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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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나지완 그리고 09년의 기억

기사입력 2015.06.14 06:33 / 기사수정 2015.06.14 10:4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야구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또 "이렇게 많은 연습을 한 시즌도 처음"이라고 했다. 알 수 없는 늪에 빠진 나지완(30,KIA)이 진짜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13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 결과는 KIA의 7-4 승리였다. 마운드에 김진우가 있었다면, 1회말 선제 스리런 홈런을 터트린 나지완을 빼놓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실로 오랜만에 나지완의 홈런이 터졌다는데 의의가 있다.

45일만에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나지완은 67일만에 홈런을 쳤다. 이제 겨우 2개째다. 10개구단의 4번타자를 통틀어 가장 초라한 성적임은 분명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KIA는 개막 초반부터 '나지완 일병 살리기'에 나섰다. 원래 수비보다 타격에 장점이 있는 선수였지만, 올 시즌에 그가 보여준 모습은 수비도 아쉽고 타격은 더 아쉬운 상황이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물론이고 조계현 수석코치와 팀 동료들까지 나서서 나지완이 페이스를 찾도록 물심양면 아끼지 않았다. 

두차례 2군에 다녀왔지만, 불과 며칠전까지도 최악의 슬럼프에 퐁당 빠져있었다. 믿었던 나지완이 이토록 부진하자 코칭스태프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자꾸 4번 타순에서 공격의 흐름이 끊기자 언제까지 믿고 맡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100타석까지는 지켜봐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꺼냈다가 '나지완 100타석 카운트다운'이 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넥센전에서는 나지완이 1번 타자로 출격하는 놀라운 일까지 있었다. 프로 데뷔 이후는 물론이고, 나지완이 야구를 시작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부담 없이 편한 마음 가짐으로 자신의 감을 찾길 바라는 배려가 숨어있었다. 

모처럼 시원한 홈런포로 승리에 기여한 나지완은 경기 후 취재진이 인터뷰를 요청하자 머뭇댔다. 그간 자신이 받았던 비난을 모르지 않고, 스스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팀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그는 "홈런을 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정말 올해만큼 힘든 시즌은 또 처음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훈련도 어느때보다 많이 했고, 투수 분석 비디오는 물리도록 많이 봤다. 그래도 좀처럼 빛이 보이지 않았다. 나지완은 "무엇보다도 팀에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 내가 조금만 잘했어도 우리 팀이 진작 5할 승률 이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김)주찬이형과 필이 중심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했는데, 그게 부럽다기 보다는 나 역시 다른 자리에서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설때 우리팬들의 야유 소리를 들었다. 너무 많은 비난을 받아서 사람을 피하려는 공포심도 생겼다"고 할 만큼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나지완의 홈런이 터진 이후 더그아웃 동료들은 마치 자신이 홈런을 친 것마냥 기뻐했다. 나지완은 "오늘 라인업을 발표할때 내가 4번이라고 하길래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엊그제 1번 타자라고 하셨을 때도 농담인 줄 알았으니 이번엔 믿었다. 그러나 4번 타자가 아니라 4번째 타자라는 생각이었다. 그간 팀 동료들이 참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날 김상훈, 유동훈의 은퇴식이 있었기에 나지완의 홈런은 더욱 빛났다. 김상훈과 유동훈 그리고 나지완은 지난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다. 유동훈은 당시 0점대 평균자책점의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했고, 김상훈은 팀의 주장과 안방 마님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 또 나지완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MVP가 됐었다. 

그래서 나지완도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오늘 선배님들의 은퇴식이 있어서 경기전 미팅할때 다들 꼭 이기자고 결의를 다졌는데 정말 이겨서 기쁘다"는 나지완은 "선배님들에게 '오늘 제가 하나 치겠습니다'라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아주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2009년 '그날의 기억' 이후 나지완은 KIA에서 부동의 4번 타자를 맡았었다. 지금도 나지완이 살아나야 KIA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함께 우승을 일궜던 선배들의 은퇴식을 빛낸 홈런이 나지완 부진 탈출의 진짜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결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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