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4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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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읽다] 배성재가 조정식에게, 조정식이 배성재에게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7.01.10 10:45 / 기사수정 2017.01.10 10:24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에서는 [라디오:읽다] 코너를 통해 일상 속에서 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와주는 라디오 너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부친과 배성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조정식, '내가 조정식을 뽑았다'고 자랑하는 배성재.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나눈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조정식 아나운서가 평소 존경한다고 이야기 하는 인물은 그의 부친과 배성재 아나운서 밖에 없다. 조정식은 숱한 아나운서 선배들에게 신년인사를 보내지만, 매년 '존경한다'고 굳이 써서 보내는 이는 배성재밖에 없다고. 

조정식은 "아나운서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성재 선배가 그런 니즈 파악을 잘하시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닮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격도 성향도 다르기 때문에 성재 선배가 롤모델이라기 보다는 제가 안갖고 있는 장점을 많이 갖고 있어서 그런 면에서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심지어 배성재를 향한 '리스펙 송'도 발표했다. 실제 조정식에게 배성재는 너무나도 어려운 사람. 의외다. 그는 "성재 선배는 남자후배들에게 살갑게 해주는 편이 아니다"며 "나도 이상하게 김환 선배나 최기환 선배, 김일중 선배와 달리 성재 선배에겐 무서워서 못다가간다"고 털어놨다.

이어 "신입 때는 서운하기도 하고 약간의 반발심에서 '배성재'라는 곡을 만들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가 만든 곡은 현재 '배성재의 텐'에서 '배국가'로 불리며 가장 많이 울려퍼지는 곡이 됐지만, 처음 곡 탄생 당시에는 조정식이 마음을 졸였다.
 
조정식은 "성재 선배가 너무 싫어할 것 같았다. 파일을 문자로 보냈는데 반나절이 지나고나서야 '수고했다'고 왔다. 무미건조하게"라고 당시 마음을 고백했다. 조정식은 배성재에게 저녁을 함께 먹자고 이야기하며 자신이 만든 곡을 털어놓으려 했지만, 이를 몰랐던 배성재가 다른 선배들까지 부르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배성재는 조정식이 저렇게 걱정했는지는 몰랐다고 답했다. 조정식은 "이틀 지나니 화가 났다. 내용이 찬양가 아닌가. 내가 이렇게 마음을 졸여야 하나 싶었는데 내색은 못했다"고 덧붙였다. 

'후배' 조정식은 아나운서 선배인 그에게 자신의 방향성에 대해 꽤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어느덧 4,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뚜렷한 자신만의 방향성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 이에 배성재는 "다들 안나온다. 나는 나왔다. 드문 케이스"라고 선을 그었다. 배성재는 입사 이후 '스포츠'라는 명확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배성재는 조정식의 물음에 "지금 조정식은 잘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긍정적이다.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를 잘 살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어 "기존의 문법이 뭔지를 생각하기보다 정체성이 모호한 게 좋을 수도 있다. '배성재의 텐'도 정체를 규정하는 대신 '쿨 앤 힙'이라는 정신만 있다. 일단은 재밌는 걸로 가보자는 것"이라며 "외부에 나가서 다른 방송국 아나운서들 만나면 조정식을 많이 부러워한다. 멋있다고들 하더라. 자기들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고 외부에서는 그렇게 본다. 본인은 하고 싶은게 많은 거 같지만 지금 자체로도 다른 방송 여자 아나운서들이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이를 들은 조정식은 "다른 방송사의 여자 아나운서 후배들을 잘 챙겨주시고 그분들도 조언을 많이 구하고 싶어하더라. 나같은 떨거지는…"이라며 말끝을 흐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성재는 스스로를 '정통파 아나운서'라고 칭했다. 그는 "발성도 외모도 조정식처럼 현대적으로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아나운성의 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입사 당시 '아나테이너' 전성시대였음을 밝히며 "예능을 아나운서가 해야하는 게 외도였다가 당연시 했던 시대"라며 "나는 예능을 좋아하지도 않고 스포츠와 라디오 두 가지를 제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예능에서 자주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예전에는 그게 정상"이라며 "트렌드가 워낙 바뀌었지만, 긴 아나운서의 역사로 보면 정통파"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라디오와 스포츠를 병행하는 장점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이야기를 건넸다. 조정식은 "리우올림픽부터 중계를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라디오를 하고 소리 지르는 걸 안해봐서 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웠다. 성재 선배처럼 힘있는 목소리가 아니라 더 궁금했다"고 털어놨다. 배성재는 "소리만 지르는 쪽에 쏠리면 그러한 발성만 나오는데 라디오로 다시오면 원래 내가 말하는 방식이나 여유 이런 것이 생기는 것 같다"며 "스포츠는 텐션이 높이 올라가있는데 라디오는 텐션이 거의 없는 프로고 TV는 어중간한 텐션이 있다. 라디오같이 완전히 릴랙스된 것을 하고나면 양쪽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출연하는 '유희낙락'은 그동안 배성재가 해왔던 프로그램들과는 다소 다른 색깔이다. 그는 "예능은 내게 맞는 프로그램은 한다. 특이한 기획안은 하고 싶다"며 "'유희낙락은 게임이라는 분야가 생소했다. 게임에 호기심이 많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정식이 배성재를 '리스펙트'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조정식이 아나운서 시험에 임했을 당시 배성재도 면접관 중 한 명이었던 것. 조정식은 "남자는 뽑을 사람이 없었다고 하면서 개중에 조정식이라고 했다더라. 성재 선배가 내게 '너는 나를 고마워해야한다'고 하셨다"고 폭로했다.

배성재는 부인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사람이 있을 때도 있지만, 최종면접 합숙에 올라온 대학생들은 엇비슷하다"며 "박선영 아나운서 정도가 1차 당시부터 모든 심사위원들이 '일단 쟤는 뽑자'라고 했을 뿐이다. 여자들은 외모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남자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 시선이 장예원에게만 가고 다른 여자 후배들을 더 뽑고 싶었다. 남자들은 '어차피…'라고 생각했는데 조정식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재주도 많더라"며 "요즘 많이 자랑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예원을 뽑았다고 했는데 지금은 장예원과 조정식을 뽑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꽤 긴 인터뷰 시간 내내 두 사람은 티격태격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들은 주목받는 기사 제목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극적인 멘트라도 불사하듯 했지만, 이내 서로를 향한 꽤 훈훈한 격려와 존경 그리고 약간의 폭로로 마무리 지었다.
 
아침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속 쾌활한 '식디' 조정식은 실제로는 조금 더 진중했고, 모든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배거슨' 배성재는 듣던대로 친절하면서도 예측불허의 말들을 던졌다. 혹시 두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면 오전 5시, 혹은 오후 10시에 이들의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면 이들의 진면목을 더 확인할 수 있다. 배성재라는 선배가 있다는 것. 조정식이라는 후배가 있다는 것. 참 부러운 일이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박지영 기자 
[라디오:읽다] 배성재·조정식, 라디오로 말을 거는 남자들 (인터뷰①)
[라디오:읽다] 배성재·조정식,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플레이리스트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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