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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발 붕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고졸신인 선발투수'

기사입력 2015.08.03 11:57 / 기사수정 2015.08.03 23:35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5선발 붕괴'. 올시즌 KBO리그의 화두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혹은 부진으로 5선발을 제대로 꾸리고 시작하는 팀이 드물었다. 특히 중하위권 팀들의 경우 원투 펀치 정도만 제 역할을 해주고, 3~5선발은 변칙적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선발 야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팀은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악재였다.

하지만 선수 개인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단 의미이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나만 잘 한다면 선발의 한 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텄다. 롱 릴리프 구원투수, 2군, 신인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시험대에 올랐다.

그 중 '고졸 신인'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프로의 이름을 달게된 투수들이 후반기 들어 속속 각 팀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반기 아마추어 티를 벗어내고, 후반기 프로의 모습으로 나타나 씩씩하게 제공을 뿌리고 있다.

▲한화 이글스 김민우



한화 선발 마운드에 나타난 보배다. 용마고 출신의 이 우투수는 15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막 한화의 유니폼을 입었다.장점은 키 187cm 몸무게 98kg의 우수한 하드웨어. 큰 키에서 꽂히는 묵직한 직구가 장점으로 꼽혔다. 전반기 KBO리그와 퓨처스리그를 통틀어 등판한 경기도 총 24경기 뿐, 주로 1군과 동행하며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데 집중했다.

그 사이 한화의 선발진은 무너졌다. 탈보트-유먼-안영명-배영수 정도가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지만, 후반기 들어 부상으로 유먼과 안영명이 전력에서 제외됐다. 배영수는 부진을 극복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탈보트 하나 남은 상황. 한화의 앞길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야신의 돌파구는 김민우였다. 지난 25일 삼성전에 첫 선발등판한 김민우는 4⅔이닝 노히트를 기록하며 한화의 마운드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146~7km에 육박하는 직구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커브를 삼성의 타자들은 손대지 못했다. 반면 30일 잠실 두산전 2번째 등판에선 4회에만 3볼넷과 2폭투를 기록하며 한 순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3회까지는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민우였다. 경험과 연륜이 해결해줘야 하는 한계가 남은 셈이다.

▲KIA 타이거즈 박정수



야구보다 얼굴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박정수다. 2015년 KIA 2차 7라운드로 뽑힌우완 사이드암 투수로, 야탑고 출신 윤석민의 10년 후배다. 두둑한 배짱과 자신감을 가지고,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쓰는 여유도 가졌다. 140km의 직구와 함께 고교 시절부터 익힌 '체인지업'이 최대 무기다.

양현종 부상, 험버 방출, 스틴슨 부진 등으로 선발진이 붕괴된 KIA였다. 김진우도 없고 김병현도 2군행을 통보받은 상황에서 임준혁만 제 역할을 해주는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6월 3일 1군 엔트리에는 서재응이 말소되고 박정수가 등록됐다. 김기태 감독은 "2군에서 선발로 던졌기에 길게 던질 수 있어서 롱릴리프 용으로 쓰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누구도 박정수가 ㅅ발이 되리라 예상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랬던 박정수에게 지난 8일 깜짝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졌다. 3일 수원 kt전에서 중간 계투로 등판해 6이닝 4실점(2자책) 호투하며 눈도장을 찍었던 게 주효했다. 이날 박정수는 5이닝 5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투구내용을 보였다. 31일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던 한화전에서는 4⅓이닝 2실점으로 역시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 얼굴만큼 준수한 실력으로 선발 한자리를 꿰찬 강렬한 신인이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박세웅은 올 시즌 가장 뜨거웠던 신인투수다. 14년 kt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한 경북고 출신의 고교 최대어였다.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 당시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고, 위기 관리 능력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생팀 kt에서 전반기 제 역할을 다한 선발 투수 중 하나였다.

갑작스럽게 롯데의 옷을 입게된 건 지난 5월 2일. kt와 롯데가 4:5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박세웅은 1년 반동안 머물었던 친정팀 kt를 떠나 롯데로 이적했다. 심수창이 빠진 5선발 자리를 채워주리라는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kt 시절만큼의 위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며 전반기 3패만을 추가했을 뿐이었다.

그랬던 박세웅이 완전히 돌아왔다. 후반기 첫 선발 등판이었던 KIA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12번째 시도만에 선발 첫 승을 수확했다. 이후 31일 kt전에서는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자신의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박세웅이 뿌린 공의 종류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총 4개. 무조건 힘으로 밀어부치는 게 아닌 다양한 구종으로 kt의 타자들을 요리하는 프로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kt 위즈 엄상백



엄상백은 kt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해주는 신인 투수중 하나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의 유니폼을 입은 우완 사이드암 투수로, 신인 사이드암 중 가장 빠른 직구 구속(146 km)이 강점이었다. 투구 폼이나 견제 능력, 수비 등 기본기도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프로로 막 데뷔한 이 신인은 신생팀 kt의 특수를 누렸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선발 등판 기회를 부여 받아왔다. 이제까지 성적은 19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7.76. 아직까지 긴 이닝을 소화하진 못하고, 투구 내용에도 다소 기복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아직 그리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kt의 미래로 쑥쑥 자라나고 있다. kt의 국내선수 첫 선발승도 그의 몫이었다.

조범현 감독은 당장 이번 시즌이 아닌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엄상백을 키우고 있다. 조 감독은 엄상백에 대해 "지구력은 떨어지지만, 폭발력은 있다"고 평가하며 올 시즌이 끝난 뒤 지옥의 벌크업을 예고한 바 있다. 또 "투구수 관리법이나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 등을 아직 모른다"며 엄상백의 '경험'에 희망을 뒀다.

numbe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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