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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슈퍼매치 리뷰] 슈퍼매치 무득점이 곧 무재미는 아니다

기사입력 2015.06.29 18:37 / 기사수정 2015.06.29 18:42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74번째 슈퍼매치가 끝나자 여론은 FC서울과 수원 삼성을 향해 비판을 날렸다. 간단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다는 평가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날 득점이 나오지 않은 슈퍼매치는 정말 재미가 없었을까?

축구는 흔히들 영화에 비유된다. 영화에는 희비의 쌍곡선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다. 그라운드 위에서 펼처지는 축구 역시 그러한 요소들을 품고 있다. 하지만 많은 변수를 품은 스포츠이다보니 시나리오대로 이어지는 영화와는 다른 차이가 생긴다.

이번 슈퍼매치도 그랬다. 너무 변수가 없어서 변수였다. 두 팀은 지난 4월에 5-1 스코어를 내놓은 뒤 얻게 된 부담감과 상대에 대한 부담감으로 경기내내 눈치를 보며 대치했다. 이로 인해 공격에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것은 정말 경기중 일부만을 보고 나온 견해에 불과했다. 후반전에는 수원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흥미로운 장면들이 있었다. 서울 역시 교체카드로 맞대응했다.

설사 골이 안 나왔고 두 팀 모두 밸런스를 쉽게 깨지 않으며 승부수를 띄우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긴장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것이 이번 슈퍼매치를 재미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의 이유다.

슈퍼매치라고 불리는 이유를 되짚어봐야

서울과 수원이 만나면 '슈퍼매치'라는 간판이 달린다. 말 그대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는, 슈퍼한 경기라는 의미다. 그동안 슈퍼매치가 내놓은 경기들은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세계의 주요 더비 중에 하나로 슈퍼매치를 꼽았다. 국내에서도 이 경기가 열리면 4만명이 이르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그 열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74번째 슈퍼매치는 기대에 전혀 못미친 모양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여론들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아닌 질타를 보냈다. 득점이 나오지 않았고 양 팀은 수비적으로 임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슈퍼매치라고 해서 무조건 골이 많이 나오고 공격적으로 치고 받아야 재미있는 경기일까. 한번 여타 더비들을 돌아보며 더비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한다. 유럽에서 흔히들 최고라고 손꼽히는 엘클라시코 더비와 마드리드 더비(이상 스페인), 노스웨스트 더비, 런던 더비(이상 영국) 등은 0-0이 나와도 찬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지난 2014-2015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마드리드가 두경기 연속 한 골 승부를 벌였지만 축구팬들은 재미있게 즐겼다.

여기에는 두 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다. 팬들에게 아틀레티코는 방패, 레알은 창이다. 아틀레티코는 레알의 공격을 잘 막아낼수록 경기는 재미있어지고 레알이 아틀레티코의 방패를 잘 뚫을수록 또 보는 즐거움이 있다. 수준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슈퍼매치도 다르지 않다. 그동안의 맞대결을 통해 쌓아온 전적과 기억, 역사들이 있고 이것이 다음 슈퍼매치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단순히 이번이 재미없었다고 해서 슈퍼매치의 질이 떨어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가 국내 최고 경기로 여겨왔던 경기였던 데다가 0-0이 나왔지만 그곳에 포함돼 있는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 스토리들을 되새겨본다면 재미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무득점을 무재미로 이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축구는 정말 세밀한 스포츠다. 90분중 1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경기내용 전체는 바뀔 수 있고 똑같은 경기를 봐도 서로 다른 분석들을 내놓는다. 이번 슈퍼매치 역시 그랬다. 표면적으로는 재미없다는 중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팬들을 만나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서울과 수원팬들은 오히려 "재미있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경기후 기자가 만나본 서울과 수원 서포터스 5명 가량은 모두 슈퍼매치에 '노잼'이라고 평가를 다는 여론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여성팬은 "우리는 재미있게 보면서 목이 쉬어가면서 응원했는데 일각의 재미없다는 여론들로 인해 우리의 노력을 묵시했다"는 말까지 남겼다.

득점이 나오지 않아서 재미없었다는 반응은 이해가 간다. 일종의 배신감 때문이다. 많은 관중들이 몰려왔고 TV를 통해 중계가 되는 만큼 시원한 골을 보기 위해 찾아온 팬들인데 정말 원했던 득점이 안 나왔으니 0-0 스코어를 밉게 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이 전부는 아니다. 그에 비해 적지 않은 이들은 슈퍼매치를 오히려 재미있게 봤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는 소수의견이라고 묵시하기도 어렵다. 단순히 수치로 예상하면 3:2로 2는 슈퍼매치를 그래도 괜찮게 봤다는 의견을 SNS와 댓글 등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슈퍼매치에서 서울과 수원도 0-0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사정이라는 것도 있었다. 골은 넣고 싶을 때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두 팀 다 원하던 승점 3을 얻지 못한 경기였다. 서울은 지난 경기에서 수원에게 5골을 내주면서 무너진 기억이 있어 공격일변도로 가기 어려웠고 수원은 서울의 무시못할 한방을 조심해야 했기에 경기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지 못했다. 그래도 후반전에는 속도전이 전개되면서 경기장에서는 큰 함성과 탄식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단순히 0-0 스코어만 보고 재미없다고 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0-0도 나름인데 이번 슈퍼매치는 그런 평가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무득점이 무재미로 가는 평가는 우리가 피해야 할 자세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슈퍼매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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