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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영웅' 이지훈 "인간적인 안중근 의사 보여줄래요"

기사입력 2017.01.21 14:40 / 기사수정 2017.01.21 14:35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이지훈을 접하던 사람들에게는 그가 뮤지켤 '영웅'의 안중근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의아하게 들릴 것이다. 유쾌하고 때로는 능글 맞아보이기까지했던 그 청년이 목숨 바쳐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라니.

'영웅'이 막을 올린 지난 18일, 배우 이지훈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영웅'과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지훈 역시 안중근 의사와 다른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안중근에 대한 자신감도 확실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이지훈은 '많이 볼 수록 많이 배운다'며 정성화의 '영웅'을 보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지켰다. 이야기를 나눌 수록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배우 이지훈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 3년 전 '영웅' 오디션에서 윤호진 연출자로부터 '10년 뒤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을 들었다고?
: 그랬다. 그런데 3년 만에 이번엔 연출님이 찾아오셨다. (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일단 무대에 쉬지 않고 도전했던 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뭐든 하면 할 수록 조금씩 늘게 마련이다. 3년 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했고, 그 시간 동안 발전이 나름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가장 결정타는 '킹키부츠'가 아니었을까. 배우로서 무대 위에선 내 모습이 안중근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다. 

- 안중근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 안중근하면 정성화가 떠오른다. 그만의 힘과 리더로서의 카리스마가 대중에게 안중근 의사의 모습 그 자체가 된 것 같다. 그런 성화 형의 색깔은 남다른 소리 통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사람들마다 낼 수 있는 소리의 크기나 울림이 다른데, 정성화 배우, 양준모 배우는 그런 묵직하고 낮은 소리를 낼 수 있는 통을 갖고 태어났다. 반면에 나는 높은 음역대의 소리는 잘 내지만 베이스에서는 취약하다. 안중근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묵직한 소리를 내려고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100% 완벽한 모습은 아니겠지만 노력하려고 한다.

- 그렇다면 이지훈만의 '안중근'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 굳이 나누자면 다른 분들보다 청년 안중근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배우들의 안중근은 감정을 절제하는 편이다. 속으로 슬퍼하고 속으로 기뻐한다. 하지만 나는 슬프면 슬퍼하고 기쁘면 기뻐하는 안중근 의사를 보여주려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나올 것 같은 영웅 안중근이 아닌 좀 더 인간적인 안중근을 보여주겠다.

- 정성화 배우가 만들어놓은 안중근 이미지와 다른 안중근을 표현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도 같다.
: 성화 형이 오랫동안 '영웅'을 잘 해 왔으니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고유의 색을 전부 깨지 않고, 최대한 있는 틀 안에서 어우러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군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나 리더의 품격은 가지고 가야하지 않을까. 감정 표현에 있어서만 좀 더 드러내고 싶다.

- 정성화 배우랑 호흡을 많이 맞춰왔다. 
: 먼저 '라카지'에서 만났는데, 그때는 많이 친하지 않았다. 연습 날도 달라서 마주칠 일도 없었다. 친해진 건 '킹키부츠'때부터였다.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해야하니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캐릭터 분석이나 작품 안에서의 감정에 대해서도 교류를 많이 했다. 형이 워낙 베테랑이니까 내가 많이 배웠다. 연기법, 딕션, 발성 등 디테일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많이 전수해졌다. 형이 가르쳐준대로하니까 관객 평에서 바로 '이지훈이 이렇게 잘했었나?'이런 반응들이 왔다.

- '영웅'에 출연한다고 하니 정성화 배우가 어떤 걸 도와줬는지.
: '영웅' 캐스팅 제의를 받고 하고싶은 마음과 달리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많았다. 그 때 성화 형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같이 하자. 형이 도와줄테니까' 이런 말이 돌아왔다.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연습할 때도 성화 형이 옆에서 걸음걸이 하나까지도 다 체크해주시고, 연출님보다 더 디테일하게 연기를 만져줬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화 형의 '안중근'을 많이 따라하고 싶다. 하지만 형의 연기를 보면 이건 '넘사벽'(넘을수 없는 벽)이라고 느끼게 된다. 내 색깔은 가지고 가되, 형의 제스쳐나 시선같은 건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을 형은 이미 300회라는 공연을 거치며 해봤을 거고, 최적화된 안중근을 만들어냈을거라 생각한다.

- 2006년 '알타보이즈'를 시작으로 뮤지컬을 시작한지도 이제 10년이 넘어간다. 어떤 작품이 뮤지컬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은가?
: '알타보이즈'를 할 때만 해도 뮤지컬을 잘 몰랐다. 힘들기만 했고, 재미가 없었다. 특히 춤을 추는 게 너무 힘들었다. 팬들도 '반 박자 느린 댄스'라며 외면했다. 끝난 뒤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작품도 자연스럽게 안 들어왔다. (웃음) 그러다가 2년 후에 '햄릿'이라는 작품을 만나고 뮤지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햄릿'의 음악을 통해서 관객들과 교류하는 게 어떤 건지 느꼈고, 카타르시스가 어떤 건지 느꼈다. 커튼콜에서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쳐줄때 콘서트에서 느끼는 관객의 박수와는 감동이 달랐다.

두 번째 터닝포인트는 '에비타'였다. 이지나 연출을 만나고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다. 그 전까지만해도 나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지나 연출의 방식은 그렇지 않았다. 나를 내리깎고, 비하하며, 이정도까지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심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다. '그만 둔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꾹 참고 견뎠다. 그 분을 통해 뮤지컬을 접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었고, 대극장 공연을 시작했다. 

세 번째 터닝포인트는 '엘리자벳'이었던 것 같다. '엘리자벳'의 루케니를 연기하며 조연상을 탔다. 루케니는 나에게 딱 맞는 옷이었던 것 같다. 자유분방하고, 갇혀있지 않는 역할이었고 고음 음역대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다. 조승우 배우가 '엘리자벳'을 보고 "이지훈 씨가 이렇게 에너지가 좋은 배우인지 몰랐다"고 했다. 그 말이 큰 감동이었다. 이후로 '모차르트', '위키드', '킹키부츠'까지 모든 작품들이 순간순간 터닝포인트가 되곤 했다.

-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아직 해보지 못한 작품들도 많다. 어떤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가?
: '영웅'에서 낮고 묵직한 소리를 터득하고, 마스터를 한다면 '맨 오브 라만차'의 세르반테스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 나이를 또래보다 낮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높은 나이대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더 트레이닝을 거치며 노력해야할 것 같다. 대중이 제 이미지를 떠올릴 때 상상하는 그 이상의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 비슷한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캐릭터에 계속해서 도전하는 게 꿈이다.

- 이지훈 씨가 처음 뮤지컬에 도전할 때 보다, 최근에 더 많은 가수들이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나는 어렸을 때 무턱대고 뮤지컬에 덤볐다가 나가 떨어진 케이스다. 그런데 요새는 우리 때처럼 시켜서 하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뮤지컬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보면 다들 '하고 싶다'는 열정이있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도 계속 관리하고, 교육을 하니 실력면에서도 내가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안타까운 건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슈퍼주니어 규현이랑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친군데도 불구하고 해외 스케줄, 한국 스케줄이 겹쳐서 연습에 참여를 못할 때가 많았다. 혼자서 영상보고 연습하고 그러더라. 그런 하드코어 스케줄을 소화하며 공연을 한다는 게 대단했다.

6년 전에 (옥)주현이가 나에게 '공연 할거면 올인해. 다른 거 하지말고' 이렇게 말하더라. 그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여러 개를 했을 때 에너지가 분산되는 건 사실이다. 나도 공연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후배들도 공연을 할 때는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 2017년을 시작하는 지금,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사실 큰 꿈은 없다. 올해 어떤 것을 이루고싶다기 보다는 눈 앞에 있는 상황에 집중하며 살고 싶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당장 참여하는 공연을 잘 해내는 게 목표다. 한편으로는 딱 한 달만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쉬어도 할 게 없는 사람이더라. 일만하며 달려온 시간이 긷라보니 이제는 어떻게 쉬어야하는 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러니한 두 가지 마음이 늘 공존한다. 

- '영웅'을 통해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 이지훈이 노력하고, 변했다는 걸 안중근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의 한계를 노력을 통해서 극복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도전 해볼까?' 그런 희망을 심어주는 게 목표다. 그런 '영웅'이 되고 싶다.

뮤지컬 '영웅'은 오는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서예진 기자

[XP인터뷰①] 이지훈 "허정은, 송중기 0순위…박보검보단 나"

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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