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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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CJ 엔투스 박정석 감독-장누리 코치, 명가 부활의 시작을 알리다

기사입력 2015.12.22 00:01 / 기사수정 2015.12.22 00:01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지스타 2015가 막 끝난 11월 중순, CJ 엔투스에서 기존 코치진과 모두 계약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 후로 약 보름 간 CJ 엔투스의 신임 사령탑은 베일에 쌓인 채 공개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보름 후인 12월 1일, CJ 엔투스는 신임 감독을 발표했고 이 소식을 접한 많은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CJ 엔투스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나진 e엠파이어의 박정석 감독과 코치로 전향한 장누리 코치가 사령탑에 선임된 것.

그야말로 물과 불을 섞은 듯한 느낌이었지만,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만 남은 상태에서 CJ 엔투스는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팀이 되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정석 감독과 장누리 코치는 현재 진행 중인 선수 테스트에 여념이 없었다.
 
다음 시즌 CJ 엔투스를 맡게 되었다. 부임이 결정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박정석 감독: CJ 엔투스는 역사가 긴 명문 게임단이다. 나진 시절 CJ 엔투스는 라이벌 팀이었는데, 막상 내가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니 기분이 묘했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더라.
 
장누리 코치: 나진과 CJ 엔투스는 예전부터 '롤 클라시코'라고 불릴 정도로 라이벌 구도인 팀이었다. 나진 선수였던 내가  CJ 엔투스 코치로 옮기게 되니 주위에서 모두 놀라더라. 사실 내게 중요한 건 어느 팀에서 뛰느냐가 아니라 선수 생활을 끝내고 코치가 됐다는 거다. 선수 생활은 오래 했지만 코치 생활은 처음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팀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시즌을 끝내고 나진에서 CJ 엔투스로 어떻게 옮기게 됐나?
 
박정석 감독: 리그 일정이 끝나고 계약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나진에서 '이번 시즌을 끝으로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알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CJ 엔투스에서 감독직을 제의했다. 나진과는 더이상 계약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했기에 CJ 엔투스와 감독직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CJ 엔투스 감독직을 맡는다는 게 부담됐다. 워낙 역사도 길고 팬도 많아서 내가 기대만큼 팀을 잘 이끌 수 있을까 걱정됐다. 그리고 팀의 주전 중 반이 나갔지만 '샤이' 박상면이나 '매드라이프' 홍민기라는 좋은 선수가 있었고, 이 선수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 막상 감독직을 승낙하겠다고 결심하고 주위에 이야기했더니 다들 격려해주시더라.
 
장누리 코치: 나진에서 데뷔 후 3년 정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갔다. 3년 동안 내 모든 생활을 용산에 있는 숙소와 연습실에서 보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익숙한 환경에서 나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환경을 바꿔서라도 자신에게 채찍질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고, 그래서 택한 길이 코치였다. 하지만 나진에는 이미 김대웅, 채우철 코치가 있었다.
 
시즌 종료 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 박정석 감독님이 CJ 엔투스로 옮기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께 코치직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볼까 고민하던 중 감독님이 먼저 같이 CJ 엔투스 코치진으로 일해보자고 제의를 주셨다. 제의를 주신 감독님에게 감사했지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간에 너무 촉박했고, 감독님을 믿고 같이 CJ 엔투스로 옮기게 됐다.
 
3년 동안 감독님과 일하며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쌓이기도 했고,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와 같은 팀으로 활동해보고 싶기도 했다.


 
먼저 2015 시즌 나진과  성적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박정석 감독: 이번 시즌 나진은 스프링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섬머 시즌에서는 포스트 시즌에 겨우 진출했다. 좋은 선수와 지원을 받고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많이 반성한 시즌이었다.
 
그렇다면 CJ 엔투스의 2015 시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장누리 코치: 2015년 CJ 엔투스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롤드컵 진출전에도 출전했고, 케스파 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만 팬들이 바라는 CJ 엔투스다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박정석 감독: 매해 롤드컵에 가는 팀은 두 팀, 혹은 세 팀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롤드컵에 진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팀이든 피나는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CJ 엔투스는 스프링 시즌과 섬머 시즌 모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아주부 프로스트 시절 이후, 그러니까 CJ 엔투스 이후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했고, 이러한 부분에서 팬들이 아쉬움을 남긴 게 아닐까 생각한다.
 
박정석 감독과 영입하며 CJ 엔투스에서 어떤 요청을 했는지.
 
박정석 감독: CJ 엔투스 사무국에서는 너무 성적에 대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감독으로 신경을 끊고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다. 나 스스로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리고 CJ 엔투스 사무국에서는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부분에서 내게 감독직을 제의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이야기고 이제 농담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막눈' (윤)하운이는 나진 시절 나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기 관리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나중에는 나와 면담하는 게 두려워서 자기 관리를 하려 하더라(웃음). 프로 선수들이지만 나이라거나 지금까지 환경 때문에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었다. 선수들이 연습에 몰두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도와주고 잡아주는 게 감독과 코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현재 CJ 엔투스의 상황, 그리고 진행 중인 선수 선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박정석 감독: CJ 엔투스로 부임하며 '앰비션' 강찬용과 '코코' 신진영, 그리고 '스페이스' 선호산이 팀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존 선수가 있었다면 새로운 선수를 찾아야 하는 부담은 적었을 것이다. 하지만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만 남은 상황에서 선수들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단 협회에서 진행한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다. 솔로 랭크 관전은 물론 연습 경기도 진행했고, 프로 팀과의 연습 경기도 진행했다. 일단 길게 보려고 생각 중이다. 한 해 농사를 짓는 데 있어 밭을 일구는 과정이 중요하다. 일단 내년 시즌 풍년일지 흉년일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밭을 일구는 작업이 잘 되어야 작물이 잘 자란다고 생각한다.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을 밭을 일구는 일이라 생각한다. 바쁜 시기지만 선수 선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장누리 코치: 아마추어 선수는 솔로 랭크 게임을 위주로 연습하다 보니 조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반면 선수의 개인 기량은 뛰어나다. 경험 많은 기존 선수와 잘 어울리면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일 수 있는 선수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리빌딩으로 계속 같이 가는 선수들도 있고, 새로 팀에 합류하는 선수도 있다. 이번에 선발한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싶다. 기존의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동기 부여를,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프로게이머로 목표를 제시해주고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게 내 꿈이자 목표다.
 
CJ 엔투스에 남은 '샤이' 박상면과 '매드라이프' 홍민기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박정석 감독: CJ 엔투스에 부임해서 두 선수와 아직 많이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못했다.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올스타전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됐지만, 시차에 적응하는 대로 대화를 나눠볼 생각이다. 그리고 '샤이' 박상면과는 이야기를 나눴다. 내년 시즌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새로 들어오는 선수든 박상면이든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잘 하는 선수를 우선 기용하고, 나머지 선수는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상면이도 이야기를 듣더니 본인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민기한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우리 팀의 최고 스타는 팀 자체다. 고참 선수와 신입 선수가 새로운 CJ 엔투스를 만들어 나가면서 팀이 스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장누리 코치: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아직도 최상위 급 서포터고, '샤이' 박상면은 탑 라이너 중 팀플레이에 가장 능한 선수다. 판을 크게 읽고 다른 선수들을 이끄는 데 누구보다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기존 선수들과 새 선수들이 경쟁하겠지만, 목표는 협력을 통해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다른 팀 역시 전력 보강에 나섰다. 그중 '듀크' 이호성을 영입한 SK텔레콤 T1은 어떻게 보는지.
 
박정석 감독: SK텔레콤 T1은 여전히 강하다. 그리고 '듀크' 이호성은 롤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유난히 프로 의식이 강한 선수다. 아마 스타크래프트 연습생 출신이라 그런 거로 생각한다. 그리고 욕심도 많다. 호성이는 언제나 한 명 이상의 몫을 해낼 선수고, '듀크' 이호성이 합류한 SK텔레콤 T1은 여전히 강할 거라 생각한다.
 
장누리 코치: 나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다. '마린' 장경환과 '이지훈' 이지훈이 중국으로 건너갔지만 '듀크' 이호성의 합류로 전력 누수가 없다. 내년 시즌에도 SK텔레콤 T1가 강팀으로 남지 않을까.
 
'플라이' 송용준과 '이그나' 이동근이 합류한 kt 롤스터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정석 감독: '플라이' 송용준은 작년 중국에서 활동한지라 경기를 많이 보지 못했다. '이그나' 이동근은 예전부터 많이 보였고, 잘하는 선수라 생각한다. 하지만 '피카부' 이종범과 비교한다면 경험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 생각한다. 이 부분만 잘 해결되면 kt 롤스터 역시 좋은 성적을 낼 거로 보인다.
 
장누리 코치: 작년 주축 선수들이 남아있다는 부분도 kt 롤스터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플라이' 송용준과 '이그나' 이동근이 들어왔지만 팀 컬러는 작년과 비슷할 거 같다.
 
2015 시즌 나진에서 활동한 '퓨어' 김진선이 입단한 롱주  IM은 어떻게 보는지.
 
박정석 감독: '퓨어' 김진선도 좋은 선수다. 롱주에는 올해 '코코' 신진영과 '체이서' 이상현 등 좋은 선수가 많이 입단했다. 롱주를 보며 내년 시즌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느 팀이 부진할지 모르고, 또 어느 팀이 갑자기 드라마틱한 모습을 보일지 알 수 없다. 케스파 컵에서 ESC 에버가 우승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장누리 코치: '체이서' 이상현 선수의 솔로 랭크 게임을 자주 관전하는데 정말 잘하더라. 운영이 좋은 선수고, 리신도 정말 잘한다. 이번에 입단한 '퓨어' 김진선도 교전 피지컬이 좋은 선수다. 별 이변이 없다면 롱주는 LCK 상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CJ 엔투스 소속이던 '앰비션' 강찬용이 입단한 삼성 갤럭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거 같나.
 
박정석 감독: 삼성은 '앰비션' 효과를 톡톡히 볼 거 같다. 연습 경기에서 정말 영리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상대의 수를 모두 읽어내고 킬을 만든다. 그리고 삼성 갤럭시에 부족했던 '경험'을 채워줄 맏형 역할을 잘해낼 거 같다. '큐베' 이성진과 '크라운' 이민호의 경기력도 올랐다. 전체적으로 이번 시즌은 이름값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즌이 아니다. 예전 아주부 프로스트가 한창 이름을 날렸을 시기의 아주부 프로스트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최정상급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팀 워크로 기량을 모두 커버한다. 얼마나 합을 잘 맞추느냐가 이번 시즌의 분수령이 될 거로 본다.
 
장누리 코치: 내가 보기에 '앰비션' 강찬용은 최상위 정글러 선수들과 같은 실력이라 본다. 이번 연습 경기에서 느꼈지만, 시야 장악을 통해 상대 정글러가 숨조차 쉴 쉬 없도록 만든다. 삼성의 다른 선수들도 빠지는 부분이 없다. 이번 시즌 전체적인 LCK 수준이 올라갈 거로 예상한다.
 
해외 팀으로 떠나는 선수도 많지만, 한국은 솔로 랭크 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이 높다. 에이스급 선수들이 나갔지만, 남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여전히 LCK의 수준이 떨어질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보다 더 수준이 올라가지 않을까.


 
이번 시즌 CJ 엔투스에 새로 합류할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박정석 감독: 외부에서 바라보는 내 모습과 내부에서 보는 내 모습이 많이 다를 거다. 나를 처음 겪는 선수들은 내가 권위주의에 무서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인 예의만 지킨다면 무서운 감독은 아니다(웃음). 다만, 성적에 대한 선수들의 욕심이 내 욕심보다 더 컸으면 좋겠다. 선수 본인이 성적에 대한 욕심이 있고, 성과를 내기 위한 절실한 마음이 있어야 서로 끈끈한 관계 속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내가 할 일은 얼마 없지 않을까. 이러한 부분에서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
 
장누리 코치: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보면서, 그리고 아주부 시절 블레이즈와 프로스트의 결승전을 보면서 '내가 저 자리에 서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롤드컵도 가게 되고 우승도 하게 되더라.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도 나처럼 목표를 가지고 노력을 하면 높게만 생각되는 롤드컵의 벽도 넘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며 CJ 엔투스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박정석 감독: 2016 시즌의 목표는 스프링 시즌에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 섬머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 CJ 엔투스를 만들도록 하겠다. 새로 감독과 코치가 오면서 많은 팬이 걱정하셨을 거 같다. 하지만 목표를 위해 많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낯설기도, 생소하기도 하지만 잘 내서 좋은 성과를 내면 팬들도 안심하실 거라 생각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장누리 코치: 코치 일을 하는 게 처음이라 부족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런 모습을 보시고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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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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