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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디렉터' 오민, "男 미용사? 예전엔 여탕에 남자 위생사 같은 존재" ②

기사입력 2017.04.18 11:44 / 기사수정 2017.04.25 11:42


[엑스포츠뉴스 서재경 에디터] (인터뷰 ①에 이어) 지금이야 남자 헤어 디자이너가 익숙한 시대지만, 오민 디렉터가 처음 미용을 시작하던 80년대엔 생경한 일이었다.

그는 아직도 처음 미용학원에 발을 내딛던 순간을 기억한다. "남자가 왜 왔어"라는 수군거림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고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단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음악과 라이브로 진행되는 현장의 생동감이 좋아 백스테이지 헤어 디자이너의 길을 고수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미용인' 오민 디렉터의 삶을 들여다봤다.


Q. 헤어 디자이너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음악을 했었다. 그러다 춥고 배고파서 같이 음악 하던 친구 넷이서 분식점을 운영했었다. 그 분식점에 오신 손님 중에 유명한 미용실 원장님이 계셨다. 하루는 그분이 라면을 시키셔서 배달을 갔는데, 남자 분이 있더라. 나중에 분식점을 닫고 그 분 생각이 나서 미용 학원을 알아봤었다. 

그 당시에 '버스 안내양'이라는 직업이 없어지면서 그 분들이 재취업하기 위해 모두 미용학원으로 왔더라. 첫날 갔더니, 그분들이 "뭐야, 남자가 왜 왔어" 하더라. 다음날 죽어도 못 갈 것 같았지만 소주 한 병을 마시고 갔다. 그렇게 한 달을 다니니 인기남이 됐다. 힘써야 되는 일들을 내가 도맡아 했었다. 그 당시 학원 선생님이 날 참 잘 지켜주셨다. 수군대는 사람들 있으면, 미래를 보고 온 사람이라고 잘 감싸주셨다."

Q. 일을 하면서도 남자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고충이 있었나?

"예전에 남자 미용사는 여탕에 남자 위생사 같은 존재였다. 학원을 졸업했는데 취업이 안되더라. 청량리 쪽에서 어렵게 첫 일을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날 보고 (남자라서) 나가더라. 오너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겠나. 성실하게 일하는 아이를 내보낼 수도 없고. 여자 손님들은 내가 머리 감겨주는 것도 부담스러워했었다." 


Q.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다가 언제부터 인정받기 시작했나.

"당시 중앙디자인이라는 무대가 있었다. 이상봉 디자이너 같은 분들이 신인으로 활동할 때였다. 그 당시엔 모델들이 각자 살롱에서 하고 와서 백스테이지에서 따로 헤어ㆍ메이크업을 해주는 관행이 없었다. 

쇼 디자이너가 너무 하고 싶어 무작정 백스테이지를 찾아갔는데, 남자가 모델들 있는 곳을 얼쩡거리니까 경호원들한테 잡혀갔다. 모델들 사이에서 요주의 인물이 된 거다. 멱살을 잡혀 나간 적도 있었다. 

하루는 문화 체육관에서 하는 행사에 쫓아갔었다. 신문지를 깔고 내 가방에 있던 걸 다 꺼내놨었다. 스프레이, 롤, 드라이 등등. 그런데 지나가던 모델 한 명이 머리가 오는 길에 망가진 거다. 그분이 와서 내가 꺼내놓은 미용 도구들을 보더니 실핀이 있냐고 묻더라. 다시 미용실 가서 할 시간은 안되니까. 그래서 내가 머리를 만져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 명 두 명 머리를 만져주면서 일이 시작됐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이야기다. 내가 백스테이지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Q. 과정이 많이 힘들었겠다.

"그렇게 백스테이지를 맡고 나서도 나더러 왜 프랜차이즈 미용실 안 하고, 그런데 쫓아다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었다. '미용계 이단아'라고 하더라. 그래도 이런 부분이 나한테는 원동력이 많이 됐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져서 (대우가 달라졌지만), 선견지명이 있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내가 음악을 했던 사람이니까 패션쇼에 음악이 있고, 라이브가 있는 게 좋더라. 그래서 정말 미친 듯이 일을 했다. 콜이 많이 오기 시작한 거다. 쇼 끝나면, 카탈로그, CF 등 일이 정말 많았다. 1년에 해외 촬영을 16번 간 적도 있다. 당시 김희선, 배종옥, 이승연 등과 작업을 많이 했었다" 

Q. 그간 연예인들과도 작업을 많이 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함께 작업했던 사람 중엔 이승연 씨가 기억에 남는다. 차승원, 오지호와도 친하게 지냈고. 고마운 친구는 김우빈이다. 작년에 아내가 하늘나라로 갔다. 김우빈이 모델학과 제자였는데, 늦은 밤에 촬영하다 달려왔더라. 선생님 은혜 갚겠다고."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축하 패션쇼 뷰티 디렉터를 했었다. 이상봉 선생님 쇼였는데, '오색찬란'이라는 주제로 쇼를 했었다. 그때 머리 위에 기와를 얹었다. 쇼 끝나고 나서 내가 썼던 소품이 박물관 영구 기증됐다. 한국에 문화를 보여줘야는 생각으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Q. K 뷰티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 최전선에서 일하며 체감하는가?

"지금은 '탈중국'을 외치고 있다. 그간 중국에 너무 의존했던 경향이 있다. 앞으로 있을 아시아모델어워즈 같은 행사가 한국 화장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제품의 레시피가 좋아졌는데 제품에 스토리가 없다 보니, 연예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는 전문가와 함께하는 컬래버레이션이 많아졌으면 한다. 우리나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정말 실력이 좋다. 그들이 주역인데 아직까지 그런 걸 많이 못 벗어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슈에무라, 맥, 바비브라운처럼 아티스트 브랜드가 각광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내가 아니더라도 아티스트들이 주목받았으면 좋겠다. 연예인 마케팅을 벗어나 전문적인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 


Q. 평소에 영향을 받는 아티스트가 있나? 

"야마모토 간사이라는 일본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아방가르드하고, 전위적인 디자인을 많이 하는 분인데 예전에 '뱀 시리즈'를 내놓은 적이 있다. 온 머리에 뱀이 우글우글하게 스타일링을 한 거다. 그 비디오를 아직도 갖고 있는데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창조하는 직업이다 보니, 실험적인 것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 시대에 그렇게 스타일링을 한 사람은 드물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워너비'라는 드라마가 나온다. 거기 나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웃음) 최고의 뷰티 디렉터 역할인데, 인성이 나쁜 모델은 호되게 야단치고, 열심히 하는 친구는 끌어주는 '수호 천사'같은 역할이다. 그 캐릭터 이름이 오민으로 나온다. 그걸 준비 중에 있고. 오는 6월에 하는 아시아모델어워즈도 총괄 디렉터로 준비하고 있다. 이 둘을 잘 끝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엄마가 쓰고 딸한테 권할 수 있는 헤어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내 롤모델인 뷰티 디렉터 폴 미첼처럼 헤어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도 개발하고 뷰티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 목표다."

inseoul@xportsnews.com / 사진=오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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