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0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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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손예진 "'덕혜옹주', 한 여자의 일생으로 다가갔죠"

기사입력 2016.08.22 15:05 / 기사수정 2016.08.22 14:59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손예진의 감성어린 연기가 관객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안겼다.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를 통해 첫 실존 인물 연기에 도전한 손예진은 굴곡졌던 덕혜옹주의 삶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또 하나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3일 개봉한 '덕혜옹주'는 21일까지 483만2568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꾸준한 사랑받고 있는 중이다.

'덕혜옹주'는 손예진에게 처음부터 여러모로 특별하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허진호 감독이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누가 덕혜옹주를 연기하게 될까' 궁금했고, 자신에게 시나리오가 왔을 때는 두 번 생각할 이유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여기에는 "시나리오 내용이 어떻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감독님과 잘 만들어 가면 당연히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손예진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허진호 감독과 손예진은 2005년 개봉한 영화 '외출'로 11년 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덕혜옹주' 개봉을 앞두고 마주 앉은 손예진은 "두 시간 안에 한 여자의 일생, 그리고 덕혜옹주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보여줘야 했죠. 신 자체들이 갖고 있는 느낌들이 워낙 큼직큼직해서 정말 어느 한 신을 꼽기 힘들 정도로 모든 신이 정말 중요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영화 속에서 어린 시절의 덕혜옹주는 아역 신린아와 김소현이 연기했다. 성인이 된 덕혜옹주, 손예진의 모습은 영화가 시작 된 후 15분여가 지나야 만나볼 수 있다. 손예진도 언론시사회 당시 '덕혜옹주'의 완성본을 봤던 경험을 떠올리며 "(보통 시사회에서는 내가 어떻게 연기했나를 눈여겨보게 되는데) 제 모습이 늦게 나오니까, 초반에 아역들이 연기한 부분에서는 정말 몰입해서 (객관적으로) 보게 되더라"고 얘기했다.

덕혜옹주의 삶은 굴곡짐 그 자체였다. 고종이 사망하고 13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난 이후 일본인 소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후에도 여전히 고국을 그리워하지만 허락되지 않는 입국에 결국 조현병까지 앓게 된다. 50살이 된 1962년에서야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되는 일생의 모습을 손예진은 노역 분장까지 마다않으며 실감나게 그려냈다.

손예진은 해방 후에도 입국을 거부당한 뒤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분)와 마주쳤던 장면을 떠올리며 "옆에는 딸 정혜가 있고, 이제 정말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하나의 희망만 갖고 있는데 입국을 거부당하죠.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심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쓰러져 있는데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한택수의 얼굴을 보게 되죠. 한택수가 '광복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고 했을 때, 그 순간은 정말 사람이 미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심하게 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한택수를 보고나서 몸은 덜덜덜 떨리고, 정혜를 신경 쓸 겨를은 없죠. 덕혜가 바닥에 누워 헛웃음을 지을 때 정혜가 '엄마, 엄마' 하다가 어느 순간 멀어지게 되는데, 그게 정말 슬프더라고요"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덕혜옹주의 귀국 장면도 함께 언급했다. 손예진은 "(복순 역을 연기한) 라미란 언니도 그 장면을 찍으면서는 하루 종일 울더라고요. '왜 이렇게 우냐'고 물었더니 덕혜옹주가 그렇게 걸어 나오는 게 그냥 슬펐대요. 그 내용만으로도 (라)미란 언니도 그렇고 조연, 보조출연자 분들까지 많이 우셔서 정말 눈물바다가 됐었죠. 사진 속 덕혜옹주의 모습도 많이 생각했고, 그렇게 계속 고민했던 모습들이 화면에 나타난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를 이었다.

손예진은 '한 여자'로의 덕혜옹주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고 전하며 "덕혜옹주가 '대의를 위해서 무슨 일을 했냐, 독립운동을 했느냐'라는 지점으로 생각해보면 대단한 위인들만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우리 의지대로 되지 않는 지점이 많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덕혜옹주에게) 연민이 더 크게 느껴진 게 사실이예요"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만약 덕혜가 독립운동을 했다면 더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한, 수동적일 수밖에 없고 또 그것이 너무나 비극적이었던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했어요. 사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타이틀을 갖고 임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한 여자로 생각했죠. 그 여자로서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봤을 때 '이렇게 비극적인 삶을 어떻게 살았을까, 나라면 더 미쳤을 것 같다' 그런 마음, 엄마와 딸을 생각하는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덕혜옹주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로 전해지는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라는 글을 떠올린 손예진은 "그 글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잖아요. 그런 지점을 생각했을 때 최대한 '인간' 덕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덕혜가 있고,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덕혜의 지점에 대해 감독님과 함께 고민했죠"라며 덕혜옹주에 빠졌던 시간들을 회상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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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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