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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리포트] 일본은 왜 점유율 버린 '안티풋볼'을 했나

기사입력 2015.08.06 06:10 / 기사수정 2015.08.06 21:37



[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34%와 66%.

이번 한일전에서 일본과 한국이 기록한 볼점유율이다. 무엇인가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라는 점을 느끼게 만드는 수치다. 한동안 일본은 한국과의 경기에서 점유율에서만큼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전 4경기(2무 2패)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지 못한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한일전은 달랐다. 일본이 스스로 점유율을 버리고 전원이 수비에 치중하는 '안티 풋볼'을 했다. 최전방 공격수조차도 중원까지 내려와 수비를 했다. 갑작스럽게 실리 축구로 돌아선 대표팀의 모습은 일본 언론들에게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일본과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불안한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겁을 먹었다"고 일본의 경기내용을 평가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표현이 딱 들어 맞는 일본답지 않은 경기운영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5일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동아시안컵 남자부 2차전 경기에서 만나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이 먼저 장현수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일본이 야마구치 호타루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하면서 경기는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점유율이었다. 한국이 32%나 앞섰다. 전후반 내내 쉽게 패스를 전개하면서 주도권을 가져가는 한국을 앞에 두고 일본은 자신들 특유의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현상이 아닌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게 했다. 

일본은 점유율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패스를 기반으로 볼소유권을 오래 유지하는 스타일을 펼치는 일본은 스스로 이를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있었다. 경기중에 이기더라도 점유율에서 지면 곧바로 반응이 오기도 했다. 지난 2013년 동아시안컵 대회에서도 한국에 2-1로 승리했던 일본은 아주 미세한 차이가 났음에도 점유율에서는 패했다며 언론들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영향은 있었다. 한일전이 있으면 항상 일본의 플레이에 대해서 점유율을 높이는 모습을 예상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J리그에서 뛰는 '지일파'들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은 같은 패턴으로 일본이 나올 것으로 많이들 내다봤다.

막상 경기를 하고보니 일본은 안 하던 행동을 했다. 패스 축구가 실종됐고 스스로 점유율을 버렸다. 일명 '안티 풋볼'이었다.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한국의 공격을 온몸으로 맞았다. 한일전이 느슨해진 것도 이때문이었다. 결정적인 찬스들을 살리지 못한 한국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하지 않던 축구를 하는 일본의 탓은 더욱 컸다.



상대인 한국에게도 예상밖의 일이었다. 경기후 슈틸리케 감독은 공개적으로 이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수비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인 일본이 뒤로 물러나며 공격에서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우리의 1차전을 보고 일본이 우리에게 겁을 먹고 라닝를 내리고 했다.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직접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도 이에 동의했다. 장현수는 "일본이 뒤로 처진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감독님의 말씀처럼 분명히 우리에게 겁을 먹고 수비로 나온 것 같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재성 또한 "다른 때보다 우리에게 많이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내려 앉는 것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장 할릴호지치 감독도 이에 대해 인정했다. 스스로 수비적인 축구를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적으로 수비에 집중했다는 측면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우리는 수비적으로 견고했고, 피지컬적으로 지난 경기 보다 좋았다"면서 "결과가 그리 놀랍지 않다. 내용이나 결과면에서 이번 대회 최고의 팀인 한국을 상대했고 그래서 우리 선수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팀내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도 덧붙였다. 훈련량은 부족했고 선수들의 피로도가 쌓인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우리는 겨우 한번의 훈련을 더했고, 피로도 많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높은 수준의 경기를 할 수 없다. 우리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면서 "더 많은 훈련을 하면 더 잘할 수 이을 것이다. 세 번째 경기에는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현재 여건을 고려하면 오늘 내용에 만족한다"고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는 이미 예정된 결과였다. 일본은 J리그가 7월 막바지에 일정이 마무리되고 선수들이 급하게 소집된 채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발을 제대로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1차전에 나서는 대표팀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의문부호를 던졌다. 우한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일본 취재진은 잇달아 경기력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대해 질문을 했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오히려 "3가지 전술을 준비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며 여유를 보여줬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선수들의 몸상태는 3가지 전술을 수행하기에 벅찼다. 결국은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북한전에서 패한 이후 단기간에 지지 않는 축구로 만들 수 있도록 수비에만 치중했던 걸로 보인다. 최근 많은 비난을 받고 있던 일본내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그대로 한일전에서 일본 답지 않은 경기가 나오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볼을 소유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더불어 신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갖춰야 한다"면서 "누구도 지기 위해 경기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수비였다. 우리가 자신감을 위해 경기를 하지 않는다"며 한일전 경기내용의 뒷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과 비긴 일본은 1무 1패로 남자부 4위로 떨어져 대회 2연패 도전에 실패하게 됐다. 결과보다도 스스로 물러섰다는 내용이 사실은 일본에게 더 뼈아프다. 지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용기가 부족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겁쟁이 평가'는 이 점을 그대로 지적해줬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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