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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타임머신] 힙합대부 타이거JK, 아픔 딛고 대중에 가까워지기까지

기사입력 2017.11.24 14:00 / 기사수정 2017.11.24 13:02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대한민국 힙합 1세대, 힙합 대부 등의 수식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단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드렁큰 타이거의 타이거 JK(본명 서정권).

팝칼럼니스트 서병후 씨의 아들인 타이거JK는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부터 음악 그리고 힙합 문화에 빠졌습니다.

공부보다 음악에 대한 취미에 열중하던 고등학생 시절, 타이거JK는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인종차별에 대한 반기를 힙합으로 표현해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미국  L.A.에서 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비하가 난무하고 있었고, 힙합그룹 N.W.A의 멤버인 아이스 큐브가 해체 후 솔로 활동을 하면서 'Black Korea'라는 한국인 비하곡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타이거JK는 일련의 사건들이 절대 올바르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학교 역사시간 중 논문을 발표하는 날, 논문 대신 아이스 큐브의 가사를 반박하는 랩을 하게 됩니다. 타이거JK는 이로 인해 교내에서 상을 받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한인 비하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그해 LA 흑인폭동이 일어났는데, 주최측은 타이거JK를 힙합 페스티벌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인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부정적이였기에, 가지 말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타이거JK는 '콜 미 타이거'(Call Me Tiger)라는 노래를 당당하게 불렀습니다. 결국 이 자리에서 즉흥 랩 부문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이후 "힙합을 알리겠다"는 목적으로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온 타이거JK는 이번엔 한국인들의 인종차별을 마주합니다. 힙합을 하는 흑인 친구와 함께 방송국을 찾은 타이거JK는 "검둥이와 뭘 하느냐"라는 말은 물론 "한국말도 못하는 놈이 뭘 한다고"라는 폭언을 들으며 한국 사회에 대해 온전히 실망만 가지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다시는 한국에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서.

미국에 돌아간 타이거JK는 명문대학교인 UCLA에 진학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한국 힙합 동호회의 초청을 받아 다시 한번 방한하게 됩니다. 타이거JK가 이전과는 다른 자유를 한국에서 느꼈던 그때, 대한민국에 처음으로 정통 힙합의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습니다.


1집 수록곡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가 탄생하게 된 유명한 일화도 전해졌습니다. 미국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서 힙합 문화를 전하려 하자,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양아치 같다", "더럽다"는 말로 드렁큰타이거를 대했습니다. 한번은 아버지와 함께 그런 대우를 받고 "당당히 한 마디 하라"는 아버지의 말에 상대방에게 다가가 딱 한 마디,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말을 날렸다는 일화죠.

그의 말대로 힙합을 모르던 한국인들은 타이거JK가 선사하는 음악에 점점 마음을 뺏기기 시작합니다.

'난 널 원해',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 '몬스터', '8:45 Heaven', '살자'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이야기를 하는 힙합 정신에 맞게 타이거JK는 완전한 미지의 장르였던 힙합을 수많은 마니아층이 견고함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힙합이 비주류에서 주류가 돼가던 시기, 1세대인 타이거JK는 후배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도 선뜻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힙합 열풍을 주도했던 Mnet '쇼미더머니'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죠. 실제로 '쇼미더머니' 제작진이 수년간 타이거JK를 프로듀서로 섭외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타이거JK가 '쇼미더머니'를 싫어했던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디스 문화'에 초점을 맞춰 힙합을 싸우기만 하는 장르로 굳혀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죠. 타이거JK가 '쇼미더머니'를 보면서 진정으로 던지고 싶었던 말이 바로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였을 것입니다. 힙합을 부정적으로 소비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거죠.

이러한 가치관과 맞물려, 타이거JK가 대중 앞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아버지 서병후 씨의 암 투병과 별세 그리고 희귀병 척수염을 앓아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2주 만에 40kg가 불어나는 등 척수염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고 부작용을 얻어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로 퉁퉁 부은 얼굴을 가지기도 했다는 타이거JK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지난 2014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하늘에 보내기도해 세간의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어려운 이웃을 돕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 아버지의 글을 발견해 자선활동과 기부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4년 5집 앨범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고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복구 기금으로 공연 수익을 기부하면서 선행 스타 대열에 올랐던 타이거JK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1억 원을, '쇼미더머니6' 출연료 전액을 미혼모와 입양아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면서 많은 이의 존경을 받기도 했습니다.


슬픔을 추스린 타이거JK는 방송을 통해 활동을 재개하면서 대중과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뮤직쇼 Mnet '위키드'에서 선생님으로 참여하면서 무서운 호랑이가 아닌 친근한 호랑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내 윤미래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조단 덕분이었는지, 타이거JK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과 힙합과 동요를 장르적으로 컬래버레이션 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당신들이 모르는 힙합의 선한 영향력을 노래로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쇼미더머니6'에서는 프로듀서로 출격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시즌6 최대 수혜자인 우원재와 블랙나인을 발굴해내 팬들에 큰 즐거움을 선사했죠. 방영이 끝난 후 우원재는 박재범이 있는 AOMG와 전속계약을 맺고 블랙나인은 타이거JK가 있는 필굿뮤직과 함께하게 됐습니다. 현재 타이거JK가 이끄는 필굿뮤직과 굿 라이프 크루에는 슈퍼비, 면도, 주노플로, 최서현, 마샬, 블랙나인, 비지, 아덴 조, 앤 원 그리고 아내 윤미래 등이 속해 있습니다.


'쇼미더머니6'를 통해 "데뷔하는 것 같다"던 타이거JK는 이후 많은 방송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달 방송한 JTBC '밤도깨비'에서 타이거JK는 '미카엘 서'라는 예능적 별명을 획득하고 물따귀 벌칙을 수행하는 등 큰웃음을 주면서 시청자에 의한 고정 요구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호랑이처럼 무서운 인상이지만 순하고 착하기만 한 행동, 힙합계 대부가 주는 말의 무게처럼 과묵해보이지만, 실제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타이거JK의 모습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죠.

타이거JK는 '밤도깨비'에서 감동적인 면도 보여줬습니다. 장발을 고수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타이거JK는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함께 했던 것은 머리카락 뿐이었다. 그래서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한 이후 "그런데 이제 머리카락은 그저 상징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간직하면 되는게 아닌가 싶다"는 말로 하나의 틀 속에 갇힌 자기 자신을 조금 깨우기도 했습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자신의 옷인양 꼭 맞춰 입은 타이거JK는 반려견과의 프로그램인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출연을 확정하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키우고 있는 시츄 레고가 아내 윤미래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질투에 사로잡힌 타이거JK의 모습이 나와 예고부터 큰 웃음을 안겼습니다. 레고와 함께 키우던 반려견이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레고가 무기력증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개냥'에 출연한다는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입니다.

오랜 시간 방송 활동을 하지 않은 타이거JK는 이제 막 대중과 친숙해지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맞지 않은 일들에 분노하고 평화적인 힙합으로 대응하던 고등학생 서정권이 30년의 세월을 건너도 변하지 않은 심성을 방송에서 마음껏 선보이는 것이죠.

인종차별, 희귀병, 아버지의 투병 등 다양한 사건들로 자신을 완성해 온 타이거JK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많이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am8191@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타이거JK·드렁큰타이거 앨범 커버, MBC, Mnet, JTBC, tvN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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