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0 06:24
스포츠

[조영준의 클로즈 업 V] 김연경이 일본에서 통할 수 있는 이유

기사입력 2009.05.19 13:52 / 기사수정 2009.05.19 13: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 여자배구 최고의 플레이어인 김연경이 일본 진출을 선언했다. 2008~2009시즌이 끝난 뒤, 해외진출을 모색한 김연경은 일본 V-리그 팀인 JT 마베라스 입단을 공식 선언했다. 18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흥국생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은 "일본 프로팀인 JT 마베라스에 입단하게 됐다. 국내 여자배구 선수 중, 처음으로 해외진출을 한만큼, 좋은 결실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일본에 진출하는 소감에 대해 밝혔다.

김연경이 해외로 진출하게 된 성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연경이 처음으로 해외진출의 스타트를 끊음으로써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이 국제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또한, 해외 배구 시장에 한국 선수들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역할도 수행했다.

그러나 김연경의 계약은 완전한 이적이 아니다. 1년 임대에 2009~2010시즌이 끝난 이후, JT 마베라스가 원하면 흥국생명과 다시 협상해 임대할 수 있는 조건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다. JT 마베라스에서 뛰고 있지만 여전히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이며 올 시즌을 마치고 난 뒤, JT 마베라스와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내리그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뛰어난 활약이 세계무대에서 검증이 되면 유럽 무대로도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김연경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됐다. 국내 리그를 평정한 김연경은 자신이 해외리그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기회를 잡았다.

국내리그보다 수비에 능숙한 일본리그

지난달 중순, 전라남도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벌어진 '2009 한일 탑 매치 여자부대회'에 참가한 김연경은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비록, 흥국생명은 1승 1패로 마감했지만 두 번째 경기는 일본배구와 한국배구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나타난 일본 선수들의 수비능력은 상당히 뛰어났다. 우선 국내 선수들보다 움직임이 기민했고 볼이 떨어지는 위치를 파악해 기다리는 자세는 능숙했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한국여자배구와 일본여자배구의 차이점은 수비능력에서 차이점이 나타났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기민한 움직임'에 있었다.

디그에서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자세를 낮춰서 안정적으로 볼을 받는 것이다. 장신의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수비에 약하다는 평은 큰 신장 때문에 자세를 낮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히사미츠의 경우, 공격력이 좋은 장신의 선수들보다 수비가 좋고 움직임이 빠른 선수들을 주전으로 포진시켰다. 수비를 극대화한 팀 구성은 탄탄한 수비로 이어졌고 한국팀의 공격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디그 앞에 승부의 흐름은 일본팀 쪽으로 넘어갔다.

김연경의 장점은 장신이면서도 수비 자세가 탁월한 점에 있다.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끈 장윤희(현 부천시청) 전 국가대표 선수는 "스파이크는 바닥을 향해 때리는 볼이다. 이러한 공격을 받아내려면 당연히 자세가 낮아야 하고 안정된 자세는 좋은 디그로 이어진다. 또한, 세터에게 좋은 패스를 보내려면 탄탄한 리시브가 필요하다. 리시브도 수비 자세가 중요한데 김연경은 디그와 리시브 자세가 장신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탁월하다"라고 평가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내에서 공격은 물론, 수비도 가장 좋은 선수였다. 일본리그가 국내리그보다 수비가 좋고 움직임이 빨라도 김연경 정도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국가대표 다케시다와 호흡을 맞추다

김연경이 진출하는 JT 마베라스에서 눈여겨볼 선수는 단연 다케시다 요시에(31, 세터)이다. 158cm의 단신 세터인 다케시다는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정확한 토스를 구사해 일본 대표팀의 주전 세터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이전부터 일본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다케시다는 오랜 경험으로 인해 노련미까지 더해진 장점을 지니고 있다. 김연경은 JT 마베라스에 진출하면서 지금까지 받아본 볼 중, 가장 좋은 볼을 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김연경은 18일 신문로 흥국생명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다와 같은 세계적인 세터와 함께 경기를 하는 점에 대해 매우 흥분된다”라고 밝혔다.

JT 마베라스는 공격력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지만 세터 포지션과 수비는 탄탄한 편이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통한 김연경의 가세는 JT 마베라스에 분명히 상승세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여자배구는 수비와 함께 '빠른 배구'를 선호하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면서 '1초 배구'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정상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일본 여자배구는 민첩성을 중요시한다. 김연경도 상당히 빠른 선수이지만 지금보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려면 한층 빠르고 기민한 플레이에 능숙해져야 한다.

김연경은 "일본에 진출해 빠른 배구에 적응하고 파워를 업그레이드하겠다"라며 성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뛰어난 실력과 함께 자신감마저 갖추고 있는 김연경이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은 부상이다.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부상의 덫만 피해간다면 김연경은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사진 = 김연경, 흥국생명 선수단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조영준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