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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승리' 원종현, 155k로 쓴 '희망 드라마'

기사입력 2016.10.23 06:00 / 기사수정 2016.10.23 15:19

이종서기자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155km/h. 전광판에 새겨진 구속에 팬들은 열광했다.

원종현은 지난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2-0으로 앞선 8회말 1사에 팀의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이날 원종현은 1⅓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자들을 막았고, 홀드를 기록했다. 평범할 수도 있는 기록이지만, 원종현의 공 하나에는 누구보다 많은 사연이 담겨있었다.

▲ 2014년 가을 '첫 등장'

원종현은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LG에 입단했다. 강속구를 던지며 한껏 기대를 받았지만,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2008년 경찰청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지만, 2010년 결국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원종현은 2011년 말 신생팀 NC의 입단 테스트를 받아 새 출발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2014년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올라올 수 있었다. 데뷔 후 9년 만에 1군에서 공을 던진 그는 그해 73경기 나와 5승 3패 1세이브 11홀드를 기록했다.

원종현은 불펜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팀에 보탬이 됐다. NC도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면서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원종현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이름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가을의 축제'에 초대받았다.

원종현은 NC가 치렀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 모두 나섰다. 4경기 2⅔이닝 4실점 평균자책점 13.50으로 다소 성적은 아쉬웠지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최고 구속 155km/h를 기록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 2015년 가을 '포기는 없다'

1군에서의 첫 해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2015년 1월. 뜻밖의 소식이 날아왔다.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던 원종현이 어지럼증 등 몸에 이상을 느껴 조기 귀국했다는 것이다. 원종현은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고, 대장암 2기로 판명됐다.

곧바로 수술대에 오른 원종현은 이후 항암 치료에 들어갔다. 선수 생활 지속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힘겹게 꽃 피기 시작한 원종현의 야구 인생이 다시 저무는 듯했다.

2015년 가을. NC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두 번째 가을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전 불펜에서 한 남자가 뛰어나왔다. 팬들은 박수와 환호로 그를 맞았다.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것 같은 마운드에 원종현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투병 전보다 다소 야윈 모습이었지만, 원종현은 NC의 가을야구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공 한 개를 던진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시즌 내내 '155k'라는 문구를 모자에 새겨놓고 원종현의 복귀를 바라고 있던 동료들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았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원종현은 그 순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 2016년 가을 '돌아왔다'

원종현은 결국 돌아왔다. 2016년 5월 31일. 마산 두산전에서 9회말 마운드에 올라 오재원-민병헌-오재일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화려한 복귀. 공백이 무색하게 원종현은 54경기 나와 3승 3패 3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18로 팀의 필승조로 우뚝 섰다.

NC는 지난해에 이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쳤다.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 원종현은 경기 전 먼저 그라운드에 나섰다. 시포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시구자는 김해 내동중 1학년 위주빈 군. 위주빈 군은 지난 2013년 육종암(팔다리 뼈, 근육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 판정을 받고 공부와 야구를 접어야 했다. 그러나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로 이를 극복하고 다시 '야구 꿈나무'가 됐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던 위 군의 모습에 원종현은 시포로 나섰다. 원종현은 "힘든 걸 잘 이겨내고 하다보면 프로에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건강 잘 챙기고, 몸 따뜻하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위주빈 군을 향한 격려의 말을 남겼다.

뜻깊은 시포를 마친 뒤 다음날에는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2-0으로 앞선 8회말 1사에 호투를 펼친 선발 재크 스튜어트에 이어 원종현이 마운드에 넘겨 받았다.

155km/h. 지난해 시구에 그쳤던 것을 한풀이 하 듯 원종현은 2년 전 보여줬던 강속구를 그대로 보여줬고, 8회 남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삼진과 뜬공으로 채웠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지만, 안타 2개를 허용하면서 2사 1,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결국 원종현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이민호에게 넘겨줬다. 이민호는 오지환을 삼진 처리했고, 원종현은 홀드를 올렸다.

경기를 마친 뒤 원종현은 "(155km/h는) 예상하지 못했다. 시즌 때 힘이 조금 부쳐서,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고 게임을 이기기 위해 집중했다. 팬들이 환호해주신 만큼, 차분하게 경기를 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록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겨두며 완벽하게 가을야구 복귀전을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155km/h의 강속구와 함께 원종현이 써내려간 희망 드라마에 팬들은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종서기자 bellstop@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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