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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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보다 훨씬 많이 진화한 ‘위주’ 아이유 선생 [K-POP포커스]

기사입력 2020.05.16 00:02 / 기사수정 2020.05.16 03:11



“내가 포켓몬도 아니고 매년 진화할 수 없다”



긴 활동 기간만큼 어록도 많은 아이유. 그중에서도 유명한 발언 중 하나가 바로 위의 문장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아이유의 노래를 들어온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아이유의 진화는 포켓몬 진화도보다 훨씬 많다.

단일 포켓몬의 진화도는 잘해야 4단계 정도 선을 벗어나지 않는다.

1. 아기 포켓몬→1티어 포켓몬→2티어 포켓몬→3티어 포켓몬

2. 1티어 포켓몬→2티어 포켓몬→3티어 포켓몬→메가진화 포켓몬

3. 1티어 포켓몬→2티어 포켓몬→3티어 포켓몬→다이맥스(거다이맥스) 포켓몬


특정지방 리전폼과 같은 ‘옆그레이드’까지 포함하면 좀 더 진화도가 복잡해지긴 하지만, 수직적인 진화단계만 보면 위에서 설명한 유형이 전부다.

근데 아이유는 데뷔 초반에 해당하는 2008~2010년도에만 최소 2단계 이상의 점프를 보여준다.




2008년부터~2009년도 말까지는 실력 있고 귀엽지만 안 뜨는 소녀라고 입소문을 타던 시기. 기타 치는 아이유 캐릭터, MR제거에서 살아남은 실력파 소녀 가수라는 이미지, ‘유희열의 스케치북’ 도망쳐 아이유(유희열 매의 눈) 영상, 아이유 마약 방송(...)이라 불리는 곰TV MC 영상 등이 이때 나온다.


(아이유 초기 대표 영업짤들 )

2010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는 ‘아이유와 듀엣하면 다 잘 된다’는 소문이 퍼지던 시절.



(‘천안함 사태’로 인해 침체된 음원시장을 살린 노래 중 하나인 ‘잔소리’. 나머지 하나는 미쓰에이의 ‘뱃걸굿걸’이다)

이때 임슬옹과 부른 ‘잔소리’가 터지면서 인기와 지명도가 높아졌다. 다만, 주로 좋은 평을 받은 노래들이 듀엣곡이어서 ‘혼자 불러서도 먹혀야 한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강심장’에 출연한 ‘슈스케2’ 우승자 겸 신인가수 허각이 아이유와 듀엣하는 모습)

2010년 12월 ‘좋은날’이 대히트하면서 이때부터 ‘국민여동생’이라는 칭호를 획득하게 된다. 음원강자로서 본격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이때.



(국민여동생이 되기 전과 후의 아이유를 볼 수 있었던 프로그램 SBS '영웅호걸')

안타까운 유망주→듀엣의 여왕→국민여동생. 이렇게만 봐도 진화 테크트리 3단계가 만들어진다.



(마이 라이프 포 아이유. '좋은날' 대박 이후 3단고음 소재로 만든 영상이 하루가 멀다하고 나왔다)

‘좋은날’-‘너랑나’-‘하루끝’ 등으로 대표되는 국민 여동생 시절에는 찬사도 많았지만 박한 평가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정규 2집 ‘라스트판타지’ 때 박한 평들이 많이 보였는데, 짧게 표현하면 ‘명망 높은 음악가 삼촌들이 좋은 음악적 도구인 아이유를 활용해보고 싶어서 곡 줬다’라는 평들이었다. ‘너랑나’ 활동 시작할 땐 19살이었고 마무리할 땐 20살이었던 아이유에게 ‘자아를 가진 가수’가 되길 요구했던 것.




(한대음 ‘올해의 노래’로 '좋은 날'이 뽑혔을 당시 심사평)


싱어송라이터로서 뭔가 보여주길 바라는 사람들의 검증 요구 세례. 아이유는 2013년에 이러한 요구 세례
에 제대로 한방을 먹였는데,



그게 바로 음원차트 장수곡하면 빠질 수 없는 곡 ‘금요일에 만나요’다.


(노래 나오기 한참 전에 초대형 '금만나' 스포일러를 했던 아이유. 유튜브에 '아이유 금만나 스포'를 치면 관련 영상이 나온다) 

그 이전에도 ‘길 잃은 강아지’, ‘내 손을 잡아’, ‘복숭아’, '콩나물송' 같은 자작곡들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때 자작곡으로도 대중가요시장에 묵직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증명했다.

이후 ‘봄 사랑 벚꽃 말고’, ‘레옹’ 등의 작품을 통해 창작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착실히 다져나간 아이유.

싱어송라이터로서 인정받은 이후 다음 단계는 프로듀서였다. 2015년에 23살이었던 아이유는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챗셔’를 발표한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 ‘스물셋’.


(그냥 한명의 리스너로서, ‘챗셔’ 앨범은 아이유 내면의 흑염룡을 엿볼 수 있어서 재밌는 앨범이었다)

다만 ‘신인 프로듀서’ 아이유에게 이 앨범 활동 시기는 그렇게 재밌지 않았다. ‘제제 논란’으로 대표되는 이런저런 비판들이 아이유 주위를 휘몰아쳤기 때문. ‘챗셔’ 앨범이 논란이 될 당시에는 ‘프로듀서 감까진 좀 아닌가’ 하는 반응도 나왔다.



(‘챗셔’ 때에 비해 자기표현이 한층 더 성숙해지고 여유로워진 앨범 ‘팔레트’)

하지만 어림도 없지. 아이유는 2017년 ‘팔레트’를 통해 프로듀서로서 능력도 충만한 아티스트라는 걸 증명한다. 선공개곡으로 센 걸 내면 본 앨범 타이틀곡 음원 화력이 오히려 약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때 아이유는 선공개곡(‘밤편지’, ‘사랑이 잘’)으로도 차트를 폭파시키고, 타이틀곡으로도 음원차트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아이유는 오랫동안 음원차트 강자이긴 했지만, 많은 한국의 케이팝 뮤직 어워즈들이 음원성적보단 팬덤 크기를 중요시(특히 대상급)하다보니 경력과 위상에 비해 시상식 상복이 좀 적은 편이었는데, 




'팔레트' 활동 때는 자신의 힘만으로 '시상식들이 상을 주지 않을 수 없도록'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유의 진화는 음악적인 부분 외에서도 일어났다. KBS2 ‘드림하이’로 연기에 처음 입문한 아이유는 한동안 ‘연기자로서 어느 정도 능력을 보여줄지 의구심이 생긴다’는 평을 들었다.


('미운오리' 이순신의 성장과 성공을 잘 그려내는 게 중요했던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이 드라마가 선택한 위기 극복 방법은 ‘아이유 본체를 소환한다’였다. 사상초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설정붕괴+세계관 붕괴)

아이유가 메인이었던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이 평도 안 좋고 화제성도 KBS주말드라마 치고는 별로였기 때문에 더 그런 말이 나왔다.

하지만 KBS2 ‘프로듀사’, tvN ‘나의 아저씨’, tvN ‘호텔 델루나’ 등을 거치며 ‘배우 이지은’ 역시 연기자로서 성공적으로 정착한다. 드라마가 화제성면에서도 크게 흥행했고, 연기자로서 아이유의 연기력 역시 크게 인정받았다.



(트와이스 데뷔 전까지 여자가수 초동 10만은 꿈의 숫자였다. 팀 없는 여성솔로가 달성하긴 더욱 힘든 기록)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처음으로 콘서트를 시작한 꼬마가수는 투어콘서트(전국+해외)도 문제없이 매진시키는 콘서트형 가수가 됐고, 작년 ‘러브포엠’ 활동을 통해 초동(앨범 발매 이후 일주일 판매기록)만 13만장을 기록하는 ‘팬덤형 가수’도 됐다.




(MBC ‘2009외인구단’ OST ‘그러는 그대는’. 드라마는 졸작이었지만 OST는 좋았다)



(MBC ‘선덕여왕’ OST에도 참여했는데, 드라마가 초대박을 쳐 인지도 버프를 받았다)


가리지 않고 열심히 OST 부르던 소녀가수에서 불렀다 하면 차트를 박살내는 OST 장인이 되기도.


(2020년에는 tvN '사랑의 불시착' OST인 ‘마음을 드려요’로 차트를 휩쓰는 중) 



지금 아이유는 인스타 팔로워 1300만명+유튜브 구독자 320만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 ‘이지금’이기도 하고, 지금은 이담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을 옮긴 ‘아이유팀’의 수장(통칭 아사장)이기도 하다.

아이유의 성장과 진화는 이처럼 짧게 몇 단계로 나눠서 설명하기가 많이 힘들다.


최근 아이유는 원더케이의 자체 콘텐츠 ‘본인등판’에서 “1시간을 읽어도 내 나무위키를 다 못 읽었다”고 한 바 있다. 약 12년간 활동을 많이 해오기도 했고, 각 활동의 의미가 모두 다 작지 않아 쓰고 읽을 게 너무 많기 때문.

이 글도 A4용지 2장 반이 넘는 나름 장문이지만, 아이유의 지난날을 다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포켓몬 진화도로 아이유를 설명하는 것은 어림도 없다. 포켓몬은커녕 디지몬 진화도를 가져와도 제대로 설명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진화에 풍파가 없던 건 아니다. (제제 논란을 포함해) 몇몇 사건사고의 경우에는 아예 커리어 자체를 주저앉힐 수 있는 태풍들이었다. 굳이 직접 기술하지 않더라도 아이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자연스레 떠올리시라.

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2020년 현재 아이유는 지금의 자리에 있다.



(아이유 X 방탄소년단 협업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아이유가 방탄소년단 슈가와 협업해 ‘에잇’을 발표하니 ‘세계관 최강자’들의 만남이라는 평가와 함께 노래가 음원차트 지붕을 뚫어버리고,



아이유가 인스타 스토리에 오마이걸 ‘돌핀’을 언급하니 걸그룹 앨범 수록곡이 차트 역주행을 하는 기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유가 지금 위치에 오른 가장 큰 이유는 타고난 재능과 매력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성공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혼자 잘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유는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기부활동을 하는 소셜 인플루언서인 동시에


좋은 아티스트를 발견하면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홍보하려고 하고 자신에게 오는 스포트라이트를 가능하면 남과 함께 받으려고 하는 음악 관계자이다.



그리고 로엔→페이브→카카오M→이담 등 소속사 이름은 바뀌더라도 ‘내 사람이다’ 싶은 사람과는 최대한 같이 가려고 하는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이 좋은 모습이라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꾸준히’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이 있는데,

지금의 아이유는 (대한민국의 그 어느 28세보다 더) 빨리도 가고 있고, 누군가(누군가들)와 함께 멀리도 가는 중이다.

그러니 2020년 5월 16일(아이유 생일)에도 유애나(아이유 공식 팬클럽)가 이렇게 외칠 수밖에.


“아이유 위주로 갑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한대음-MBC게임 방송 캡처-강심장 방송 캡처-‘최고다 이순신’ 방송 캡처-원더케이-MBC-인터넷커뮤니티-아이유 인스타 스토리-멜론차트-포켓몬코리아-엑스포츠뉴스-곰티비-이지금 유튜브 채널-'유희열의 스케치북'-카카오M-이담-'무한도전' 방송캡처-아이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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