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9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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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대중가요를 평가하고 추천한다는 것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8.28 00:11 / 기사수정 2020.08.28 00:32



취재 기자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글 써서 밥 먹고 사람이라 할 수 있는데, 나름 대중가요 글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항상 글을 쓸 때마다 갖는 의문이 있다.

‘이 글 써서 과연 얼마나 그 노래와 아티스트, 그리고 가요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까?’

기자는 자칭 아이돌 전문 기자고, 그래서 아이돌 관련 글을 많이 쓰는 사람이지만 ‘그래서 네가 뭘 어느 정도 했니?’라는 반문이 들어온다면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정량적으로 효용의 정도를 측정할 방법도 없고.

기자 개인적으로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대중가요계 전반적으로 글의 힘이 워낙 작아 나 한 사람의 작음은 티도 안 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글’이란 기자, 평론가, 음악관계자 등등의 글을 말한다. 통상 뭉뚱그려서 ‘전문가’라고 부르는 집단의 글.

기자는 대중가요계에서 위 사람들의 글이 하는 기능은 대략 두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1. 상업적 프로모션을 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없을 뿐 보석임에는 틀림없는 아티스트에게 힘을 실어주기. 아티스트 내지 노래가 기가 막히게 좋아서 꼭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경우.

2. 대중가요 시장을 좀 더 발전시킬 만한 담론 형성. 좋은 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보완할 수 있도록 유도.

근 20여년간 한 사람의 대중가요 리스너로서 살아왔고, 최근 몇 년간은 기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느끼기에 ‘글’이 정말 못하는 게 저 1번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2번은 부족할지 언정 그래도 어느 정도 기능을 하는 것 같은데 1번은 정말 잘 안 되는 것 같다. 


이름난 셀럽의 추천사에 밀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상업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방송예능에도 밀릴 때가 있으며, 심지어는 그냥 네티즌들의 입소문에도 밀릴 때가 허다하다.

슈퍼스타들의 추천을 통해 노래가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사례는 워낙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도 힘들다.




올해의 경우에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이유의 오마이걸 ‘돌핀’ 추천, 그리고 ‘놀면 뭐하니?’ 이효리의 블루 ‘다운 타운 베이비’ 추천이라 할 수 있다. 아이유는 음원성적이 좀처럼 나오기 힘든 걸그룹 앨범 수록곡을 적극 추천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았고, 이효리는 나온 지 2년 반이 넘은 곡을 역주행시켜 역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작년 ‘프듀 조작 사태’ 이후 엄청난 비판을 들은 엠넷과 CJ ENM. 그 사태 전에도 이런저런 비판을 받긴 했으나(물론 대부분 충분히 들을만한 비판들이었다) 곽진언, 김필, 버스커버스커(장범준), 허각 같은 대중가요계의 보석들을 대중들과 만나게 한 것도 그들임은 부정할 수 없다.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를 통해 비와이, 넉살, 루피, 나플라 같은 실력파 래퍼들을 대중들과 이어준 것도 그들.

노래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다보니 네티즌들이 알아서 명곡을 발굴해내는 사례들도 존재한다. 백아연의 ‘이럴거면 그러지 말지’, 백예린의 ‘아마 그건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같은 사례가 대표적인 케이스.

반면 ‘글’ 쪽에서 어떤 성과를 냈었는가 하면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하게 말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앞선 사례들과 비교하면) 그냥 없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쓰는 기자 본인을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물론 대중가요가 성장함에 따라 이런 저런 글이 노래 위에 얹어지고 있기는 하다. 평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아이돌 음악도 평론의 대상이 되고 있고, 학식 있고 커리어 있는 글쟁이들이 자기 나름의 글로 아티스트와 노래들을 표현 중이다. 상업적 성과를 거둔 음악과 예술적 성취를 거둔 음악 모두 아우르는 시상식인 ‘한대음’도 매년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글 얘기하다 ‘한대음’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시상식의 경우엔 시상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수상작의 수상 이유를 기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일종의 바람(가급적이면 좋은)을 일으킬 수 있어야 글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데, 멀리 갈 거 없이 영화 쪽과 비교해도 지금 대중가요시장 속에서 글의 힘은 많이 부족하지 싶다. 이동진 평론가의 ‘기생충’ 평론 이슈(통칭 ‘명징과 직조’ 논란)만 해도 대중가요 쪽에선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

대중음악 좀 듣고,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이 대중가요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걸 많이 보고 듣고 하고 있지만, ‘대중가요를 다루는 글의 위기’도 만만치 않게 크다는 게 이번 글의 요지다.

아이돌 음악만 해도 국내평론이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인데 이미 외신들의 평가, 빌보드 평론가(ex : 제프 벤자민)들의 평론이 많이 소비되고 있는 상태다. 기획사들도 해외의 평가를 의식하고 이들의 평을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데 회사들 입장에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만큼 매력적인 헤드라인이 없으니까.

“뭐 그래서 그 대단한 ‘글’이란 게 대중가요시장에서 정말 필요해?”라고 하면 그 당위성을 딱 잘라 말하기는 힘들다. 굳이 말을 만들어내려고 하면 이래저래 뭔가 가져가 붙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글이라는 것도 공급과 수요 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가치의 증명은 대체로 공급자가 해야 한다. 시장에서 증명되지 않는 가치는 그게 '진짜'일 수는 있어도 빛을 볼 수는 없다.

우리 대중가요시장 속에서 ‘글’에게 어떤 미래가 오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걸 안다면 기자가 아니라 역술가를 했겠지.
그러니 그냥 지금까지 하던 대로 노래 듣고, 글 쓰고, 좋다 싶은 노래(앞서 말한 것처럼 대체로 아이돌 음악)는 추천할 것이다.

글쟁이 본인의 자존감 획득이나 사상의 당위성을 설파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냥 일개 리스너로서 ‘이거 그냥 얘기 안하고 넘어가긴 너무 아깝다’는 관점에서.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픽사베이-아이유 인스타 스토리-이효리 이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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