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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 엑스파일] 골 넣는 수비수, '수트라이커'에 대하여

기사입력 2015.05.27 15:04 / 기사수정 2015.05.27 18:47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올해도 K리그에 수비수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수비수들은 역할의 제약을 벗어나 골을 터트린다. 이들을 두고 우리는 수비수와 스트라이커가 합쳐진 '수트라이커'라는 표현을 쓴다.

지난 12라운드에서도 수트라이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이용이 수트라이커의 대열에 합류했다. 후반 36분 교체 투입됐던 이용은 후반 43분에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터트렸다. 골문 앞에서 윤빛가람이 올려준 공을 장신을 활용한 헤딩으로 3-2 승리를 팀에 안기는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제주는 수트라이커의 효과를 제대로 봤다. 경기 막바지 승부수를 띄워야 했던 순간에 조성환 감독은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보일 수 있는 이용을 투입해 재미를 봤다. 이렇듯 수트라이커는 각 팀들에게 새로운 무기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골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수비수들은 숨겨왔던 득점 본능을 발휘하면서 감독들의 어깨를 든든히 해줬다.

눈에 띄도록 많은 골을 넣는 것은 아니지만 수트라이커의 결승골 행진은 주목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들의 조용한 활약도 K리그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최근 더 주목받는 수트라이커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3년 사이 수트라이커는 축구계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전술의 유입과 변화로 포지션의 경계도 사실상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수비수들도 공격수의 본업인 득점에 적극인 모습을 보였다. 공격수 못지 않은 결정력으로 화제를 모은 이들도 하나둘씩 나타났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가 조명을 받았다. 통계 전문업체인 옵타 스포츠가 지난 4월에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라모스는 최근 10년간 5대 유럽리그(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수비수로 이름을 올렸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도합 40골을 터트린 라모스는 베르더 브레멘과 볼프스부르크에서 37골을 뽑아낸 나우두, 삼프도리아와 나폴리에서 뛰며 31골을 넣은 크리스티안 마지오를 제치고 현 세대 중 최고의 수트라이커로 등극했다. 소속팀에서는 439경기 55골을 넣어 페르난도 이에로(127골), 호베르투 카를로스(68골) 등 수비수들이 골을 곧잘 넣어 왔던 레알에서 수트라이커의 계보도 이어가고 있다.



K리그에도 수트라이커가 중요한 관심사다. 수트라이커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었다. FC서울의 김진규가 선두주자로 나섰다. 김진규는 2013시즌에 공격수에 못지 않는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6골을 넣었다. 서울이 승리가 간절했던 중요한 순간마다 나온 김진규의 골은 그에게 '수트라이커'라는 칭호를 붙여주기에 아깝지 않았다. 이 바람을 타고 김진규는 지난해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4월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힘들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수트라이커의 바람은 곧 다른 팀들에게도 옮겨졌다. 올 시즌도 여러 수트라이커의 등장에 팀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김진환의 등장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8라운드에서 김진한은 포항 스틸러스의 골문에 헤딩 선제골을 꽂아 넣어 무승부에 기여했고 지난 11라운드에는 김진환이 직접 역전골을 터트려 부산 아이파크를 눌렀다. 전략적으로 세트피스 공격을 노리고 후반전에 출격했던 제주 수비수 이용은 전남의 골문에 헤딩골을 성공시켜 제주의 홈 6경기 무패행진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수트라이커가 쓰는 교과서는 '스트라이커'

수비수들의 득점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임무가 공격수를 막고 골을 안 먹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팀 골문과 멀리 떨어져서 경기를 한다. 수비수가 골을 노리기에는 제약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들은 이마저도 넘고 골망을 가르고 있다.

등장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득점을 노려보기 힘든 필드플레이보다는 세트피스 공격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추세가 바뀌었다. 과감하게 먼거리에서 중거리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는 수비수들도 등장하고 있어 단순히 세트피스가 수비수들이 골을 넣기 위한 통로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렇듯 점차 진화하고 있는 수트라이커의 배경에는 어떤 원인이 숨어있을까. 지난 전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용은 수트라이커의 최고의 교과서는 스트라이커라고 밝혔다. 그는 "수비수이기 전에 축구선수다보니까 항상 골을 넣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서 "공격수들을 마크하면서 이미지트레이닝이 되는 것 같다. 수비를 할 때 항상 공격 성향을 파악하고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세트피스의 경우 공격수가 들어가는 움직임이나 패턴을 떠올리고 공이 자주 들어오는 쪽으로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은 계속해서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득점 기회를 적극적으로 노려보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이용은 "평소에는 수비 위주로 경기를 하지만 조성환 감독님이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공격적인 면을 많이 지도하신다"면서 "기회를 주신다면 팀을 위해서 물론 수비수고 골을 안 먹히는 것이 우선이지만 골을 넣어서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골욕심을 부릴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수트라이커가 있으면 무기가 된다 

수트라이커로 재미를 많이 봤던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이를 두고 "우리 팀의 무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수트라이커도 팀에게는 하나의 특성이며 무기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아직 수비수가 골을 넣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은 일부 있다. 수비수가 골맛을 알게 되면 본래의 역할인 수비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수트라이커가 팀에 있다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 어떻게 적절하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고 선수 스스로도 어느 시점에 골본능을 폭발시키느냐에 따라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수트라이커를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여러가지가 있다.

첫째는 수트라이커를 데리고 있다면 상대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중요한 무기로도 가치가 있다. K리그 감독과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상윤 건국대 감독은 "예전에는 확실한 역할분담이 되어 있던 것과 달리 현대축구는 수비수도 공격수의 능력을 발휘하는 21세기형 선수들을 필요로 한다"면서 "요즘은 공격수도 골을 넣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수비수가 득점 능력을 갖고 나오면 상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고 공격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한편으로는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수비수의 골이 공격수에게 자극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효과는 '멀티플레이어' 보유다. 축구는 그라운드 위에서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예기치 않게 선수들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만약 공격수 교체가 마땅치 않을 경우 수트라이커가 있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상윤 감독은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분위기인데 특히 어느 자리에 부상을 당해 공백이 생기면 멀티플레이어를 필요로 하게 된다"면서 "수트라이커가 이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공격수만 골을 넣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수트라이커가 있다면 그 팀이 발전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김진규, 이용, 김진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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