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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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정우성이 말하는 배우와 제작자 (인터뷰)

기사입력 2016.01.27 18:20 / 기사수정 2016.01.27 20:59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로 오랜만에 멜로 옷을 입고 관객의 품으로 돌아왔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석원(정우성 분)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이 만나 지워진 기억보다 소중한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특히 이번 작품은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윤정 감독과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스크립터와 배우로 인연을 맺었고, 정우성이 이 감독을 위해 기꺼이 주연 및 제작자로 나선 사연이 전해지며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정우성은 주위의 다양한 반응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후배와 같이 작업했기에,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문을 연 정우성은 "관객에게도 나쁘지 않은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관객 분들에게 '내가 이 영화를 제작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 것들이 영화를 보는 관객 분들에게는 다른 생각이 개입되게 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최대한 배제하고 싶었다"고 조심스러웠던 사연을 덧붙였다.

지난 해 '마담 뺑덕'과 '신의 한 수' 등 주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관객을 만났던 정우성이 멜로로 돌아왔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앞선 제작보고회에서도 오랜만의 멜로 컴백에 "대중이 이렇게 기다려주시는지 몰랐다. 요즘은 10대 팬도 많아져서 그 친구들도 (영화를) 봐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정우성은 "거친 역할이나 멜로 모두 좋다. 멜로는 배우로, 또 남자배우로서 늘 기다려지는 장르이지 않나. 이번 '나를 잊지 말아요'는 진영이의 영화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김하늘 씨에게 딱 맞는 옷으로 맞춰졌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우성은 '나를 잊지 말아요'가 "사랑의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떤 남녀가 만나서 서로에 대해 지쳐가고, 또 서로에게서 핑계를 대는 그런 과정이 담겨 있지 않나.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 용기 있게 직시할 수 있는 사랑에 대한 감정, 책임과 용기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순간을 각자의 기억으로 퍼즐 맞추듯이 만들어나가는, 전형적인 멜로의 구성 스토리나 전개가 아닌 작품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신선한 재미로 자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을 더했다.

영화 개봉 전에는 '나를 잊지 말아요'가 정우성이 2004년 출연했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비슷한 장르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도 정우성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같은 성향이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만약 후배가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같은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면 다른 배우랑 하는 게 맞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기억'이라는 코드가 공통적으로 있지만, '나를 잊지 말아요'는 그것보다 더 현실적인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 사랑뿐만이 아닌, 같이 책임지고 버텨내야 하는 공동의 감정들을 많이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배우와 제작자로 나선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정우성을 감성과 이성의 경계에서 중심을 잡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정우성은 "배우는 감성적인 직업이지 않나.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일이다. 작업 과정은 굉장히 냉철해야 한다. 이성적인 판단에서 풍부한 감성을 넣어야지, 내 감정에 휘말려서 내 감정대로 한다면 엉뚱한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배우와 감독, 프로듀서, 제작자 들은 감성을 가지면서도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된다. 프로듀서와 제작자가 중요한 것은 그만큼 풍부한 감성을 투영하고자 하는 감독을 이성적으로 제어해줘야 하는 역할이지 않겠냐"고 힘주어 얘기했다.



여전히 모든 장르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과 존재감. 언론시사회 등 공식석상이나 팬들과 함께 하는 토크 현장에서도 "'정우성이 잘 생겼다'는 것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니 그만 말해도 된다"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만큼 이제는 여유까지 더해내고 있는 그다.

정우성은 "나이가 결국 경력이지 않나"라고 웃으며 "관객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말을 해야 될 지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소통해야 되는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저 같은 경우는 '스타'라는 수식어로 대중에게 늘 노출될 수밖에 없었는데, 어릴 때는 그게 부담되고 싫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찾게 된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존재감, 그리고 배우와 제작자로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오가며 균형을 잡아가는 정우성의 여유와 힘이 다시 한 번 느껴지는 순간이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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