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3-2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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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 맹목적으로 응원해도 되는 프로그램

기사입력 2020.12.05 12:34



“오디션 너무 지겹다”라는 반응을 뚫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 있다. 그 주인공은 ‘싱어게인.

지난 11월 30일 방송된 JTBC ‘싱어게인’은 시청률 7.8%(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기준)로 지난 주 보다 2.2P 상승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적수 없는 월요일 예능강자임을 과시했다. 또 월요 예능 화제성 2주 연속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11월 4주차 기준)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화제성 60% 이상의 큰 폭으로 상승, 비드라마 전체 부문에서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 직후에도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를 장악, 대세 오디션 프로그램의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무명가수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도 좋고, 참가자들 실력도 좋고,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일거리가 준 아티스트들에게 일거리를 준다는 점도 좋고, 심사위원들의 진실성 있는 평도 좋고, 그놈의 ‘악마의 편집’도 없는 프로그램. 순한 맛이 나는데 그게 맛있는 예능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순한 맛이 나서 좋다는 반응을 많이 보는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순한 맛이 ‘나서’ 좋다는 말은 다소 오류가 있다. 지금까지 순한 맛 음악 프로그램 추구했던 방송들이 없었던 건 아니니까. 그런데 그 프로그램들이 모두 현재의 ‘싱어게인’과 같은 화제성을 몰고 있었냐 하면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좋은 프로그램이란 평을 받았으나 화제성이 별로였던 프로그램 혹은 아예 그냥 망한 방송 찾는 게 더 쉬울 것이다.

‘싱어게인’은 재료들을 과하게 요리하지 않는 대신, 압도적으로 본연의 맛이 좋은 재료들을 모으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물론, 심사위원진, MC 섭외까지 공을 들이지 않은 부분이 없다.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이승기가 MC이고 이선희가 심사위원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얼마나 있을지 상상해보자. 둘 중 하나도 어려운데 둘 다 충족한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다.

‘슈가맨’ 듀오인 유희열과 김이나 작사가는 이런 프로그램에 선뜻 참여할 만한 사람들이긴 하나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부르기 쉬운 사람이라고 할 순 없다. 이들 역시 ‘싱어게인’ 말고도 할 것 많고 바쁜 업계 최정상 거물들이다.

젊은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인 슈퍼주니어 규현, 위너 송민호, 다비치 이해리, 선미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절대 쉬운 사람들이 아니다. 섭외 담당자로서 “규현, 송민호, 이해리, 선미 고정 출연자로 쓰고 싶으니 무조건 다 모셔오라”는 특명을 받는다고 상상해보면 정말 아찔하기 그지없다.

착한 예능을 추구하되 흥행과 화제성 면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있는 힘껏 끌어모은 제작진.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을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레전드 급 가수들도 종종 출연하다보니 “누가 누구한테 평가받을 만한 분이 아니다”라는 반응 많이 보게 되는데, 오히려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때문에 그 레전드들이 다시 사람들이 많이 볼만한 방송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보는 것이 온당하다.

방송국이 땅만 파면 돈이 나와서 무명가수들, 지금은 화제성이 없는 옛 가수들을 위한 프로그램 만드는 것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어쨌든 방송을 만들 때는 남의 돈이 필요하다는 점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지금 방송이 잘되고 있는 건 ‘결과’이고 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과정이 필요하다. 주니어 심사위원들을 포함한 현 심사위원들은 지금 그 자리에서 공감하고 심사하는 역할도 하지만 ‘싱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이 탄생하는 ‘과정’의 한 축을 담당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획 단계에서 ‘투자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그중에서도 최고의 인기와 영향력을 가진, 그리고 단순히 인기만 많은 게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뭔가 이룬 것이 있는 아티스트들. 이정도 카드들은 쥐고 있어야 ‘싱어게인’ 같은 프로그램을 탄생시킬 수 있다. 종편인 JTBC에게 ‘수요예술무대’ 같은 걸 추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고.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치밀하지 못했던 프로그램(ex : JTBC ‘걸스피릿’), 설계는 꽤 치밀했으나 그 설계에 내재된 의도가 매우 안 좋았던 프로그램(ex : 엠넷 ‘프로듀스101’)들과 비교하면 ‘싱어게인’은 정말로 큰 숙고 끝에 나온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으며, 흥행과 선한 영향력 양쪽 모두 잡기 위해 최대한 줄타기 하는 중인 방송이라 할 수 있다. 외부인 입장에서 봤을 때도 제작진의 고민과 안배가 이렇게 잘 느껴지는 프로그램 그리 많지 않다.

앞으로 방송은 지켜봐야겠으나 지금까지 공개된 방송분만 보면 ‘싱어게인’은 충분히 ‘맹목적인 응원’을 받을 만한 방송이다. 이런 프로그램이 큰 응원, 맹목적인 응원을 받아야 다양한 장르의 무명가수, 지금은 재야에 있는 레전드 가수들이 다시 우리 곁에 오게 된다.

한편,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은 매주 월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되고 있으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도 동시 방송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JTBC ‘싱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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