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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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③] 유호진 PD가 이야기하는 예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기사입력 2018.09.13 08:00 / 기사수정 2018.09.13 00:05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2008년 '1박 2일'의 막내PD로 등장한 것으로부터 10년. 역대급 예능 신고식을 치른 유호진 PD는 이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스타 PD가 됐다. 

스타PD로서 유호진의 10년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KBS 간판 예능이자 대표적인 시즌제 예능 '1박 2일'의 시즌3을 맡아 전성기를 부활시키는가하면, KBS 자회사 몬스터유니온 '최고의 한방'으로 드라마 연출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거기가 어딘데'를 통해 생생한 탐험 현장을 안방극장에 전달하는데 도전했다.

10년 전 '1박 2일' 멤버들에게 몰래카메라를 당하고 당황해하던 유호진은 이제 현장을 전두 지휘하는 PD가 됐다. 그는 "10년 전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 입사해서 반 년 정도는 되게 힘들었던 것 같다. 힘듦의 종류는 늘 힘든데 종류가 다르다. 그때는 나랑 적성도 안맞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러 예능을 하다가 '1박 2일'로 건너 가서 그런 사건(몰래카메라)을 겪고 난 뒤에는, 나는 언젠가 교양이나 다큐로 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냐 물으니 자신이 '안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자칭 '안 웃긴' 유호진이 예능PD가 된 이유는 음악 방송을 연출하고 싶어서였다고. 그는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소라의 프러포즈'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로망을 꿈꿨던 과거에 대해 말했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방송을 연출하고 싶어했다. '뮤직뱅크' 조연출을 1년 정도 했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아직은 만들고 싶은 음악방송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가수다' 이후 '복면가왕',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등 다양한 포맷의 음악 방송이 많이 생겼다. 이런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단순한 음악 방송을 내놓을 수는 없다. '하고 싶다'와 '할 수 있다'는 조금 다른 영역인 것 같다."

한 때는 그만둘 생각도 했던 예능 PD지만, 그가 재능있는 예능 PD라는 점에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장수프로그램으로 한계를 보이던 '1박2일' 시즌3에 새로 투입되며 창의적인 콘텐츠와 연출력으로 새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유호진 PD의 예능을 '믿고 본다'고 말하며 기다린다. 기대 어린 시선이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유호진은 "그렇진 않다"고 이야기했다.

"구작이 신작의 발목을 잡을 정도가 되려면 '무한도전'이나 나영석 선배의 작품들 정도는 되어야한다. 이들은 새로 어떤 걸 내놓아도 과거 자신의 작품이 라이벌이 된다. 새로운 방송을 만들어도 이전의 '무한도전'이, 이전의 '꽃보다' 시리즈가 더 좋아서 옛날 걸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1박 2일'이 너무 좋아서 '거기가 어딘데' 대신 옛날 '1박 2일'을 보겠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전작의 명성이 부담스러운 경우는 나와는 다른 경우인 것 같다."

유호진 PD의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캐릭터 간의 케미스트리를 즐긴다. '1박 2일' 시즌3 멤버들은 '이멤버 리멤버'라는 명언을 남겼고, '거기가 어딘데' 역시 차태현-지진희-조세호-배정남이라는 신선한 조합으로 사랑받았다.

"계획적으로 사람을 모으진 않는다. 모두 얻어걸린 케이스다. '거기가 어딘데' 같은 경우는 지진희 선배님은 꼭 모셔야 할 분이라서 어렵게 컨택했고, 태현이 형은 오고싶지 않아 하는데 그냥 데리고 갔다. 낭만파인 정남이는 메인 작가님이 좋아하는 캐릭터라 제일 먼저 연락했고, 세호는 남들을 잘 받아주는 데서 오는 케미가 좋아서 연락했다. 정남이와 세호가 그렇게 좋은 케미를 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또 지진희는 이 두 동생이 의지할 수 있는 형이었고, 차태현은 둘의 힘듦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역할이었다. 탐험가 한 명과 탐험에 문제가 있는 셋이 함께 탐험하는 것만 생각했지, 그 안에서 케미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 간 것이다. '1박 2일'은 심지어 누가 멤버인지 모르고 시작했다. 주소를 받고 가서야 '아, 새로운 멤버구나' 알았다."

앞으로 새로 할 예능에서 함께하고 싶은 예능인이 있냐느 질문에는 "지금은 일단 '거기가 어딘데' 멤버들이 너무 좋다"고 말하더니, "옛날 '1박 2일'에서 외국 출신 연예인들을 모은 적이 있다. 그 때 박준형 선배, 존박, 헨리, 오타니 등을 모아서 햇는데 너무 웃기더라. 그리고 실제로 준형 선배나 헨리는 예능의 대세가 됐다. 그래서 이 분들과 다시 함께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유호진의 최고의 파트너는 '1박 2일', '최고의 한방', '거기가 어딘데'까지 함께한 차태현이다. 다시는 드라마 연출을 안 하고 싶다면서도 태현이 형이 한다고 하면 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태현이 형은 그냥 잘 하는 사람이다. 내가 사람의 마음을 잘 못읽는데, 사람의 마음을 아주 잘 읽는다. 어떤 현장에서건 숨은 MC 역할을 해준다. 출연진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서 어떻게하면 웃길지도 잘 짚어준다. 내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분이라 계속 찾게 된다."

앞서 드라마 연출을 더 해보고싶지 않다고 말한 그지만, 드라마 도전으로 배운 건 많다. 그는 "정해진 대본을 두고 찍는 게 이제까지 내가 하던 방송과는 달랐다. 스탠다드 한 방식의 방송 일을 해봐서 좋았고, 대본을 연구하고 찍는 건 새로운 경험이라 좋았다"고 드라마 당시 배운 점을 소개했다.

많은 예능인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요즘, 예능PD가 바라보는 크리에이어트의 콘텐츠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유호진 PD가 크리에이터의 시초격인 인터넷 라디오방송 DJ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잇었다.

"유튜브 같은 데 도전을 해보고 싶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걸 만들어서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이 아닌 정말 좋아서 콘텐츠를 제작해야할 것 같다. 예전에 채팅방 같은데서 음원을 틀어주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고, 노래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좋아서 했다. 하루 2시간 정도 방송을 했는데, 그 때 공부를 했으면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까. 하하. 이처럼 그들은 정말 좋아서 방송을 하는 사람들이고 그 열정을 이길 수 잇을 것 같지 않다. 현재 유튜브 시장이 활발하다고 해서, 내가 전문가라고 쉽게 덤빌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TV,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경쟁자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탄생하고 있는 지금, 그는 어떤 미래를 생각하고 있을까.

"당장 TV 채널도 많아지고,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무한해졌다. n개의 채널이 더 생기면 시청률이 1/n로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산수로 계산했을 땐 시청률로 따지자면 점점 내려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옛날에는 TV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녹화를 해야했고, 이마저도 어려워서 본방송이 거의 방송의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은 다시보기 서비스도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새로 나오는 콘텐츠 외 과거의 콘텐츠와도 경쟁을 해야한다. 2008년 신입사원일 때 막연히 10년 뒤를 생각하며 지금 방송에서 하고 있는 편성이 의미가 없어질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2028년을 생각하자면 전혀 상상이 안된다. 당장 내가 살아 있을지, PD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하루 많은 것이 달라지는 요즘 ,10년 뒤를 예측하는 건 무리라고 해도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 지는 생각할 수 있을 터. 유호진은 당장의 계획에 대해 "정말 오래 못 쉬어서 쉬고 싶다. 마냥 쉰다기 보다 일을 하는 동안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던데 여유가 안 돼서 못봤다.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보는 여유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11주년을 맞은 엑스포츠뉴스에 예능 PD로서 바라는 점을 전했다.

"비평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누구나 프로그램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시청자는 자신의 말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그런 말도 반영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PD의 역할이지만, 모든 반응을 챙길 여유가 없다. 또 책임감을 가지고 말하는 의견이 필요하기도 하다.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칭찬과 격려도 중요하지만, 따끔한 비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칭찬하는 분의 칭찬보다, 비판하던 분이 해주는 칭찬이 더 크게 와닿을 때가 있다. 이처럼 좋은 건 좋다, 나쁜 건 나쁘다라고 이야기해주시길 바란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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