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16 14:14
연예

유아인, 이만하면 꽤 멋진 서른 (인터뷰)

기사입력 2015.08.17 06:45 / 기사수정 2015.08.17 07:01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배우 유아인이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으로 올해 첫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로 변신해 악랄함의 끝을 보여주는 그의 얼굴은 이전작인 드라마 '밀회'나 영화 '완득이'(2011), '깡철이'(2013) 속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발견이다.

'베테랑'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유아인은 "30대로 넘어가는 찰나에 류승완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셨고, 30대의 포문을 열어도 좋을법한 캐릭터를 만나게 됐다"며 '베테랑'과의 인연을 전했다. 그의 말처럼 '베테랑'은 유아인의 서른을 열어준 작품이다. "나이를 꽤 많이 의식하고 산다"고 내던지듯 솔직하게 얘기한 그의 서른은 그가 걱정했던, 혹은 주위의 기대보다 훨씬 잘 달려오고 있는 듯 보였다.



▲ "첫 악역 도전, 새로움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

'베테랑'은 지난 5일 개봉 후 12일 만에 6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한국영화 개봉작 중 최장기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 중이다. 당분간 유아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가장 많은 관객을 만난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테랑'으로 첫 악역에 도전한 유아인의 모습을 보려면 조금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가 주인공이라는 점을 봤을 때 다소 늦을 수도 있는 등장. 기존 영화에서는 잘 쓰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는 관객이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의 이야기와 감정에 몰입하며 그에 반하는 조태오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류승완 감독의 계산이 깔려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신의 작품을 비교적 편안하게 보는 편이라는 유아인도 "엄청 긴장했었다"며 '베테랑'을 처음 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걸 했고,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안다. 그래서 편안하게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하면서도 혼란스럽고, 보면서도 내내 긴장됐다. 나도 처음 보는 내 얼굴과 소리들이 있어서, 관객들이 그런 부분을 이질적으로 느끼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전작이 '밀회'였고, '완득이'나 '깡철이'처럼 불행한 현실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망나니가 됐다.(웃음) 그간 내가 해왔던 스타일의 연기는 아니었으니, 캐릭터를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얘기했다.

특히 첫 등장부터 재벌3세의 클리셰가 떠오를 수 있기에, 흔히 장르영화의 악역을 생각했을 때의 정형화된 패턴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애썼던 부분이 가장 컸다.

"정형화된 것이 다소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 같더라도, 어느 정도의 안정감은 만들어 준다"고 설명한 유아인은 "조금은 때가 탄 연기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촬영하며 과거에 만들어진 정형을 새롭게 해석하고, 신선하게 덧입히는 그 표현의 지점을 찾아내면서 나와의 접점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조태오를 보며 권력과 돈을 모두 갖고 있지만 그 사람 하나만 놓고 보면 한없이 철없고 바보 같은,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에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인물로 해석했다.

유아인은 "문제를 일으켜도 아버지조차 문제를 안 삼는, 뭐가 문제인지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는 책임감 없는 망나니인거다. 첫 등장이나 환각 파티를 펼치는 장면에서도 그 모습이 드러나고, 마지막에 골목길을 질주하면서는 마치 게임복제범죄를 하듯이 차를 다 때려 박으면서도 깔깔대고 웃지 않냐"며 조태오가 본능적인 순간들에 드러내는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 밝혔다.

계급을 만드는 권력과 일그러진 정의. 그리고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 정의를 사수하고 구현해내는 경찰의 이야기. 많이 봐 왔고, 또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유아인은 "이 역시 류승완 감독님이니까"라고 웃으며 "감독님은 '유아인이라는 애가 조태오를 연기했을 때 더 큰 파장이 무엇일까'에 대해 틀림없이 생각하셨을거다"라고 자신이 느낀 바를 풀어놓았다.

이어 그는 "유머와 코미디를 적절하게, 최대치로 이용하면서 대중, 관객과 악수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의 색깔과 전달하려 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도 무겁지 않다. '부당거래'와는 또 다른 방식이지만 본질은 흐트러지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런 방향으로 집중하면서 조태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면서 미소 지었다.



▲ "30대, 나만의 연기·색깔·스타일을 그려낼 시간"

'베테랑' 속 이야기는 우리가 현실 속 뉴스에서 볼 수 있던 모습들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유아인은 "배우들이나 감독님들은 시대를 얘기하는 사람들이니까, 여느 일반인들보다는 세상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지 않겠나.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래야 하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뭐가 거짓말이고 진실인지 항상 거기에 촉이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세상에 좋은 뉴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선에서 이해를 했다"면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나도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조심스레 입을 뗐다.

2003년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한 후 어느덧 훌쩍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그는 "조태오 같은 배경 안에서라면 오히려 괴물이 되는 게 더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것과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연예인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배려와 과한 친절, 사랑 속에서 눈 감고 그냥 스르륵 흘러가다 보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혹시 연예인병에 걸려 본 적이 있냐'는 장난스런 물음을 던지자 유아인은 "지금도 그래요, 지금도"라며 소리 내 웃은 뒤 이내 "사람의 인기와 몸값을 보고 대하는 사람들은 굳이 내 옆에 두지도 않지만, 어쨌든 어린 나이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과한 친절에 노출되기도 했고, 날 너무 막 대하는 미운 사람들도 만났었다. '날 막 대해?' 이런 모난 마음을 들이대던 때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주변 사람들이 챙겨주다 보니 어느 순간 '부여잡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담담하게 설명을 이었다.

소신 있게 생각을 전하는 모습. 20대, 지금보다 어리던 시절 SNS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내기로 유명했던 그가 요즘은 그 목소리를 내는 일이 부쩍 줄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이에 유아인은 "어렸을 때야 무슨 대단한 지혜로움이 있었겠나. 날이 서면 선대로, 내지르고 휘두르고 싶었다. 지금? 칼이라는 게 있다면, 훨씬 더 선명하고 날카로워졌을 거다. 하지만 그럴수록 잘 써야 한다고 본다. 눈치 안보고 사는 사람은 없을 거다. 배우들은 특히 더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에 집중하고 생각해서 판단하다보니 이 일을 하면서 살려면 잘 꺼내고 숨겨야 겠더라"고 힘주어 얘기했다.

서른의 유아인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좀 더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20대 숙원 사업이라 일컬었고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친한 이들과 함께 꾸린 창작 집단 '스튜디오 콘크리트' 등이 그렇다.

'행복한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에 그는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대단히 즐겁지 않아요"라며 웃었다. 그러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마냥 행복하진 않다. 1년에 한 번 행복하면 그 행복한 순간을 머릿속, 가슴속에 두고 그 나머지의 시간들을 그걸 향해서 사는 것 아니겠나. 연기도 그렇다. 어쨌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그런 유아인이 그리는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대체될 수 없는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 10년 전에 했던 얘기랑 똑같은 것 같다. 그냥 그 정도? 사실 선명한 그림은 없다. 내일 당장 안하게 될 수도 있지 않나"라고 눙치더니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는 "연기를 하는 동안은, 그리고 연기를 한다면 아주 희소성이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다음 말을 이어가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대체될 수 없는 배우와 비슷한 말 같지만 정말 나만의 연기, 나만의 색깔, 나만의 스타일을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다. 30대는 그걸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내지 않을까"라고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이제 4개월 반 정도 남은 유아인의 '서른 살 시계'도 빈틈없이 꽉꽉 채워질 것 같다. 9월에는 영화 '사도'가 개봉하고, '해피 페이스북' 촬영도 이어간다. 10월에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까지 많은 작품들이 관객과 시청자를 만날 준비 중이다.

자신을 비우고 채우는 법을 조금씩 더해가고, 스크린과 브라운관 속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유아인. 올해의 절반이 훌쩍 지난 지금, 그가 걸어온 서른은 이만하면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