물론 김원섭에게 그 의미는 더 남달랐다.

간염 때문에 늘 컨디션 조절을 해야하고, 여기저기 잔부상이 있는 그는 프로에서 15년을 버틴 끝에 1군 1000경기라는 감격적인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대졸 신인으로 입단해 트레이드로 한차례 팀을 옮겼고, 빛을 보기까지도 5~6년의 시간이 걸렸다. 결국 서른이 다 돼서야 본격적인 '1군 선수'가 됐으니, 매우 늦게 출발선상에 선 셈이다. 김원섭도 "다른 선수들에게는 1000경기의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특별하다"고 말하는 기록이다.

그런데 28일 SK전의 선발 명단에 김원섭이 없었다. 상대팀 선발 투수가 좌완인 김광현이었기 때문에 좌타자 김원섭이 제외된 것이다. 좌완 투수가 나올 때 김원섭이 라인업에서 빠지는 것은 더러 있는 일이었지만, 개인 기록이 걸려있는 상황이라 다소 아쉬웠다. 경기 후반 교체 출전은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선발 출전해 대기록을 세울 때 또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선발 제외가 기가 막힌 극적인 승리로 연결됐다. KIA가 2-3으로 뒤진 7회말. 황대인의 안타로 2사 주자 1루 찬스가 찾아왔다. 다음 타자는 김호령. 앞선 타석에서 안타가 있는 타자였다. 김호령이 윤길현을 상대로 초구와 2구 모두 볼을 골라낸 상황에서 갑자기 김기태 감독이 벤치에서 나왔다. 대타 교체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리고 김원섭이 타석에 들어서면서 자신의 1000번째 경기를 시작했다. 김원섭은 7회말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진짜 드라마는 9회말에 완성됐다. SK 정우람이 흔들리면서 KIA는 찬스를 만들었다. 백용환의 희생 플라이로 기어이 3-3 동점을 만들었고, 주자 1,2루 찬스가 공교롭게도 김원섭을 향했다. 

정우람을 상대한 김원섭은 2볼-1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스윙으로 받아쳤다. 타구는 멀리 뻗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끝내기 홈런이 됐다. 

'데자부'처럼 연상되는 홈런이 또 있다. 김원섭은 지난 2009년에도 군산 SK전에서 정우람을 상대로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트렸었다. 같은 상대 팀, 같은 투수에게 또다시 인상 깊은 끝내기 홈런을 때린 것이다. 당시 KIA는 SK를 아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고, 이날은 8위로 밀려날 위기에서 벗어나는 뜻깊은 승리를 완성했다. 

만약 김원섭이 선발로 출전했다면, 김기태 감독이 2볼 상황에서 대타로 기용하지 않았다면, 9회말 앞선 타자들이 찬스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이처럼 극적인 드라마가 완성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우연들이 모여 끝내기 승리의 의미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NYR@xportsnews.com / 사진 ⓒ KIA 타이거즈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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