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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1987' 장준환 감독 "여진구·강동원, 엔딩크레딧 가장 위…고마움의 표시"

기사입력 2018.01.08 16:30 / 기사수정 2018.01.08 19:4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1987'과 함께 뜨거워지고 있는 겨울이다. 장준환 감독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 '1987'이 관객들의 마음에 묵직한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

지난 달 27일 개봉한 '1987'은 끝없는 호평 속에 7일까지 40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개봉 3주차를 맞은 현재도 영화는 안팎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1987'을 관람한 소식이 전해지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날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까지 넘어서는 등 꾸준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이 작업만 마무리하면 한숨 돌릴 것 같다"면서 개봉을 며칠 앞두고까지 이어진 후반 작업에 걱정을 놓지 못하던 장준환 감독의 얼굴에도 개봉 후 시간이 흐를수록 안도의 미소가 더해지고 있다.

앞서 사진 촬영을 마쳤던 장준환 감독이 인터뷰 현장에 쓰고 온 모자에는 '1987'이라는 숫자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1987이 쓰여진 모자만 세 개"라고 웃은 장준환 감독은 "나와 와이프(배우 문소리)가 기념용 겸 선물용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김)태리 씨도 따로 모자를 준비하고 스태프들도 만들었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모자 풍년이다'라고 했었죠"라고 말했다.

1987년, 당시의 이야기를 먹먹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 '1987'을 향한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준환 감독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조차 몰랐던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아요. 이전 정권 때 제작을 시작했기 때문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있었죠. 무엇보다 일부 유가족 분들이 '좋다'고 해주시니 막혀 있던 것이 한 꺼풀 내려간 느낌이고요"라고 말했다.

장준환 감독이 1987년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떠올리고, 실제로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제가 워낙 느린 사람이에요. 첫 작품을 만들고 두 번째 작품을 내놓을 때까지 10년씩 걸린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시대가 변하고, 훌륭한 배우 분들이 동참해 주시면서 순식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죠. 즐거운 비명이었어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던 사람에게 주어진 행운이었죠. 순조롭지만 너무 바쁘게 진행되다 보니 부담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부담감조차 행복했어요."

역사를 소재로 만든 작품인 만큼, 조심할 부분도 많았다. 장준환 감독은 "어떤 팩트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는 것이 임무이자 원칙이었어요. 그 다음이 영화적 재미였죠"라고 자신이 지키려 했던 원칙에 대해 얘기했다.

"'어떻게 하면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게 캐릭터들을 조각해 내는가'를 고민했고, 또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었어요. 캐릭터들을 조금 과장되게 만든 것 말고 팩트에 크게 어긋난 것은 없어요. 실제로 하정우 씨가 연기한 캐릭터의 실제 모델인 최 검사님만 '난 저런 술주정뱅이도 아니었고, 껄렁하지도 않았는데'라고 나름대로 투정을 보이셨었죠.(웃음)"

'1987'이 故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 여진구로 시작한다면, 끝은 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은 강동원의 존재감으로 울림을 안긴다. 당초 장준환 감독은 언론시사회 등 영화가 첫 공개된 자리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강동원이 연기한 '잘 생긴 남학생'의 존재가 이한열 열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가급적 기사에 담아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을 한 바 있다.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강동원을 비롯한 여진구 등 영화를 위해 흔쾌히 특별출연에 나선 배우들의 면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여진구는 지난 6일, 강동원은 7일 '1987'의 무대인사에 함께 해 관객들을 만났다.

실제로 '1987'의 엔딩 크레딧에는 여진구와 강동원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올라간다. 장준환 감독은 "캐릭터 특성상 탑 크레딧에는 숨겨놓아야 했어요. 하지만 고마움에 대한 표시는 꼭 하고 싶어서 엔딩 크레딧에 따로 공간을 냈죠.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까. 고마움을 전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렇게나마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장준환 감독에 설명에 따르면, 강동원은 '1987'을 계획하고 있던 장준환 감독에게 가장 먼저 출연을 결정해주며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김윤석, 하정우가 합세했다. 장준환 감독은 "그 순간이 정말 고마웠죠. 그 때 또 눈물이 나왔어요. 눈물을 많이 쏟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아요"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세 배우를 동방박사 3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요.(웃음) 블랙리스트를 감수하면서 최초로 의기투합 해 준 사람은 바로 강동원 배우였죠. 김윤석 선배는 '동원이가 한다고? 그럼 같이 해보자'고 했고, (하)정우 씨도 '시나리오 정말 재미있어요.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라며 그 서슬퍼런 시기에 의기투합해줬죠."

장준환 감독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이 배우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얘기했다.

"어느날 윤석 선배가 갑자기 '지금 정우 만나고 있는데 나올 수 있겠냐'며 연락하시더라고요. 부랴부랴 준비해서 나갔어요. 그 날이 정우 씨를 처음 보는 날이었거든요. 정우 씨는 첫 만남에 '감독님, 저 이 작품 할게요!'라고 말했는데, '이건 뭐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신기했어요. 동원 씨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분위기 좋은데 당장 만나자'가 됐죠. 강 배우가 외국에 있었던 관계로 당일에는 못 만나고, 돌아오자마자 넷이 다시 뭉쳤어요. 모든 근심과 고민이 사라질 정도로, 시작부터 파이팅이 좋았죠."

당초 '1987' 시나리오 상 강동원의 캐릭터 이름은 '잘 생긴 남학생'이었다. 장준환 감독은 "故 이한열 열사를 보면 상당히 잘생겼거든요. 후반부에 충격과 놀라움을 드러나게 만드는 구조라 그런 맥락에서 '강동원 배우가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제로 해줘서 또 정말 감사했어요. 그 시기에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나서준 부분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죠. 강 배우의 선택 덕분에 우리 영화가 힘을 받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도 맞아요. 정말 고맙지 않을 수 없어요"라고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장준환 감독은 "'내가 이 시대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도 계셔서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라고 다시 말을 이었다.

"창작자로서 새로운 시도로 생각된 부분은 안타고니스트를 뼈대에 두고 많은 주인공들이 쭉 흘러가는 구조가 신선하다는 것이었죠. 결국 영화를 보는 주체인 관객이, 관람석에 앉아 있지만 '내가 주인공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이 시대의 주인공'이라는 마음을 품고 영화관을 나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누구나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제가 원했던 반응들이 꽤 있어 다행이었죠."

실제 장면들을 차용한 신들에 대해서도 "'역사를 박제화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너무 발랄하게 갈 수는 없는 작품이라, 그 선을 지키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들이 만들어진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이 역시 많이 알려졌듯이, '1987'에는 배우이자 장준환 감독의 아내인 문소리도 힘을 보탰다. 문소리는 시위 장면을 촬영할 당시 선두에 서서 가장 큰 목소리로 '호헌철폐, 독재타도' 구호를 외치고, 보조 출연진들에게 적극적으로 연기 지도를 하기도 했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는 (아내와)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보고 나서는'엄청 울었다'며 오히려 특별한 말을 하지 않더라고요. 목소리 뿐만 아니라 시위 장면을 찍을 때 현장에서 지휘를 직접 디렉션 해주기도 했어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라고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온 진심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던 그 마음을, 관객들 역시 온전히 느껴주길 바라는 것이 장준환 감독의 마음이다.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이 민주주의를 한걸음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 피와 땀을 흘렸나 하는 부분이거든요. 그 점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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