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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군단의 심장 최후의 프로토스, 김유진이 말하는 공허의 유산

기사입력 2015.12.01 00:52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2011년까지 스타크래프트 세계 리그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2012년 별도의 단기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는 2013년부터 전 세계 스타크래프트2 개인 리그를 하나로 묶었고, 블리즈컨은 한 해 최고의 스타크래프트2 선수가 탄생하는 최고의 무대가 되었다.

블리즈컨 2015 무대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진에어 그린윙스의 프로토스 김유진이 우승자 자리에 올랐다. 2013년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우승자이기도 한 김유진은 2014년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우승자인 이승현을 결승에서 꺾고 최초의 2회 우승자가 된 것.

우승 상금 1억 이상 대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김유진. 군단의 심장을 정복한 프로토스인 그는 공허의 유산을 앞두고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일산 진에어 그린윙스 숙소에서 만난 김유진은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의 감동은 지운 채로 새로운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 선수의 자리에 두 번이나 오른 소감은 어떤가?

2013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올해는 바닥에서 시작하다시피 했고, 그래서 더 우승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리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욕심이 더 커졌다. 우승하고 나니 또 한 번의 우승이 커리어로 남아 기뻤다. 이번에 우승하니 관중의 환호성도 더 커졌더라.

처음 선수로 데뷔할 때 최고의 선수가 되지는 못해도 프로토스 하면 떠오르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두 번의 우승으로 목표에 더욱 가까워진 거 같다.



자유의 날개 시절에는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데 비해 군단의 심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냈다.

자유의 날개 시절에는 브루드 워와 병행하느라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 자유의 날개를 플레이했던 선수들이 많아 최정상 수준까지는 따라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군단의 심장으로 바뀌고, 모두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같이 시작하면 내가 남들보다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군단의 심장은 내게 잘 맞는 게임이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직접 게임을 해보면 그 전략이 거의 먹혀 들어갔다. 프로리그를 주로 준비하다 보니 매번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했는데, 서로 같은 전략을 준비하면 경기가 힘들어지니 상대 예측을 벗어난 플레이를 해야 했다.

그중 하나가 광자포 러시다. 다들 얼마나 연습하는지 내게 물어보는데, 그냥 하다보면 감이 생겼다. 그 이후로는 상대 드론 수 정도를 보고 광자포 러시를 쓸지 결정하게 됐다. 보통 래더를 통해서 감을 잡고, 프로리그 연습 때 팀원들에게 사용해보곤 한다.

팀원들에게 광자포 러시를 사용하면 반응이 어떤가?

처음에는 일단 운영 연습을 한다. 그러다가 맵이 좋지 않거나 도저히 방법이 없다 싶으면 광자포 러시를 준비한다. 이게 잘 통하면 상대가 어떤 빌드를 들고 나올지 연구해서 실전에 사용한다. 프로리그를 준비할 때는 미리 준비해서 나오고, 개인 리그를 준비할 때에는 정말 감으로 사용한다.

팀원들이 연습 때 광자포 러시를 당하면 일단 광자포 사기라고 말하고, 광자포 장인이 꼼수 부린다고도 말한다.

스타리그 2015 시즌 2 조지명식에서 같은 팀 조성호가 살기 힘든 이유 중에 하나로 본인을 지목한 적이 있다. 끊임 없이 본인을 괴롭힌다고 하던데.

오해다. 내가 괴롭힌 것이 아니라 팀이 조용하면 재미가 없으니 내가 말을 어느 정도 하는 편이다. 다만 요즘은 공허의 유산 때문에 내가 내 마인드 콘트롤이 안되서 혼자 궁시렁 거리며 게임을 한다.



공허의 유산이 많이 어려운가?

게임을 많이 해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밸런스가 잘 안 맞는 거 같다. 이렇게 말하면 징징대는 거 같이 들리겠지만, 프로토스들이 다들 힘들어한다. 공허의 유산 프로토스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단의 심장 프로토스가 강한 거처럼 공허의 유산 저그도 강하다. 저그는 초반도 강하고 중반도 강하고 심지어 후반도 강하다. 나는 내가 게임을 못해서 저그가 어려운가 싶었던데, 다들 저그전이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빌드를 계속 해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궤멸충이 상대하기 힘들다. 공격용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수비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바퀴와 궤멸충을 열심히 막다 보면 어느새 뮤탈리스크가 날아온다. 그 모습을 보면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 찬다.

그리고 가시 지옥 역시 상대하기 힘들다. 같은 타이밍에 동원할 수 있는 분열기로 상대해야 하는데 나오는 물량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고 분열기로 잡아도 잡아도 계속 가시 지옥이 몰려든다. 내 생각보다 강하더라. 사도와 분열기가 도움이 되지만 다른 종족의 새 유닛이 더 좋다.

그나마 테란전은 공허의 유산 초반에는 쉬웠는데, 이제 모든 선수가 공허의 유산을 하니 테란의 수준도 올라가 예전 같지는 않다. 저그전에 비해 아직 할만한 거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정이 되었으면 하나.

지금 토스를 잘못 건드리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거 같다. 그것보다는 저그를 약하게 하는 쪽이 나을 거 같다. 궤멸충이나 가시 지옥을 어떻게 해 줬으면 하다. 민감한 문제라 함부로 이야기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어쨌든 궤멸충과 가시 지옥은 좋은 거 같다.

팀 내 선수들은 공허의 유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공허의 유산은 나보다 (조)성호가 잘한다. 그리고 (조)성주도 테란을 잘하고 (김)도욱이도 성주만큼이나 잘한다. 다른 팀은 바코드를 많이 써서 어떤지 모르겠는데 저그는 (강)민수와 (김)민철이 형이 잘하더라.

성주는 고집이 있긴 한데 옆에서 조언해주면 받아들이기는 한다. 스타일이 아예 고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성주가 중후반에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다 잘한다. 성주는 정말 게임을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다.

(이)병렬이도 올해 많이 발전했다. 운영만 하던 선수에서 벗어나 혼자서 빌드 연구도 많이 하고 내가 봐도 신기한 빌드를 많이 쓰더라. 그래서 프로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인 거 같다. 자기도 신기한 빌드로 이긴 게 뿌듯하던지 더 새로운 전략을 연구하더라. 공허의 유산에서도 계속 신기한 모습을 보일 거 같다.



얼마 전 장현우 선수가 진에어 그린윙스에 합류했다.

블리즈컨을 다녀오니 얼마 안 있다가 장현우가 숙소에 오더라. 프로토스가 나까지 세 명이 있으니 좋다.

내 상상 속의 장현우는 활발한 선수였다. 방송 리액션도 크고 모니터도 부수는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숙소에서는 차분하더라. 그리고 운영에 기반한 단단한 모습이 부럽다. 나는 운영에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우에게 배울 게 많을 거 같다. 아마 서로가 도움을 주면 둘 다에게 이득이 될 거 같다.

그리고 현우의 나이가 부럽다. 97년생의 젊음이 부럽다. 현우는 어려서 아직 많은 걸 이룰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현재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선수가 있는지.

없다. 라이벌이 있다기 보다는 프로토스 중 최고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라이벌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2013년 김민철 선수가 GSL 결승에 올라가서 본인을 김명운에 이은 새 라이벌로 지목했는데.

난 그 형이 게임을 완전히 그만둔 줄 알았다. 보기도 힘들고 가끔 연락해봐도 게임 한다는 이야기가 없어서 마냥 노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에 만나보니 공허의 유산은 잘하더라. 게임에 재능은 있는 형 같다. 하지만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민철이 형이 군심 막바지에 너무 못했다.

그래도 다시 살아난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보통 한 번 경기력이 떨어지면 끌어올리기 힘든데, 민철이 형은 그걸 해내더라. 빨리 더 잘해서 퇴물 소리 안 들었으면 좋겠다(웃음).

kt에 있는 류원 코치와도 페이스북으로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데.

류원 코치는 보면 뭔가 놀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내가 먼저 안 놀리면 놀림을 당할 거기 때문에 미리 놀려야 한다.



내년 시즌 목표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공허의 유산에 적응해서 내 스타일을 찾아 프로리그, 그리고 개인 리그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 국내 개인 리그에서는 너무 자신감이 넘쳐서 중요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반면 해외 리그에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게임을 했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거 같다.

작년에는 프로리그 다승왕을 했는데, 올 시즌에는 썩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시즌 초반 잘 풀리지 않을 때 마음이 조급해서 성적을 내지 못한 거 같다. 내년 프로리그 초반에도 내가 잘 못하면 '쟤는 죽었구나'가 아니라 '후반부에 알아서 살아나겠지' 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올해 e스포츠 대상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팬 투표로 결정된 거로 아는데, 3등 안에 들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사랑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하고, 못할 때 너무 혼내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꼭 살아나서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



vallen@xportsnews.com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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