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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쏟아내야죠"…권상우, '탐정'으로 맞은 터닝 포인트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29 06:40 / 기사수정 2015.09.29 13:12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모든 것을 쏟아내야죠."

배우 권상우가 영화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으로 4년 만에 국내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번 작품을 자신의 터닝 포인트라고 꼽을 정도로 작품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그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권상우를 '탐정:더 비기닝' 개봉 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날 늦게까지 진행된 시사회 일정에 이어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진행된 인터뷰. "피곤하겠다"는 얘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죠"라며 결연한 눈빛을 보인 그의 손등에 시사회 일정 소화 중 살짝 다쳐 붙였다는 노란색 캐릭터 밴드가 눈에 띈다. "집에 아이들이 있으니 밴드도 이런 것 밖에 없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는 그에게서 스타이자 두 아이의 아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지내오며 많은 경험을 더해낸 더욱 단단해진 마음이 엿보인다.



▲ "'탐정', 영(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탐정:더 비기닝'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 분)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성동일)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코믹범죄추리극이다. 한 때 경찰을 꿈꿨지만 현실 속에서는 만화방을 운영하며 생활과 육아를 책임지는 평범한 가장이자 만화방 주인인 강대만으로 등장하는 권상우는 어느 때보다 자신과 잘 맞는 캐릭터를 만나 물 오른 연기를 선보인다.

그는 "국내 영화로는 4년 만의 복귀다. 외국 활동도 해왔고 전작 '통증(2011)'이 제 필모그래피에서는 중요했고 또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는데 흥행하지 못했었다. 촬영 끝나고 1~2년 정도는 회의감도 들고 다른 데 좀 몰두했던 것 같다"고 '탐정:더 비기닝'을 만나기까지의 지난 시간을 털어놓았다.

이어 "외국 활동을 하다 보니 사실 시나리오도 많이 안 들어오더라. 작품부터 시작해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역할일까' 이 시기에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예정된 작품의 출연이 불발되고 또 생각에 빠지는 시기가 있었고, 그 때 이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다"고 얘기했다.

'탐정:더 비기닝'도 제작과정에서 조금의 지연이 있었지만, 권상우의 30대와 40대의 과도기를 관통하는 작품이었던 만큼 그에게는 좀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그렇게 영화는 올해 3월 크랭크인 후 6월 크랭크업, 9월 개봉까지 숨 가쁜 일정을 거쳐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권상우는 "영(0)에서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전성기 시절 과거의 자신을 언급하며 "리즈 시절을 내려놓고 한 부분이 있다"고 웃은 그는 "초반에는 현장에 적응을 못하기도 했는데,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 현장이 편해지더라. 여러 해외 활동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영화 현장에 앉아있는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라는 게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극 속에서 그려지는 강대만 캐릭터는 탐정으로서의 월등한 능력을 갖춘 이는 아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인 모습은 배우의 연기에 따라 비어있는 여백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주어졌고, 권상우 역시 이에 망설임 없이 자신 있게 뛰어들었다.

권상우는 "대중이 제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런(두 아이의 아빠) 역할을 하는 권상우의 모습은 본 적이 없지 않나. 철없고 얌체 같고, 또 지질한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들에게도 갈증해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개봉 전 시사회 속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봤다는 그는 "'연기를 잘 했다'는 말보다 '권상우에게는 저런 역할이 어울리는 것 같다'는 반응이 많더라. 물론 그런 말로도 충분히 위로를 받지만, 저 역시 신경 쓰고 한 연기라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어 "권상우의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보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고 덧붙였다.



▲ "오랜 시간 대중과 어우러질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길"

2001년 데뷔 이후 어느덧 데뷔 15년차가 된 권상우는 "제가 이른 나이에 데뷔를 한 게 아니었기에,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늘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총각이었을 때도 일은 열심히 했었다. 결혼한 다음에는 가장의 무게가 있으니, 일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로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었기도 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 시간 동안 연기에 대한 생각도 차곡차곡 정리해나간 그였다. 권상우는 "제 스스로 평가할 때 제가 봐도 멋진 배우들이 있다. 저는 그런 류의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지만, '난 멋진 역할을 해야지, 멋있는 게 어울려'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되돌아 봐도 뭔가 각을 잡는 것 같지만, 삐딱하거나 완벽하지 못한 역할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것인데, 그게 가장 힘든 숙제이기도 하다"며 진지한 고민을 내보였다.

그런 권상우의 마음속에는 나이가 들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갖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자리 잡았다.

"나이를 먹어도 액션이 가능하고, 멋진 몸을 갖고 자기 개성을 살려 연기하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앞으로 10년 간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리고 그 이후에는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과감하게 노선 변경을 할 수 있는, 그래서 많은 분들과 다양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그는 "치열하게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또 그는 "차츰차츰 제 자리를 만들어 놓은 후에는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지만 대역 없이 액션을 최고로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많은 분들이 '말죽거리 잔혹사' 때의 몸을 얘기하시는데 그때도 그건 최고가 아닌, 평소에 늘 유지하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하면서 그 감각을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액션에 대한 욕심 역시 숨기지 않았다.

권상우는 누구보다 현실 속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부족함이 많지만, 저 나름대로의 감성과 스펙트럼을 갖고 집중력 있게 연기를 해 왔다. 나중에 그런 것들이 쌓인 제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권상우란 배우가 저평가된 배우는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함께 전했다.

"현재가 너무나 감사하고 배우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있다"는 권상우는 "현장에 있으면서 왜 그동안 이 소중함을 많이 못 느꼈을까 생각했다. 살면서 결국에는 내가 하는 일이 즐겁고 인정받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미소 지으며 '탐정:더 비기닝'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자신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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