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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디테일로 완성한 '검은 사제들' (인터뷰)

기사입력 2015.11.26 20:01 / 기사수정 2015.12.12 19:57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검은 사제들'이 영화계의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지난 11월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장기 흥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장재현 감독이 있다. '검은 사제들'로 장편 영화에 입봉한 장 감독은 자신이 2012년 만든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바탕으로 '검은 사제들'을 완성했다.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을 이끄는 두 주인공으로는 김윤석과 강동원이 나섰다. 여기에 악령이 씐 여고생 영신 역을 훌륭히 소화해 낸 신예 박소담까지 무게를 더하며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검은 사제들' 개봉 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장감독을 만났다. "내게는 아직 영화가 끝나지 않았다"며 영화의 성공에 한없이 겸손한 마음을 내비치던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 "'검은 사제들' 내게는 여전히 진행 중인 작품"

장 감독을 만난 때는 '검은 사제들'이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그는 "저에게는 아직 영화가 안 끝났다"라며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써놓은 글을 보면서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런 부분은 또 아쉬워하는구나' 생각하며 반성하고 있다. 감독을 하는 데 있어서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을 위해 준비한 실제 시간은 단편을 작업했던 기간을 포함해 거의 3~4년 가까이가 됐다. 그만큼 곳곳에 장 감독의 섬세한 손길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마지막까지 장 감독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디테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함께 작업한 이들과의 모니터를 통해 끊임없이 의견을 들었고, 이를 반영했다.

오프닝 영상에서는 사제(주교와 신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 부제(부제품을 받아 사제를 돕는 성직자), 구마(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 장엄구마예식(교회법 제1172조에 따라 특별히 집전될 수 있는 예식), 부마자(활동이 없이도 사령이 몸 속 내부에 존재하는 사람), 12형상(부마의 징후들로 장미십자회에서 일련변호를 분류한 사령의 종류) 등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용어들이 강렬한 영상, 배경음악과 함께 설명된다.

초반 판타지 같은 느낌을 주며 출발하는 '검은 사제들'은 이국적인 듯 하면서도 무속신앙 등 한국적인 느낌을 적절히 버무리며 현실감을 살린다.

장 감독은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의 플롯을 버디무비, 형사물처럼 풀어서 살리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극 중 굿을 하는 무당과 최부제가 스치는 장면, 김신부가 제천법사(이남희)와 나누는 대화 등을 통해 이를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김신부의 사명, 최부제의 운명, 영신이(박소담)의 희생이라는 키워드가 만들어졌다. 실제 이를 위해 장 감독은 100명이 넘는 신부님과 무속인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한 달 동안 엄청나게 돌아다녀도 사실 시나리오 상에는 두 줄밖에 얻을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때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 작품을 위한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며 자신의 취재 경험담을 전했다.

영화 속에서 박소담이 4개 국어는 물론 사자울음, 개 짖는 소리 등 온 몸으로 표현해 낸 악령이 김신부, 최부제와 맞서는 후반부 40분의 구마예식 장면은 '검은 사제들'의 하이라이트다.

장 감독은 "어떻게 보면 악령이 영화의 주인공 아닌가. 저는 동물과 짐승은 굉장히 논리적이라고 생각해서 악마도 논리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악령이 (저주를 내릴 때) 숫자와 날짜도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나.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논리적인 신 같은, 그런 짐승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었다"고 설명을 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에도 장 감독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했다. 구마사는 어두운 영을 접하는 일이다 보니 용감하고 대범한 성격을 가진 것은 물론, 영적으로 가장 민감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호랑이띠여야 한다는 것이 극적 설정. 김신부의 이름 김범신은 '호랑이의 신', 최부제의 이름 최준호는 '준비된 호랑이', 이호재가 연기하는 김신부의 스승 정기범 신부의 이름에는 '호랑이가 일어난다'는 뜻이 있다.

영화를 본 이들은 '악령이 깃든 돼지를 15m가 넘는 강에 던져야 한다'는 이야기에 이 15m가 강의 폭인지, 혹은 깊이인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가져왔다.

이에 장 감독은 "당연히 깊이다"라고 웃으며 "한강이 제일 깊을 때 15m가 넘는 곳이 동호대교였다. '10m가 넘는 강에다 버려야 돼'라는 것보다 '15m가 넘는 강에 버려야 돼' 이게 좀 더 현실감이 있다. 물론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13.5m가 되는 강에 버려야 돼' 이것과는 또 느낌이 다르지 않나. 진짜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돼지를 버려야 하는 곳으로 동호대교가 낙점됐다. 이곳의 비밀은 또 있다. 극 중 최부제가 학장신부(김의성)로부터 '김신부를 감시해라'는 미션을 받은 뒤 지하철을 타고 명동으로 이동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장소 역시 동호대교다. 장 감독은 "주인공이 동호대교를 건너갔다 돌아오는 서사다. 감시하러 갔다가 구마사가 돼 돌아오는, 영웅 서사의 기본이고 원형이다"라고 설명했다.

십자가 등 극 중 등장하는 성물들도 투박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았다. 그는 "최부제가 구마예식을 할 때 가져온 성수는 생수통에 담겨 있지 않나. 저는 그게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했다. 김신부와 최부제 모두 비주류의 사람들이지 않나. 성물들도 꼭 고급이 아닌, 투박했으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미소 지으며 "이를 어떻게 봐 줄지는 관객들의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 "김윤석, 강동원, 박소담과 함께 할 수 있던 것은 행운"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을 휴머니즘적인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제 연출관이 그렇다. 오히려 이렇게 무겁고 어두운 영화를 할수록 그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은 사제들'은 인간을 긍정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악마는 '너희들은 원숭이랑 똑같아'라고 하는데, 인간은 다르지 않나. 김신부도 '신은 인간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해주는 이유가 있다면, 극장을 나올 때 긍정에너지를 준다는 점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풀어놓았다.

이어 장 감독은 "소재만 종교일 뿐이지, 누구나 봐도 거부감이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사람들이 사람들을 긍정하면서 '우리가 해냈어' 그렇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나오는 것이 목표였다. 다행히 영화를 관람한 주변 목사님들이나 아는 신부님들, 비종교인들 모두 거부감 없이 봐주셨다고 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안도의 마음을 내비쳤다.

김윤석, 강동원과 박소담과 함께 작업할 수 있던 것도 장 감독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그는 "김신부와 최부제님은 워낙 경험도 많고 잘 하시는 분들이지 않나"라고 웃으며 "저는 선만 긋지 말자, 오히려 내가 가두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촬영했다. (박)소담이도 워낙 본능적으로 연기를 잘 하는 친구지만, 대신 언어적인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사전에 조율을 많이 했다. 분석은 저보다 잘 해오는 분들이기에, 저는 신의 목적에 맞는지 안 맞는지만 보면 됐다"고 얘기했다.

'검은 사제들'을 본 관객들은 '이 영화는 두 번, 세 번을 보면 더 재미있다'는 의견을 내놓곤 한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보지 못했던 세세한 것들이 작품을 거듭해서 볼수록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장 감독은 관객들의 이런 반응에 기쁜 마음을 표하며 "이 디테일 때문에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쓰고 고생을 했는데, 그걸 봐주시니 보상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사람들이 소재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두려움을 안고 가는데, 저는 스릴 있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지 무섭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공포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면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엑소시스트'처럼 갔을 것이다. 방향성이 아예 다르다. 사람들에게는 무섭지 않고 선입견을 갖지 않게,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검은 사제들'의 성공을 몸소 체험하고 있지만, 장 감독은 여전히 자기중심을 꼿꼿이 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알아주는 것보다는 작품을 잘 만들어서, 작품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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