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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10주년③] 나영석·유호진·유일용…10년 PD史

기사입력 2017.08.05 08:00 / 기사수정 2017.08.05 07:51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PD가 바뀌면 프로그램의 색이 바뀐다. '1박 2일'처럼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역사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기준은 그 시대의 통치자별로 분류하는 것이다. 왕마다 대통령마다 나라를 다스리는 정책이 다르므로, 그 나라의 성격도 달라지는 것. 이같은 구분은 PD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이 바뀌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적용된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KBS 2TV '1박 2일'은 여타 장수프로그램과 달리 여러번 PD가 교체되어왔다. 멤버들이 모여 1박 2일 동안 여행을 떠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복불복 게임을 통해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큰 틀은 똑같지만, PD의 차이는 아예 다른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는 '1박 2일' PD들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 PD들에 비해 프로그램에 깊게 관여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특성일 수도 있다. 프로그램 출범 당시부터 '1박 2일' PD들은 자연스럽게 카메라 안으로 들어왔고, 멤버들과 내기를 하거나 그들을 수렁에 빠뜨릴 제안을 하는 등 제 7의 출연자처럼 행동해왔다.

그렇기에 PD의 번쳔사는 곧 '1박 2일'의 변천사다. 지난 10년 '1박 2일'을 다녀간 PD들을 되돌아보며 10년의 역사를 살펴봤다.

▲ 전설의 시작 - 이명한·나영석 시대(2007년 8월~2012년 12월)

단군, 주몽, 온조왕, 박혁거세, 태종 무열왕, 태조 왕건, 태조 이성계 등. 한 나라의 모든 왕을 외우진 못하더라도 그 나라를 건국한 왕들은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1대 왕의 이념은 나라의 큰 틀을 마련하게 되고, 후대 왕들이 세세한 법을 재정비한다고 해도 보통 나라의 시조가 된 왕이 세운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1박 2일'을 함께 기획하고 만들어간 이명한과 나영석은 이후로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지속되건 잊혀지지 않을 이름이다. 두 PD의 성격이 다르지만 함께 묶은 것은 이 두사람이 '1박 2일'을 함께 기획하고 만들었기 때문. 

초창기 카메라 앞에 등장했던 PD가 'K'자가 그려진 파란 모자를 쓴 이명한 PD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명한 PD의 '1박 2일'을 나영석 PD가 물려받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초창기 현장에 나가던 이명한 PD가 해피선데이 총 책임자가 되며 나영석 PD가 현장 PD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PD가 화면에 등장해 멤버들과 협상을 하고, 내기를 하는 모습이 흔하지 않았다. PD는 카메라 밖에서 컷과 액션을 외치며 프로그램을 이끄는 사람이었고,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은 '연기자'로 자기들끼리 상황을 만들어갔다. 그 틀을 허물고 함께 연기자가 된 이명한, 나영석 PD는 그래서 다른 PD들 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 둘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명한 PD가 강호동과 '식신'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먹방 대결로 주목을 받은 데 비해, 나영석 PD는 출연진들에게 극한의 상황을 주는 독한 모습으로 주목을 받았다. 시즌 1 '1박 2일'의 상징과도 같던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내가 당하면 힘들지만 옆에서 보면 재미있는 나영석PD표 독한 상황들이 만들어낸 유행어다. 그가 만든 말도 안되는 미션들에 좌절하는 멤버들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지는 나영석의 "실패!"라는 한 마디는 얄밉지만 묘한 재미를 만들어냈다.

특히 나영석 PD의 독한 모습이 '나쁜 PD'라는 캐릭터로 만들어지면서, 연기자팀vs스태프팀이라는 대결 구도가 '1박 2일'의 주 소재가 되기도 했다.(스태프 전원 야외취침은 아직까지 손꼽히는 레전드) 독한 PD에 맞춰 함께 독해진 '1박 2일' 연기자들 탓에, 종종 나영석 PD의 예상이 틀어지고 이에 평소에는 나쁘게 굴다가도 공손해지는 그의 모습은 또 하나의 웃음 포인트였다.

▲ 전성기 이후 침체기 - 최재형·이세희 시대(2012년 2월~2013년 11월)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1박 2일'의 전성기는 나영석 PD가 프로그램을 떠나며 막을 내렸다. 메인MC 강호동의 하차가 아닌, 메인 PD 나영석 PD의 하차가 한 시대의 끝을 뜻한다는 것은 '1박 2일'이 얼마나 PD에게 많이 의존하는 프로그램인지 보여준다.

나영석 PD와 함께 은지원, 이승기가 '1박 2일'을 떠나고, 새로운 멤버와 새로운 PD의 투입과 함께 새로운 '1박 2일'이 시작됐다. 잘 될 땐 뭘 해도 잘 되더니, 안 될 땐 뭘 해도 안됐다. KBS 노조 파업으로 2기 출범 초기 결방을 하기도 했고,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런닝맨'과 MBC '진짜 사나이'의 성장도 '1박 2일'에 악수로 작용했다.

전성기에 시청률 40%까지 기록했던 '1박 2일'은 이제 라이벌 프로그램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내놓기에 이른다. 그런 와중에도 '재외동포특집' 같은 의미있는 특집들이 간간히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1박 2일'이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2013년 3월, 1년 만에 메인 PD가 최재형 PD에서 이세희 PD로 교체됐지만 별 다른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프로그램의 큰 틀을 유지하는 데에 초점을 뒀기 때문일까. 그러나 변화 없이 멤버만 바뀐 채 똑같은 그림을 반복하는 것은, '식상하다', '지루하다' 등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특색이 없는 시즌이었던 만큼, PD들도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최재형 PD는 '1박 2일'을 그만둘 때까지 새피디(새로 온 PD라는 뜻과 새를 닮았다는 뜻 두가지를 담고 있다)였으며, 이세희 PD는 황현희, 햄스터, 대머리독수리 등 무수한 닮은꼴만 남기고 7개월 만에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렇다고 해서 두 PD의 역량이 다른 PD들보다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두 사람이 '1박 2일'이라는 야외 버라이어티와는 맞지 않았던 것 뿐이다. 최재형 PD는 '1박 2일' 이후 '청춘FC'를 성공시켰고, 이세희 PD는 '안녕하세요'와 '해피투게더' CP로 토크쇼에 최적화된 자신의 역량을 과시했다.

▲ 반등의 시작, 중흥기 - 유호진 시대 (2013년 12월 ~ 2016년 6월)

오랜 기간 이어온 '1박 2일' 포맷에 시청자들이 지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박 2일' 전성기 시절 막내에서 메인 PD로 돌아온 유호진은, 전성기만큼 재미있으면서 본인만의 색을 더한 신선한 방송을 만들어냈다.

유호진 PD는 단순한 여행지 소개를 넘어 테마가 있는 여행을 '1박 2일'의 콘셉트로 잡았다. 이러한 그의 기획력이 돋보인 회차로는 '서울 시간 여행' 특집이 있다. 명절에 오히려 조용해지는 서울을 여행하던 멤버들이, 그 날 여행한 장소가 부모님의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될때의 소름은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이처럼 여행지보다 여행 테마가 중요해지자, 게스트들의 출연 빈도도 높아졌다. '1박 2일'은 이전까지와는 다른, 그러나 전성기의 '1박 2일'을 가장 닮은 색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조인성, 김기방 등이 출연한 '쩔친 특집'이나 문근영, 박보영 등이 등장한 '여사친 특집' 등이 그 예시다.

또 안중근 의사의 흔적을 추적하는 하얼빈 특집 4부작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들었다는 평을 들으며,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1박 2일'은 이 편으로 한국방송대상 예능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같은 '1박 2일'의 여러 활약은 돌아섰던 많은 시청자들을 다시 '1박 2일' 앞으로 불러들였고, 동시간대 1위를 되찾기에 이른다.

▲ 역사는 현재 진행형 - 유일용 시대 (2016년 6월 ~ ing)

아직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 같은 시즌3이지만 유호진 PD에서 유일용 PD로 메인 PD가 바뀌며 '1박 2일'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다. 레전드라 불리는 나영석 PD만큼이나 호평을 받았던 유호진 PD의 후임자이기에, 그와의 비교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유도리가 없어 '무도리' PD라 불리던 그의 초창기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마침 쏟아지는 게스트 러쉬도 부정적 평가에 한 몫을 더했다. 게다가 가짜 고소 사건에 휘말린 정준영이 잠시 '1박 2일'에서 하차하며 '1박 2일'에 다시 위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그러나 유일용 PD는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들으며 묵묵히 변화하고 있었다. 변수가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이끄는 PD 답게 융통성을 갖춰가고 있으며, '1박 2일' 멤버들을 향한 애정이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특집들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9주년을 맞이해 준비한 김종민 특집과, 등산 아이템을 이용한 정준영의 자연스러운 복귀를 그려낸 것이 그의 따뜻한 기획력을 보여준다. 유호진 시대에 폭발한 시청률과 화제성 때문에 유일용의 '1박 2일'은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여전히 평균 14~16%라는 높은 시청률과 함께 동시간대 1위를 사수중이다.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아직 이 시대를 뭐라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다. 그는 '1박 2일' 10주년과 시즌3 200회라는 굵직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있다. 이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훗날 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일용 PD가 써 내려갈 역사의 한 페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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