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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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세계, SK 최지훈의 "길고도 짧았던 1년" [엑:스토리]

기사입력 2020.11.20 07:54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최지훈은 소위 '세금 없는' 신인이다. 작은 실수는 '그러면서 크는 거지' 용인 되는 신인의 시간, 올해 최지훈은 그런 시간 없이도 이미 팀에서는 '큰' 선수였다.

1년 전 처음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았던 그때, 최지훈은 "야구장이 정말 커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커보였던 야구장은 곧 최지훈의 주 무대가 됐고, 이곳에서 그는 팀의 역사를 쓰는 안타를 치고, 수많은 선수들의 안타를 지웠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뛸듯이 기뻐했다.

그렇게 최지훈은 127경기 타율 0.258, 120안타 1홈런 27타점 66득점 18도루로 자신의 첫 시즌을 마무리 했다. 최지훈이 기록한 120안타는 2002년 LG 박용택 이후 18년 만에 나온 대졸 신인의 데뷔 시즌 100안타이자 SK 역사상 신인 최다 안타 기록이다. 스타의 자질이 보이는 재능 있고 투지 있는 선수의 발견, 최지훈은 기록을 뛰어 넘는 존재감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 1년을 보냈다. 작년 이맘때, 신인 입단식에서 준비된 영상을 보며 부모님과 함께 펑펑 울었던 최지훈은 이제는 선배가 되어 그 입단식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단숨에 SK의 자랑이 된 그는 작년의 자신처럼 설렘을 안고 프로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 선수들을 위한 자신의 이야기들을 준비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최지훈의 2020년, 그는 올 한 해를 "길고도 짧은 1년이었다"고 말한다.

-딱 작년 이맘때 팀에 들어왔다.
▲저번에 내년 신인들이 야구장에 와서 인사를 했지 않나. 나도 그렇게 인사를 하기 위해 야구장에 왔었다. 2시였나, 일찍 와서 야구장을 보는데 되게 커보이더라. 우리 구장은 작은 편인데도 엄청 커보여서 '아, 언제쯤 야구하려나' 했는데 하다보니 이렇게 하고 있다(웃음).

-올해가 짧았나, 길었나.
▲기록이나 이런 걸 보면 짧게 느껴지고, 몸이랑 마음이랑 힘들었던 걸로 따지면 되게 길게 느껴진다. 기록으로 보면 너무 아쉬운데,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몸도 힘들어서. 길고도 짧은 1년이었다.

-첫 경기의 느낌이 기억 나나. 첫 경기, 또 첫 선발의 느낌이 다를 것 같다.
▲첫 경기는 대주잔가 대수비로 먼저 나갔는데 정말 엄청 긴장했다. 첫 선발날은 첫 타석에서 숨이 안 쉬어졌다. 유희관 선배 공을 쳤는데, 커브가 느린 편이지 않나. 근데 그게 엄청 빨라 보였다. 타석에서 다리가 너무 많이 떨려서 그냥 보이는 걸 치고 첫 타석에 아웃이 됐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모르겠다' 하고 초구에 쳤는데, 안타가 되면서 그때 긴장이 쫙 풀렸다. 그게 '인생 경기'였다. 홈런만 쳤으면 사이클링 히트였으니까. 

-그렇게 한 시즌을 치르고, 마지막 경기는 어땠나.
▲그날은 유독 하루종일 감수성에 젖어있었다고 하나(웃음). 신인 애들 와서 인사하고, 나는 그걸 딱 작년 이맘때 하고 있었으니까. 고생했다 스스로 다독이기도 했다.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다.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울 정도로 눈물도 많고.

-입단하기 전 생각했던 프로의 세계와 실제는 같았나.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었다. 생각했던 프로가 맞구나 싶으면서도 사람이 못할 건 없겠구나 느끼기도 했다. TV로 보면서 '저걸 어떻게 해, 어떻게 쳐, 어떻게 잡아' 했던 걸 내가 하고 있으니까. '아, 그래도 열심히 하면 나도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얻었다. 들어올 땐 막연한 걱정만 하고 들어왔었다. 

-최지훈이 생각하는 프로란.
▲1년 밖에 안 해서 말이 맞을진 모르겠지만, 첫 번째는 정말 그라운드에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잘하려고 하고, 못하면 아쉬운 게 프로선수인 거 같다. 두 번째는 팬분들의 열정이 생각보다 더 대단하다는 거. 팬분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올 시즌에는 관중이 많이 들어오지 못했는데도 그런 것들을 느꼈나보다.
▲느꼈다. 3루타를 치고 3루로 갈 때, 원래 뛰고 있으면 소리가 안 들린다. 그때도 관중이 많이 들어오시지도 않았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그게 들리더라. 만원 관중이 되면 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웃음). 재미있을 것 같다.

-최지훈 유니폼을 입은 분들도 많이 봤겠다. 
▲많이 봤다.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외야에 있으면 보이는데, 가끔 찾아보기도 한다. 한 번은 정말 조그만 꼬맹이 한 명이 내 유니폼을 입고 왔었다.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웠던 때가 있다면.
▲잠실 더블헤더(6/11) 때 홈런 타구 못 잡은 거. 한 번씩 꿈에서도 나온다. 글러브가 안 맞았으면 상관 없는데 글러브에 스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7월 바닥 찍었을 때다. 원래 7월에 생일이라 잘하는데. 근데 아침에 눈 뜨는 것도, 야구장 나오는 것도 힘들었다. 야구가 안 되니까 밥도 잘 안 들어갔다. 

-잘 안 되면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인가보다.
▲나는 거의 병이다. 대학 때부터 단점이 방망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도 힘이 없었고, 대학 때도 항상 듣는 얘기가 힘이 없다는 거라 방망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다. 하루 못 치면 세상 무너지고, 밥도 안 먹고, 불도 안 켜고.

-프로는 144경기를 해야하는데.
▲올해 제일 많이 배운 게 그거다. 이걸 조절할 줄 알아야 프로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구나, 그걸 가장 크게 느꼈다. 144경기 하는데 하루 못 쳤다고 그렇게 하니까 정말 죽겠더라. 어떻게 잘 자신을 타이르느냐가 숙제인 것 같다.

-올해 그래도 버틴 계기가 있다면.
▲그래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게, 사실 그렇게 하면 (2군에) 내려가는 게 맞지 않나. 신인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안 내려보내고 날 써주셨다. 어떻게 찾아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다시 완전히 탁 올라온 건 아니어도 평균치를 맞출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이 믿고 써주신 덕분인 것 같다.

-주변의 조언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많았다. 워낙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게 눈이 보이셨나보다. 잘하고 있다, 144경기 매년 해야하는데 잠깐 안 됐다고 풀죽어있지 말라 격려해주셨다. 코치님들도 걱정하지 말라, 야구하는 선수들 다 한 번씩 떨어졌다 올라오고 하는게 타격이고 타율이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잘 이겨낼 수 있지 않았나 한다. 누가 뭐 하나 던졌으면 그대로 무너졌을 수도 있다. 워낙 멘탈적으로 힘든 상태여서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그래도 수비에서 하나씩 하니까 거기서 조금 자신감을 얻지 않았나 한다. 수비까지 안 됐다면 어휴, 상상하기 싫다. 


-그럼 이건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생각하는 플레이는.
▲굳이 꼽자면 롯데전(9/12)에서 홈런성 타구를 잡은 거. 그런 타구를 잡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넘어갈 듯 말 듯 한 거. 근데 잡혔더라. 잡힌 줄 몰랐다. 그날 또 방망이도 잘 맞았다.

-최지훈의 이름 옆에 자주 붙는 이름이 김강민이다.
▲처음에도 '제2의 김강민' 같은 수식어가 붙긴했는데 수비에서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더 붙더라. 나야 좋은 거고, 영광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수비하면 첫 번째로 나오는 이름이다. 굉장히 좋은 수식어인 것 같다. 별명도 마음에 든다. '아기짐승'. 경기 대도 강민 선배는 어떻게 했을까 싶은 건 가서 물어본다. 먼저 많이 말씀해주시기도 한다.

-올해 세운 기록 중 가장 기분 좋은 기록은.
▲굳이 뽑자면 안타 밖에 없는 것 같다. 올해 목표로 했던만큼 채웠다. 시즌 시작할 때 목표는 계속 1군에 있는 거였고, 100타석, 200타석이 넘어가면서 올해 안타 120개 정도를 쳐보자 목표를 세웠다. 선배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경기를 뛰게 된 입장이라 팀에 해를 끼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목표한 건 이뤘는데 나머지는 별로다. 삼진도 너무 많이 먹었고. 

-신인 최지훈에게 점수를 준다면.
▲절반도 안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3~40점? 주변에서는 잘했다고 해주시니까 그거 플러스하면 60점 정도. 앞으로 100점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씩 올라가지 않을까. 그게 성장하는 거니까.

-수고했다고 스스로 격려의 말을 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없다. 그냥 '더 열심히 해야겠지, 지훈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고생을 한 건 맞는데, 고생은 누구나 다 하지 않나. 나만 하는 것도 아니고 프로야구에서 하는 게 다 고생인데. 매년 고생해야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올해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냥 '더 열심히 해라', '더 열심히 해야겠지?'인 것 같다.

-마무리 훈련은 어디에 중점을 두고 하고 있나.
▲지적을 많이 받았던 부분, 내가 생각해도 고쳐야겠다 생각하는 부분들 위주로 하고 있다. 힘이 없어서 그런건지, 운이 없어서 그런건지 유독 잘 맞은 타구가 많이 잡혔다. 내가 많이 잡아서 잡히는건지 생각도 했는데(웃음). 아무래도 힘이 더 있었다면 빠지지 않았을까 해서 힘을 기르려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웨이트도 열심히 하고, 삼진이 많았어서 내년에는 줄이려고 한다. 내년에 어떻게 적용하게 될진 몰라도 코치님들께 많이 여쭤보면서 하려고 한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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