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04:12
스포츠

잊지 말자, 한국 축구 '토너먼트는 체력이다'

기사입력 2015.10.22 15:28 / 기사수정 2015.10.22 15:32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2015년 끝자락으로 가는 사이 뒤돌아 보면 한국 축구의 활약상이 놀랍다. 어느 연령 가릴 것 없이 대표팀들이 좋은 성과를 내며 순항하고 있다. 올해에는 굵직한 대회들도 있었는데 성적표가 만족스러웠다. 성인 대표팀은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고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어린 태극전사들은 자신들의 굵직한 발자국을 그라운드에 남기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가 있었다. 바로 체력이었다. 과거 한국 축구의 강점 중 하나였던 체력을 우리는 그동안 조금은 등한시했다. 전술과 기술에 집중하며 유럽식 축구를 뒤쫓는 데만 연연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우리는 예전의 교훈을 다시 되살리고 있다. 이제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한국에게 토너먼트를 돌파할 원동력은 역시 체력이다.



대회 중 체력과 기본기에 집중하는 슈틸리케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 한국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토너먼트에서의 성과였다. 1월에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준우승을 일궈냈고 8월 동아시안컵에서는 난적인 중국과 일본, 북한을 누르고 챔피언이 됐다.

달라진 배경과 비밀은 훈련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슈틸리케호의 훈련을 찾아가보면 눈길을 끄는 점이 하나 있는 것이 체력과 기본기에 집중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토너먼트 대회 기간 중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실험의 무대로 다르게 접근하는 A매치 평가전은 확실히 선수 구성과 전술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하지만 대회 중에는 다르다. 8월 동아시안컵을 준비하던 슈틸리케호는 훈련 때마다 체력과 기본기에 집중했다. 최소 3경기 이상, 270분 이상을 문제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먼저 기르고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는 데 실수가 없도록 패스 등 기본기만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술 훈련은 중국으로 넘어가기 전인 7월 중 파주에서 딱 한두번만 진행했다. 이 때 선수들을 모아두고 직접 슈틸리케 감독이 장황하게 전술과 움직임에 대해 설명한 것도 대회 중에는 세세하게 설명해줄 여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랬던 것으로 보였다.

동아시안컵 뿐만은 아니다. 1월 호주 아시안컵 기간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전술을 다듬기 보다는 체력과 실전감각, 컨디션 등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아직 사령탑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고 체력에 집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완성된 축구를 경기마다 보여주기 어려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대신 많이 뛰고 끝까지 승리하기 위해 뛰는 정신력도 체력과 함께 길러진 태극전사들은 준우승까지 일뤄내는 성과를 올렸다.




2002년 월드컵의 교훈, 다시 등장했다

체력이 토너먼트에 중요하다는 점은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3년 전의 교훈을 다시 떠올리게 한 장면들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썼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정상급까지 끌어올리며 많이 뛰고 상대를 압박하는 축구로 기적 같은 일을 연출했다.

이러한 발자취에도 한국 축구는 잠시 체력의 중요성을 접어뒀다. 세계 축구계가 전술의 급격한 변화를 보일 때 이를 쫓아 기술력을 강조했고 상대적으로 체력에 들이던 노력을 조금은 줄였다. 과거 열심히만 뛰지 말고 생각하면서 뛰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지나오면서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칭호는 빛을 잃어갔고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잠시 잊혀졌던 체력에 대한 중요성은 연령별 대표팀이 최근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이하 대표팀이 칠레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원동력도 역시 체력이었다. 세계 대회에서 90분을 끊임없이 뛰기 위해 선수들과 코칭 스텝들은 지옥 같은 체력훈련을 하면서 대회를 준비했다. 이러한 관계로 대회 전 국내에서 열린 수원컨티넨탈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몸놀림이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완벽한 축구를 보여주기가 어려웠다.

훈련의 성과는 실전에서 드러나고 있다. 세계 최강 브라질을 꺾은 데 이어 기니를 잡고 일찌감치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두 경기 모두 후반 중후반에 결승골이 터졌고 끝까지 무실점을 지킨 수비력은 공들인 체력 훈련이 만들어낸 성과들이었다.

또한 체력에 집중한다고 해서 기술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지금의 최진철호의 세대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이 밑바탕에 깔린 선수들이다. 유럽의 선진화된 훈련 체계를 받은 해외파 선수들부터 K리그에 정착된 유스 시스템을 통해서 축구에 대한 이해와 기술을 어릴 때부터 익히면서 기본적으로 영리한 축구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회 전에는 어떠한 전술 만들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방향을 두면서 놀라운 성과를 내놓고 있다. 2015년 동안 이뤄낸 한국 축구의 성과의 배경에는 체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이 세계 강호들을 잡는 최고의 무기는 체력이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17세이하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최진철 ⓒ 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