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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저그 박령우, 시간을 달리는 소년

기사입력 2015.08.31 13:00 / 기사수정 2015.08.31 18:40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매주 월요일 스타크래프트2 GSL 박진영 해설위원의 스타크래프트2 칼럼을 게재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2015 GSL 시즌3이 시작되기 전 가장 걱정한 부분은 테란과 저그의 밸런스였다. 시즌 직전 테란이 메카닉 빌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보며 나는 저그들의 침체를 예상했다. 실제로 32강이 시작되자 시즌1 우승자였던 kt 저그 이승현이 CJ 테란 정우용에게 탈락했다. 그것도 이승현이 넓은 4인용 전장인 캑터스 벨리에서 경기 초반 전진 병영을 발견하며 유리하게 이끌어간 경기였지만, 정우용은 수비형 메카닉 전술로 이승현을 막아내며 저그 몰락의 서막을 여는듯 했다.

나 역시 저그들이 메카닉 테란을 어떻게 대처해야 저그가 승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고,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눠봤지만 메카닉의 느린 기동성을 노린 대군주 드랍이나 땅굴망을 사용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프로리그에서 진에어 이병렬이, 그리고 GSL에서 SKT 박령우가 훌륭하게 메카닉 테란을 잡고 승리하며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저그는 메카닉 테란을 상대로 병력을 계속 뽑아내며 상대를 지치게 하는 플레이를 주로 보였다. 그러나 테란이 이 전략에 내성이 생기자 저그는 인구수를 꽉 채운 후 소모전을 피하며 자원을 모으고, 확장을 위해 전진하는 상대의 병력을 공략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테란 역시 자원을 모으는 저그를 상대로 다수 궤도사령부를 건설해 건설 로봇 대신 지게 로봇으로 순식간에 자원을 모으고, 기동성이 좋고 저렴한 화염차로 저그 일벌레를 잡아내는 대응을 보였다. 모든 종족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저그는 부화장에서 모든 유닛을 생산해야 하기에 일벌레 피해는 자원이 아닌 시간의 피해와도 직결되고, 많은 저그들이 메카닉 테란에 활활 타오르며 잿더미로 변했다.

이 상황에서 이병렬은 식충 비행 업그레이드를 끝낸 군단 숙주로 상대를 괴롭힌 후 살모사를 비롯한 다양한 유닛을 조합하여 메카닉을 격파했다. 박령우 역시 메카닉 조합에 완벽하게 맞춰 승리를 거두었다.


메카닉 테란에 대해 박령우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을 지키며 승리했다, 바로 ‘대군주와 일벌레를 구하라’였다. 박령우는 소수 뮤탈리스크로 상대방 바이킹의 동선을 확보해 대군주를 지켜냈다. 인구수 확보와 더불어 전략 시뮬레이션의 기본인 시야 확보를 충실히 해낸 것. 

저그가 메카닉 테란에 무너지던 패턴 중 하나는 경기 중반 이후 난입하는 상대 화염차에 일벌레가 잡히며 뒷심이 약해지는 것이었다. 박령우는 자원 수급이라는 기본을 지키기 위해 확장마다 가시 촉수와 포자 촉수를 지어주며 상대의 견제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또한 박령우는 자신의 병력을 보여주며 상대에게 정면 공격을 대비하기 한 뒤 변신수를 이용하여 시야 확보 후 땅굴망을 사용하며 성공적으로 상대 본진을 기습, 상대의 수비라인을 물렸다. 동시에 바퀴로 상대 확장까지 견제하며 상대를 흔들고, 미리 준비한 히드라와 살모사로 상대 바이킹을 줄였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원으로 울트라리스크를 생산해 상대에게 공성 전차로 대처하게 만든 후 마지막으로 무리 군주를 뽑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리하자면 박령우가 32강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다른 저그들의 대 메카닉 테란 대처는 다른 저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대군주와 일벌레 피해를 최소화하며 시간과 자원을 아꼈고, 이렇게 생긴 여유로 땅굴망을 활용하며 상대를 흔든 것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테란, 프로토스와 달리 저그는 부화장에서 모든 유닛을 생산하기에 일벌레나 대군주를 생산하면 자원과 함께 시간까지 뺏긴다. 메카닉 테란은 화염차를 이용해 여태 저그의 자원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같이 뺏어갔지만, 박령우는 바로 이 부분을 간파하고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대군주와 일벌레를 지킨 박령우는 다른 저그보다 빠른 타이밍에 유연하게 체제를 전환하며 메카닉 테란을 잡아내고 저그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올해 마지막 시즌이자 군단의 심장으로 치러지는 마지막 정규 리그이기에 선수들은 계속 자신의 전략을 갈고 닦아 경기의 완성도를 올리고 있다. 바로 앞으로 벌어질 GSL 16강과 이후 경기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박진영(GSL 해설위원) / 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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