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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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의 발견②] 지우 "연애, 연기를 위해선 필요하겠죠?"

기사입력 2017.03.09 13:00 / 기사수정 2017.03.09 12:19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이제 만으로 스무살인데 꺼내는 이야기들은 묘하게 '애어른'의 느낌이 묻어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눈발'을 통해 지우는 살인자의 딸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윤예주를 맡았다. 경남 고성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예주는 철저히 고립되어있다. 누구도 먼저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상황에서 예주는 묵묵히 살인자의 딸이라고 수근거리는 것을 감내한다. 그런 윤예주를 아이들은 괴롭힌다. 지우는 영화에서 내내 맞거나 괴롭힘 당하는 신들이 많아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지우의 얼굴은 밝았다. 

"정서적으로 무겁고 힘든 역할이라 준비하는데 있어 걱정이 되는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고생이 많았다고 하는데, 회차가 적고 빠른 시간내에 촬영해야해서 빨리 찍었어요. 배려도 많이 받고 현장에서 생각보다 고생을 덜했어요."

영화 속 예주는 늘상 어두운 표정이다. 옷도 교복 위주의 단조로운 패션이다. 화사한 화장도 없다. 대신 입은 겨울 바람에 잔뜩 갈라진 것처럼 묘사되어있고, 예주 본인도 외모에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예주가 민식(진영)을 만나면서 점점 달라진다. 마냥 튼 것 같던 입술은 민식이 준 립밤을 챙겨바르면서 좋아지고,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었던 예주가 미용실로 가서 머리를 정돈해줄 것을 부탁한다. 얼굴을 조금 드러냈을 뿐인데 바로 미모가 빛을 발한다. 극중 아이들이 연애한다고 얼굴이 폈다고 놀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보일 정도. 

"단계별로 감독님과 분장을 의논했었어요. 그런 분장도 예주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카트'의 수경이도 본인만의 세계가 있는 아이였고, 예주도 그렇죠. 제 원래 성격은 굉장히 밝아요. 예주를 준비하며 그런 부분도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준비 하기 전 사람들도 많이 안만나려고 노력하고, 어두운 영화도 보면서 정서적으로 어둡게 하려고 노력했죠."

인터뷰를 하면서도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미소를 띄우는 지우에게 웃을 일이 도통 없는 예주는 분명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터. 그런 지우를 위해 조재민 감독은 '도희야'와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추천해줬다. 미리 감정을 공부하고 '눈발'에 집중하면서 지우는 '연민'이라는 감정을 곱씹어보게 되었다. 

"연민은 되게 무서운 감정이더라구요. 본이이 그 연민을 느끼는 대상보다 나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게 연민이라고 해요. '띵'하고 맞은 느낌이었죠. 이 감정이 무서운 감정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민식이가 예주에게 느낀 감정은 연민보다 동정심에 더 가깝겠지만요."

극 중 예주처럼 오해를 받아본 적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이 스물 하나 답지 않았다. 어쩌면 철없고 마냥 신나고 즐거울 나이일 법도 한데, 지우가 건네는 말들은 하나하나 조심스럽고 신중하면서도 진심이 담겨있었다. 생각하는게 다 다르기에 오해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상처를 깊게 받는 대신 그런 시선에 초연해지는 마음도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단다. 언제든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수용하고 반성하는 부분도 있어야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는 않겠단다. 

지우와 진영만큼 촬영 분량이 많은 이는 다름아닌 염소 방울이. 문소리 같은 연기력을 지녔다고 '염소리'라고 불리기도 했던 염소와의 동반 촬영 이야기를 꺼내자 웃음기 가득했던 지우의 얼굴이 더 밝아졌다. 존경하는 인물이 제인 구달일 정도로 동물을 좋아하는 지우에게 염소와의 호흡은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다. '우주의 별이'에서도 동물과 호흡을 맞추기도 하는 등 유독 동물 배우들과 인연이 깊다. 

"동물과 제가 인연이 깊다고 생각했어요. 동물에게 촬영현장이 힘들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염소와 강아지가 연기적으로 제게 도움을 많이 줬어요(웃음). 같이 힘이 돼줬죠. 물론 쉽지만은 않은 촬영이긴해요. 앵무새, 고양이, 개를 키웠었어요. 오래 키웠는데 2,3년 전에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니 못키우겠더라구요. 그래도 촬영장에서 동물을 만나면 반가워요. 어릴 때 촬영 다니면서 도로에 있는 강아지를 데려온 적도 있어요. 유독 감정이 느껴지는 대상이 사람마다 있을텐데 그게 저에겐 동물과 할머니에요. 저도 부모님이 맞벌이셔서 할머니 손에 자라서 영화를 볼 때 할머니가 나오면 확 몰입이 되죠. 동물도 그래요."

갓 스무살이 되자마자 '눈발'과 만난 지우는 이제서야 제 나이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오히려 어릴 때 고민이 더 많고 생각도 많았었다고 토로했다. 

"어렸을 때는 걱정도 근심도 많았어요. 하나하나 말할 때 두렵고 내가 실수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 갇혀 살았죠. 실수하면 당연히 안되겠지만,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는 건데 말예요. 그러면서 배우고 시행착오도 겪는 건데. 상처 받는 게 두렵고 무서웠지만 연기자로는 필요한 것 같아요. 많이 깨지고 마음을 다치는 과정들을 통해 배우는 감정들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우는 입시를 위해 연기를 쉬었던 1년이 그저 불안하고 생각이 많았다. 수시도 연거푸 낙방했다. 심적으로 힘들 떄 그런 지우의 곁에서 좋은 조언을 해준 이들도 많았다. 소속사 선배인 변요한은 아예 지우의 연기학원으로 피자를 보내주기도 하는 등 소속사 후배를 위한 애정어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예리 언니는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에요. 만날 때마다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늘 따뜻함이 느껴지죠. 변요한 선배도 마찬가지에요.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좋은 마음 가짐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김소현하고도 친해요. 어릴 때부터 활동하고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돼요. 김소현은 저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워요. 할머니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웃음). 너무 배울점이 많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마음을 어떻게 추스릴 수 있는 지도 조언해주죠. 서로 위안을 받는 것 같아요. 무척 소중해요."

올해의 목표가 다양한 경험이라는 지우는 올 한해 운동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아직 '모태솔로'라 연애도 해보고 싶단다. 막상 지우의 일상을 들어보니 친구들과 언니들을 만나는게 너무 행복해서 그동안은 연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모양. 

"연애에 닫혀있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없었어요. 철벽녀는 아니에요(웃음). 연기를 위해서는 필요하단 생각을 해요. 겪어보지 못한 감정이라 낯설고 어렵긴 하죠. 간접경험만 했네요. 아, 저는 몸연기가 되게 안되는 사람이거든요. 뛰어가는 것도 어색하다고 해요(웃음). 몸이 유연해지게 무용을 배워보고 싶기도 해요. 한예리 언니가 몸으로 표현하는 것들을 보면 황홀하죠. 부럽고 벅차요. 감정연기를 하면서도 몸을 어떻게 쓸까 고민이 많아요. 몸연기를 하게 되면 거기에 급급해서 에너지가 다 뺏긴다고 해요. 더 잘 훈련해야죠."

'눈발'을 통해 지우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면을 확실히 부각시켰다. 스물 하나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속이 꽉찬 여배우 지우는 이제 시작이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서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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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의 발견③] 진영·지우, 여전히 '진영배우님'과 '지우씨'인 이유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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