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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은 무궁무진…국내 전자출판사들 노하우 들어보니

기사입력 2018.06.23 14:05 / 기사수정 2018.06.23 18:20




연매출 30만원을 7억으로 늘린 회사, 웹툰 플랫폼으로 미디어 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회사 등 전자출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출판 업체들의 다양한 사연과 경험이 전해졌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8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전자출판, 시장과 사업 모델이 궁금하신가요?'를 주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길벗, 전자책 매출 30만원을 7억으로 만들기까지…

이날 프로그램에서 강연에 나선 도서출판길벗 디지털콘텐츠팀 이광희 차장은 디지털 출판의 경험을 담은 사례들을 발표했다.

이광희 차장은 "매출 증진을 위해서는 전자책을 꾸준히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책 누적 종수가 20권에 그쳤던 2010년 매출은 3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누적 종수가 1076종인 2017년에는 7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차장은 "우리는 1년에 150~200권씩 꾸진히 전자책을 만들고 있다"며 "누적 종수를 기반으로 매출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EPUB( html을 기반으로 한 전자책 국제 표준 포멧)로 전자책을 만들어야 사업 확장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출판사에서는 제작이 간편하다는 이유로 PDF 포맷을 선호하는 업체도 많다.

이 차장은 "EPUB은 html 기반이기 때문에, 다양한 디지털 포맷으로 대응이 쉽다는 강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앱 제작, 웹사이트 전환부터 TTS(문자음성자동변환기술)에 의한 음성화도 가능하다. PDF포멧의 경우 음성화에 제약 사항이 많다. 우리가 EPUB 포맷을 고수하는 것은 앞으로 어떤 새로운 디지털 포맷이 나오더라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어학서의 경우 EPUB3(멀티미디어를 지원하는 EPUB 3.0 버전) 포맷으로 제작하면 MP3 재생 기능을 지원해, 음원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기능도 제공할 수있다.

또한 "전자책을 공짜로 오픈하면, 오히려 더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길벗에서 운영 중인 IT 도서 열람 웹사이트 더북(thebook.io)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외서를 제외하면 등재된 책의 모든 페이지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책의 구매링크만 제공할 뿐이다. 

이 차장은 "주변에서 '그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도 하더라"며 "오히려 더북을 통해서 책을 2권씩 사는 분도 계셨다. 직장에서는 코딩하기 위해 종이책을 보고,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으로 본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공개하면 책이 안팔리고 손해볼 것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역전됐다. 이용자들은 "똑같은 내용인 것은 안다. 하지만 이건 웹, 이건 종이책, 이건 전자책"이라며 그릇에 따라 다르게 인식했다. 이 차장은 이것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 미션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산북스, ’미지의 시장‘에 진출한 전통출판사
 
다산북스 서대진 디지털 콘텐츠 팀장은 전통적 단행본 출판사인 다산북스가 디지털 전용으로 유통되는 '장르 소설' 시장에 뛰어들게 된 상황에 관해 설명했다. 이 분야는 기존 전문 업체들에 의해 시장이 형성돼 있었고, 다산북스로는 '신규 업체'의 입장이었다. 

다산 북스는 우선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로맨스 소설 분야에 '블라썸'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했고, 이후 판타지·무협 브랜드 '몬스터'를 추가했다. BL(보이즈러브·남성간의 사랑을 그린 장르)소설도 내고 있다. '좋은 콘텐츠에는 경계가 없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만큼 처음부터 장르 소설 개발이 원활히 이뤄지진 않았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 판타지 소설 등 여러 공모전을 열면서 초기 추진 동력을 얻고자 했다.

공모전 최우수작 '시간의 계단'을 야심 차게 내놓았으나, 처음에는 실패를 맛봤다. 원인 분석 결과 로맨스 부분이 부족해 추리 소설로서 마케팅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표지 디자인을 바꾸고, 외전을 추가 집필해 로맨스 요소를 보강하고 2차 론칭을 시도한 결과 로맨스 소설 부문 베스트 셀러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에도 도서 큐레이션 채널 '소행성책방'에 카드뉴스 콘텐츠 제작을 의뢰하고, 1권 무료보기·세트 판매 할인 이벤트를 병행하는 등 지속적인 마케팅을 실시한 결과 스테디 셀러로 안착할 수 있었다.

서 팀장은 "장르 소설은 독자가 기대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취향이 세분된 만큼 장르와 키워드 설정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스툰' 통해 도약하려는 위즈덤 하우스

위즈덤 하우스는 '저스툰'을 통해 출판사에서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큰 그림을 세웠다. '저스툰'은 지난해 5월 위즈덤 하우스에서 자체 출범시킨 웹툰·웹소설 플랫폼이다. 

지난 1년간 저스툰을 통해 독점 웹툰 140종, 웹소설 70종을 서비스했다. 독점작 외에 타 출판사의 만화·소설을 각각 1만종씩 서비스 중이다.

저스툰은 'IP 확장'을 중요시한다. 웹소설의 경우 기획단계부터 영상화에 최적화한다. 캐릭터, 줄거리 등 여러 부분을 PD, 작가들과 논의한다. 그 결과 '우리 베란다에서 만나요', '한양 다이어리'가 드라마 제작이 결정되고, '탐정 홍련'이 2017 부산영화제 아시아필름마켓 E-IP 어워드 NEW 크리에이터을 수상하는 등 성과도 나오고 있다. 위즈덤 하우스 정은선 이사는 IP의 영상화 추진에 대해 "국제영화제에 문을 두드리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에 출판으로 보유한 콘텐츠를 저스툰을 활용해 멀티 유즈화 하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연목구애', '아가미', 종의 기원' 등 소설 원작의 '노블 코믹스'를 연재하고 있으며, 베스트셀러 에세이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웹소설 및 웹툰화했다.

정이사는 "콘텐츠 기업인 출판사에서 플랫폼 운영을 하는 일은 쉽지 않다. 플랫폼 사업에는 기존의 편집·마케팅 인력이 IT 인력과 함께 융합해야 한다. 함께 싸우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면 성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플랫폼 내에서 역할을 하는 것은 콘텐츠이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



시요일…외면받던 시(詩), 되살린 모바일 앱

창작과 비평사의 계열사 미디어 창비에서는 지난해 4월 시(詩) 전문 모바일 앱 플랫폼 '시요일'을 출시했다.

디지털 시장에서 시 콘텐츠로 승부한다는 역설적인 발상이었지만, 현재 앱 다운로드 수 23만을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의 '큐레이션'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절판된 시집들을 디지털화했으며, 10여명의 시인·60여명의 국어 교사들이 직접 수만편의 시를 분석해 시마다 십여 개의 연관 태그를 달았다. 그 결과, 그날마다 상황에 맞는 시를 제공해서 이용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시요일로 이룬 성과는 다양하다. 시요일에 탑재된 3만 5천편의 시 중 96%가 1번 이상 읽혔다. 종이책으로는 이룰 수 없었던 효과다. 또한, 시요일을 1년간 운영한 결과 이전 동기간 대비 종이책 시집 판매가 1.5배 증가했다. 

미디어 창비 전병욱 디지털 사업팀장은 "큐레이션 된 시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종이책 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박소란 시인의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이, 시집에 수록된 시 '다음에'가 시요일 메인에 노출된 뒤 판매량이 크게 는 사례도 있다.

또한 젊은 층에게 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종이책 시집은 30~40대 독자가 대다수였는데, 시요일에서는 디지털 친화력이 높은 10~20대 이용자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요일의 향후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창작과 비평사 외 다른 출판사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마케팅 창구 역할, 독자가 올린 시를 문학상과 연계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전 팀장은 "각박해지는 이 시대에 누구나 위로를 필요로 한다. 시라는 콘텐츠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모바일 시대에는 단문 콘텐츠가 소비와 공유에 유리하다"며 시 콘텐츠를 디지털 플랫폼화 한 이유를 다시금 강조했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 기사제공=스마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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