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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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社, 돈 벌 방법이 없다 [김경민의 정정당당]

기사입력 2015.09.01 16:59 / 기사수정 2015.09.01 17:00

김경민 기자

▲한국 가요계에 '제2의 서태지'는 나올 수 있을까?

SM, YG, JYP, FNC 등 대형 상장사들만 수입을 올리는 현실.
시들해진 한류 열풍에 투자자도 등돌린 엔터社 위기론.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요즘 대한민국 연예 기획사들은 그야말로 제2의 중흥기를 마주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SM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HQ, 팬텀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시작된 1세대 엔터 상장사 붐은 잠시 주춤하다 2010년 이후 K-POP 열풍에 힘입어 가요 기획사 위주로 새로운 붐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SM과 함께 3대 기획사로 불리는 YG, JYP를 비롯해 신흥강자로 올라서고 있는 FNC, 큐브 등이 있었다. 이들 기획사들은 양적, 질적으로 몸집을 불리면서 연예계의 '큰손'으로 올라서고 있다. 수백억을 넘는 매출 규모도 1세대 상장사들과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반대로 한쪽에서는 소속 가수의 음반은 물론, 유지조차 하지 못하는 기획사들이 폐업을 잇고 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요즘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 얘기로 불리듯,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한방'을 노리고 수 많은 중소규모 기획자들이 시장에 난립했었다. 가수와 매니저 만으로 구성된 소규모 회사도 먹고 살 방법이 있었고, '히트곡' 한방을 배출하면 연간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요즘 신인 가수들을 보면 여느 대기업의 제품 론칭 과정과 비교해서도 부족함이 없다.
 
과거에는 좋은 곡을 수집해서 녹음을 하고 방송과 언론사에 홍보를 해서 가수를 선을 보이면 됐다. 반면 요즘은 기존 과정에 온라인 및 오프라인 마케팅, 팬 홍보에 음원 유통사에 제공할 홍보 콘텐츠를 비롯해 각 포털 사이트용 콘텐츠까지 제작해야 한다. 전방위적으로 치밀하게 기획된 마케팅을 통해서 가수를 론칭하고 이마저도 성공이라는 보장이 없다.
 
방법론 뿐만이 아니다. 제작비의 규모에서도 이전과는 그 단위가 달라졌다. 수년 전에는 1억원 내에서 뮤직비디오 부터 음반 제작까지 가능했다.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싱글이 아닌 10곡이 넘게 들어간 정규 음반도 이 예산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요즘은 최소 3억원 이상을 들여야 한다. A급 작곡가의 곡은 못 줘도 2천 만원 이상을 들여야 받을 수 있다.
 
이 뿐만인가? 뮤직비디오만 봐도 예전과 다르게 음반 메이킹 과정이나 공연 실황을 편집해 뮤직비디오로 이용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드라마 형식 혹은 색다르고 감각적인 콘셉트를 추구해야 한다. 뮤직비디오 한편에만 최소 5천 만원의 지출이 발생한다. 한 인기 걸그룹의 경우 6곡이 든 미니음반을 출시하면서 순 제작비만 3억 원을 들였다. 여기에 마케팅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별개다. 왠만한 규모로는 상상도 못할 큰 금액이다.
 
씀씀이는 커졌는데, 돈 나올 구멍은 반대로 줄었다. 국내 시장규모에서는 수 억원의 제작비를 들여도 수입을 내기 힘들어졌다. 1위 매출이던 음반 시장은 음원으로 변화되면서 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행사 마저도 방송사 등이 끼면서 단위가 크게 줄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었고, 한류 열풍의 중심이던 일본 시장의 경우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반 한류 열풍이 일어서 예전 같지 않다. 자리를 잡은 그룹의 경우 공연 수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방송 출연이 막히면서 홍보를 못하고 팀을 알릴 기회조차 없어졌다.
 
일본 시장의 위기에 신흥 시장으로 불리던 중국 시장의 경우 불투명한 정산 등 너무나 다른 환경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다. 함께 활로를 모색하던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 또한 일본과 중국 양대 시장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적은 수입으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돈 나올 곳이 없어지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투자자들이다. 실제로 크고 작은 연예 기획사들이 투자자 혹은 투자사들과 마찰을 겪고 있다. 최근 사옥 강제경매에 들어간 스타제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쪽에서는 상장사가 등장하고 수백억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한 쪽에서는 음반 조차 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기획사들이 나오고 있다. 한때 돈이 된다는 소문에 수 백개의 기획사가 난립하고, 눈먼 돈이 몰렸던 과열 양상이 정리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대형 기획사에서 나오는 '잘 포장된', 그리고 '성공할 만한' 아티스트만 나오는 편협한 시장이 될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1990년대 과거 발라드 일색이던 한국 가요계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은 서태지와 아이들은 첫 무대였던 한 방송에서 최악의 점수를 받은 도전자였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시대의 선구자가 됐다. '팔리는 것'만 찾는 시장 환경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인물이다.

fender@xportsnews.com 사진= 서태지(엑스포츠뉴스 DB), 강제경매에 들어간 스타제국 사옥(지지옥션)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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