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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노장의 뜨거운 열정'…'바람불어' 최불암, 25년 만의 연극

기사입력 2018.04.17 17:20 / 기사수정 2018.04.17 18:15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원로 배우 최불암(77)이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를 통해서다. 1993년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각색한 ‘어느 아버지의 죽음’에 출연한 뒤 25년 만이다.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한 노인(최불암 분)을 중심으로 우주론적 관점에서 본 지구인의 이야기,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애틋함이 뒤섞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별과 함께 담은 작품이다. 아픔을 겪으면서도 존재 자체로 빛을 발하는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연극 ‘하나코’, ‘해무(海霧)’ 등에서 고난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을 조명해온 김민정 작가의 창작극이다. 2007년 ‘해무’에서 호흡한 안경모 연출이 지휘, 설득력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안경모 연출은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모든 배우들이 하나의 별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가장 컸다. 니체의 말 중에 '춤추는 별이 탄생하려면 그 내면에 혼돈이 있어야 한다'는 문장을 고민했다. 각 인물의 내면 속 갈등과 고민이 하나의 빛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노력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25년 만에 연극 나들이에 나선 최불암은 이날 전막 시연에서 노인 역을 맡아 열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시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을 선택할 시간이 없었다. 뭐든 연속적이다. '한국인의 밥상'도 8년 째 한다. 운명적으로 롱런으로 한다. 25년 전 '어느 아버지의 죽음'을 하면서 호응을 많이 받았다. 그때 박수를 많이 받았다. 살다보니 TV로 넘어갔는데 죄송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과연 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했다. 나이 먹으니 대사를 자꾸 잊어버린다. 타이밍이 몇 초만 틀려도 문제점이 발발한다. 타이밍을 제대로 맞힐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2~30년 후배와 같이 호흡할 수 있을까, 건강은 유지할 수 있나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보름을 견뎌야 하는가 불안감도 있고 걱정도 있다. 밤에 제대로 잠을 못 자겠다. '한국인의 밥상' 촬영으로 남해에 갔는데 고단해서 오늘 실수한 것 같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고달픈 시간인데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지친 현대인을 위한 따뜻한 위로를 담는다. ​최불암은 이 연극의 모태가 된 2016년 연극 ‘아인슈타인의 별’(김민정 작)을 본 뒤 메시지에 감동해 이번 연극에 참여했다.

그는 "3일 전에 신문을 보니 OECD 가입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가장 많다고 하더라. 하루에 36명이 자살해 15~6년간 1위를 차지했다더라. 왜 우리나라만 살아가길 거부했나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 연극을 내가 참 잘했구나 생각한다. 삶이 뭔지,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아픔을 간절하게 표현해 삶의 의미가 돈독해졌으면 하는 입장이다.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희망을 주고 아픔을 위로하길 바란다. 지금 연극할 힘을 잃은 나이다. 계단을 오르기도, 걷기도 힘들지만 다리가 부러지면 어떠랴는 각오로 섰다"고 덧붙였다.

또 "물질, 성공, 개인주의로 많이 흘러간다. 함께 삶을 공유하는 철학이 분명치 않은 것 같아 나이 먹은 사람으로서는 걱정이다. 돈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정말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후배에게 줄 수 있을까 했다. 요즘 극단이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단원들의 숫자가 많은데 세상을 깨닫게 하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정치, 교육, 문화, 종교 등 어떻게 방향을 잡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어른 입장에서는 부족한 것 같다"고 짚었다.

또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취업을 못하고 자본주의 경제 테두리에서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죽는 거다. 자살자 수가 쇼킹했다. 아끼는 물건을 남에게 줄 때 자살하는 걸로 생각하라더라. 아끼는 게 별게 아닐 텐데 그걸 얻기 위해 더 큰 욕심을 낸다. 욕심을 내지 않아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법은 없을까 한다. 많은 걸 발산할 수 있는 예술 활동 등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으면 한다. 새 정부에서는 달리 생각해주고, 사건 사고 문제점 없이 국민이 편안하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나이 먹은 사람은 다 그럴 것"이라고 바랐다.

최불암을 비룻해 문창완, 정찬훈, 박혜영, 이종무, 성열석, 주혜원 등이 출연한다.

10년 전 트래킹 중 연인을 잃은 사고를 당한 준호 역을 맡은 이종무는 "현대인의 아픔, 괴로움을 대변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 인간은 어떻게 만나는가 우주적인 세계관을 고민했다. 최불암 선생님과 함께 해 즐거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극중 준호의 연인인 박혜영은 "최불암 선생님과 함께 해 많은 걸 느꼈다. 영광이고 행복하다. 나이 들면서 살기 급급해 꿈을 잃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떨어져서 삶이 힘들다. 극중에서 노인이 '힘들어하지 마라'고, '네 안에 별이 있다'고 짚어주는데 모든 관객이 느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반신 마비인 남편을 돌보는 아내 역의 주혜원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아내의 역할이 그런 것 같다. 최불암 선생님이 이 안에도 소중한 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해줘 감사하다. 그 별을 전해받을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영광이고 기쁘게 작업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찬훈 역시 "새학기, 새학년처럼 작업했다. 최불암 선생님과 작업해 영광스러웠다"고 거들었다. 성열석은 "잊고 있는 걸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최불암 선생님에게 연기 지적도 받았고 영광스럽다. 우리 주위에 얼마나 아파하고 아쉬워하고 고민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문창완은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해 자괴감에 빠진 진석을 연기한다. "진석이 모든 세일러맨을 대변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안에 별이 있다는 메시지가 보는 관객에게 반향을 일으켰으면 한다"고 짚었다.

18일부터 5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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