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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포르투갈, 경기력보다 중한 것은 '골'이다

기사입력 2016.06.19 09:39 / 기사수정 2016.06.19 09:39

신태성 기자


[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볼 점유율 62.5%, 패스 성공률 87.5%, 슈팅 25개, 코너킥 10.5개.
 
2차전까지 진행된 유로2016에서 포르투갈의 경기당 평균 기록이다. 언급된 숫자로만 봐서는 강팀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기록한 골은 단 하나, 얻은 승점은 2점에 불과하다.
 
포르투갈은 이전 대회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레전드’ 루이스 피구의 은퇴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만 의지했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호날두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물오른 기량을 뽐내는 루이스 나니와 한층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고 있는 주앙 무티뉴, 최근 폼이 살아난 히카르두 콰레스마 등의 활약 덕분이다.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마땅한 선수가 없다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니와 호날두를 투톱으로 기용한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의 결단은 좋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를 지배하고도 득점이 나오지 않아 승점 확보가 어려운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럴 때는 당연히 ‘에이스’ 호날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게 된다. 2015~2016시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48경기 51득점을 올렸던 호날두에게 필요한 순간 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이번 유로2016 조별 예선에서도 5골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한 호날두다. 다음 순위가 단 2골에 그친 무티뉴일 정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에서도 호날두에게 ‘해결사’ 역할을 바랄 수밖에 없다.
 
허나 호날두의 이번 대회 기록은 20번의 슈팅 중 유효슈팅 3회, 페널티킥 실축을 포함한 무득점이다. 최근 자신이 찍은 광고 속 이야기처럼 ‘누군가와 몸이 바뀐 것이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저 농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포르투갈의 '골 가뭄'을 호날두의 부진으로만 돌리기에는 다른 선수들의 실력을 폄하하는 셈이 된다. 각자 소속팀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지만 이상하리만큼 득점에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득점력 빈곤을 겪고 있는 다른 이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세밀한 플레이가 되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1, 2차전을 보면 선수들이 공을 가지고 ‘득점권’인 페널티박스 안에 있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페널티라인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2대1 패스를 종종 시도하지만 측면이 아니면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자연스레 득점 기회를 창출하는 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다음으로 중거리 슈팅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절대적인 슈팅 숫자는 많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중거리 슈팅인 탓에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방어하기 쉽다. 이는 첫 번째 이유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페널티박스 안쪽을 공략하기가 어렵다보니 어떻게든 골을 넣겠다는 생각으로 먼 거리에서도 슈팅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스페인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더 극명히 나타난다. 스페인이 터키와의 2차전에서 기록한 슈팅 수는 총 18개, 이 중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이뤄진 것은 7개로 전체 슈팅의 약 39%다. 반면 포르투갈이 두 경기에서 기록한 중거리 슈팅의 비중은 각각 59%와 52%로 절반이 넘는다. 1차전에서 27개 슈팅 중 16개를, 2차전에서 23개 슈팅 중 12개를 중거리 슈팅으로 소비했기에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수치는 스페인의 3-0 승리와 포르투갈의 무승부를 낳았다.
 
이어 항상 지적받는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부재 문제다. 호날두를 최전방에 두는 것은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선호하지 않는 방법이다. 상대 수비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빠르게 침투하거나 공을 받으려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호날두의 능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최전방은 적합하지 않다. 이번 경기에서는 나니가 호날두와 번갈아가며 공격수 역할을 수행했지만 효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유일한 스트라이커 자원인 에데르가 영 못 미덥기에 ‘최악 보다는 차악’을 선택했던 산투스 감독이지만 고민은 여전한 듯하다.
 
이와 더불어 호날두의 뒤를 받쳐주는 조력자의 공격력도 아쉽다. 나이가 들면서 직접 공을 운반하기보다는 배급받는 입장에 최적화된 호날두다. 소속팀에 마르셀루라는 최고의 파트너가 존재하지만 포르투갈의 하파엘 게레이루에게 그런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는 콰레스마가 양쪽 측면을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콰레스마가 교체되자 다시 포르투갈의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안드레 고메스와 주앙 마리우의 공격력은 적어도 대표팀에서는 아직까지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르투갈에는 어느 정도 도박이 필요해 보인다. 양 측면 미드필더 중 한 명을 고메스, 혹은 마리우로 기용하며 균형을 맞추기보다는 오히려 확실한 화력 지원이 나을 수도 있다. 특히 다음 상대가 전력상 열세로 평가받는 헝가리이기에 더욱 그렇다. 헝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오스트리아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포르투갈에 비해 한 수 아래 전력임에는 변함이 없다. 콰레스마와 함께 헤나투 산체스를 기용해 호날두와 나니를 지원해주는 전략을 사용함직도 하다. 침체된 팀 분위기에 ‘떠오르는 신성’이 활력을 불어넣어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산투스 감독은 이번 경기를 마치고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록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는 인터뷰를 남겼다. 스스로도 이런 대회에서 경기력보다는 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산투스 감독이다. 현재 포르투갈은 승점 2점으로 조 3위에 머물러있다. 만에 하나 3차전에서 패하게 된다면 다른 경기의 결과에 따라 조별 리그 탈락도 가능하다. 비교적 약체들로 편성됐다는 조별 리그에서 이대로 탈락하게 된다면 자존심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경기에서 포르투갈이 만들어낼 결과가 중요한 이유다.

vgb0306@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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