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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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쌓은 가치' 박민호, 우연이 아닌 첫 세이브

기사입력 2020.07.07 14:08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SK가 6-3으로 앞서 있던 9회말 박민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선두 안치홍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재유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낸 뒤 민병헌을 3구삼진으로 잡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박민호의 데뷔 첫 세이브였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9회 박민호의 등판은 낯선 장면이었지만 현재 SK 불펜 사정상 납득할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하재훈이 2군으로 내려가며 마무리는 공석이고,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김태훈은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이미 전 이닝에 필승조 김정빈, 서진용을 쓴 상황, 가장 강한 심장이 필요했던 벤치가 박민호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올 시즌 박민호는 SK 불펜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신인왕 후보인 김정빈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대담한 피칭을 하고 있다면, 박민호는 팀이 이길 때나 질 때나 담담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어떤 때 이 담담함은 대담함보다 강력하기도 했다. 그렇게 신뢰를 쌓은 박민호의 이번 역할은 클로저였고, 그는 역시나 훌륭하게 제 몫을 해냈다.

지난해에도 전천후 역할을 했던 박민호는 발목 부상이 있었음에도 47경기 50⅓이닝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남겼다. 그래도 그는 "어떻게 막았는지도 모르고 막 던졌다"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는 "또 마당쇠 역할을 해도 나는 괜찮다. 누군가 해야 한다면 기꺼이 내가 하고 싶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민호는 "나라는 상품이 조금 더 업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 나도 재밌다. 한 단계 씩 밟고 올라가야지, 똑같거나 퇴보한다면 힘들고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말처럼 쉽지 않은 목표지만 지금까지 박민호의 시즌은 정말 박민호가 그려온 대로다. 박민호가 안은 첫 세이브는 그래서 특별하다. 묵묵히 쌓아올린 자신의 가치의 증명이자 발현이었고, 또 한 단계 성장한 자신에 대한 선포였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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