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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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범수·'사업가' 이범수, 그리고 '인간' 이범수 [인터뷰]

기사입력 2015.09.17 12:10 / 기사수정 2015.09.17 12:10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일기장에 일기를 써요. 이전엔 배우 이범수에 대해 썼다면 이제는 새로운 2라운드를 쓰고 있습니다."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때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쉬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전한다. 때로는 "내 생각은 그렇지는 않아요"라면서 반문을 한다. 배우로 27년째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이제는 사업가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 변한 이범수(45)의 이야기다.
 
JTBC '라스트'에서 서울역의 검은 배후인 곽흥삼으로 처절한 악역을 펼친 이범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연기력 甲' 중 한 명이다. 작품을 마무리 해 가는 단계에서 그를 만나 그 동안 하지 못한 작품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스트'가 끝나 갑니다. 후회는 없었나요?.
 
정말 후회 없어요. 축구로 따지면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전력과 전술, 그리고 실력 발휘는 다 했습니다. 후회는 없어요.
 
-곽흥삼은 악역입니다. 그런데 그를 단순한 '악'으로 볼 수는 없었어요.
 
맞습니다. 복잡한 인물이죠. 잘 짜여진 설계도에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악'이지만 배경이 있는 악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런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해서 연기를 펼쳤습니다.
 
-요즘 악역에 달인이 된 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더 지독한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가끔은 배우로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자신의 예술세계를 가지고 그것을 구현하는게 배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중들은 그 배우에게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저의 경우 코믹과 멜로 그리고 요즘엔 악역을 하고 있지만 저에게 바라는 것들이 대중들은 분명 다릅니다. 단순히 '아티스트'로 배우를 접근하긴 힘들다 생각해요. 혼자 아트를 하고 있다가 대중들이 멀어진다면. 그 자리마저 없어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배우 이범수는 예나 지금이나 인지도 있는 배우 아니던가요?
 
음. 만족을 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꾸준히 작품을 하는 30명의 배우 정도에 들어서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들은 뒤로 빠지고 활동을 그만하고 새로운 친구들이 그 자리에 들어오고 있죠. 저는 5위 안에 한번 들어봐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웃음)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시는 것 아닌가요?
 
사리사욕이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남자로 어느 한 분야에 있어서 '꾼'이 되고 싶은 거죠. 나이를 먹어갈 수록 좀더 숙성된다 생각해요. 시각도 넓어지고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연기 하나에만 국한됐다면 많이 넓어졌다 생각해요.
 
-교단에 서는 것(이범수는 모 대학의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과 기획사를 운영하는 것들이 그런 반증인가요?
 
연기를 하면서 교수를 하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영화인'이라 생각을 해요. 제작을 하고 연출하고, 투자를 하는 것과 후배를 양성하는 모두가 영화인의 일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가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재미'라고 표현하시는데 욕심 맞으신 것 같습니다.
 
(웃음) 그렇게 되나요? 사실 사업가(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를 운영 중이다)는 또 다른 도전 입니다. 제가 일기를 쓰는데, 이전엔 배우 이범수에 대해 썼다면 이제는 새로운 2라운드를 쓰고 있습니다. 일단 소속사는 배우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를 위해서 기획하고 투자하고 싶어요. 대표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배우를 이용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성공을)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혓바닥은 대보고 싶습니다.

-최근에 후배 배우가 롤모델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 이시언씨 얘긴가요? 기분좋고 감사한 일입니다. 언젠가 꼭 한번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전하고 싶네요. 배우로서 좋은 자질을 가진 후배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응원하겠습니다. 언젠가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니 작품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보길 바랍니다. 
 
-'인간' 이범수의 삶은 어떤가요?
 
괜찮습니다. 만족스러워요. 사실 저는 '스타'를 꿈꿔본 적이 없어요. 배우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부터 금메달 따는게 꿈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점점 일이 커진 거죠. 단역에서 조연을 할 때도 주연을 꿈꾼 적이 없었어요. 다만 저는 '작은 배역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접받는 배역'은 존재하는 거죠. 그래서 대접받는 배역이 되보고 싶은 욕심 정도였죠.
 
-앞으로의 이범수는 어떨 것 같습니까?
 
배우로 더 활동하고 싶어요. 흥행 성패를 떠나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요? 이 얘기 왜 안 물어 보나 했어요. 행복합니다. 애들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웃음) 아 커피요. 저에게는 여유 입니다. 전 얼음이 들어간 찬 커피를 마시지 않아요.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닌 여유를 마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이범수는 1시간 좀 넘는 인터뷰 시간 동안 수 없이 고뇌하고 되물었다. 혹여 자신의 의견이 오해가 있을 까봐 되묻는 꼼꼼함 까지 보였다. 다만 배우로 자신을 돌아보는 이범수, 그리고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단번에 말하는 이범수는 달인에게서 볼 수 있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다. 배우 이범수의 인생 2막을 기대해 본다.
 
fender@xportsnews.com 사진 =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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